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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배우 변신하고서 영화 제작
렌즈에 쏙 담긴 제작과정 엿보기

남학생이 카메라 렌즈에 눈을 맞추며 "Ready action" 소리치자 여학생의 당돌한 연기가 이어졌다. 스텝으로 보이는 다른 학생들의 숨소리가 조용해졌다. 그럴듯한 촬영현장을 지휘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초등학생들이다.

여름방학 동안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인 탓에 햇볕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했다. 완성된 단편영화 영상은 제법이었다. 저마다 가진 끼와 개성으로 똘똘 뭉친 학생들은 감독으로 배우로 스텝으로 궂은일을 마다 않고 단편영화를 제작, 상영까지 했다.

순식간에 초등학생인 이들을 감독으로 배우로 스텝으로 변신하게 한 것은 학교의 미디어 특성화 프로그램 덕분이다. 미디어 특성화 학교로 지정된 수원시 화홍초등학교(교장 곽진현, 사진)는 학교 차원에서 미디어와 영상 제작에 관한 체계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창 여름방학 중이던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화홍초 학생들은 미디어 영화 캠프에 참가했다. 실질적인 영상제작을 위해 기능을 향상하고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한 것.

캠프 첫날인 16일, 파장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홍경표 교사가 강의를 맡았다. 영화제작의 기본 원리와 촬영 기법을 주제로 한 수업시간이 끝나자 학생들은 다양한 촬영 기자재의 활용에서부터 직접 카메라를 조작하고 촬영에 임했다.

총 4개의 영화제작팀이 주제 선정하고 시놉시스를 짜고 콘티를 의논하기로 합의했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를 완성하는 것이 캠프 첫날 일정이었다.

둘쨌날인 17일, 인천 십리포 해수욕장에서 첫날 작업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직접 촬영에 들어갔다. 해수욕장의 배경이 영화 장소가 되었다. 학생들은 렌즈에 눈을 대고서 파란 하늘과 바다 찍고 모래사장을 누비며 팀별로 촬영 일정을 소화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부룩하고 카메라와 헤드셋 무개를 소화하는 열의도 보였다.

촬영이 중반으로 치닫자 영화제작이 밀도있게 진행됐다. NG가 나면 웃고 의견이 맞지 않으면 실갱이를 벌였다. 그래도 학생들의 태도는 진지했다. 수시로 촬영을 점검하고 스토리를 변경하는 등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영화제작 3일째.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은 컴퓨터실에서 촬영한 자료를 바탕으로 영화 편집 에 들어갔다. 영상 편집의 기본 원리와 전문적인 편집 프로그램을 익히고 영화 제작 편집 방법을 다양하게 활용해 보는 활동이 이루어졌다. 촬영한 장면들을 이어 붙이고 자르며 배경음악을 깔고 타이틀을 만드는 등의 활동을 통해 편집 기법에 관한 기량을 한층 더 향상시켰다.

영화 캠프서 단편영화 직접 제작 … 학부모·교사 모시고 상영도

이튿날 19일.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영화 제작에 의욕을 보인 학생들은 알찬 캠프 일정을 소화한 후 부모님을 모시고 캠프 기간의 활동 모습과 완성된 단편영화 발표회 시간을 가졌다. 서투르지만 아이들이 직접 만든 단편영화를 감상하는 부모님들의 표정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화홍초등학교 신유영 교사는 “본교에서 진행하는 미디어와 영화 프로그램으로 특성화 학교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며 “오는 겨울방학에도 미디어 영화 캠프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