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녀가 어떤 것을 잘할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까?” 이런 질문을 어머니에게 하여 보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부모들은 공부문제, 성적문제를 첫 번째로 꼽았다. 우리 부모들은 그 만큼 학교 공부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그 외로 건강문제, 인성문제, 친구문제 등이 있었다. 그래서 학부모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공부해라. 제발 공부 좀 해라.” 등일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소리가 가장 듣기 싫은 것이다.
병주는 과학이 90점, 수학이 50점을 받았고 전체성적은 중위권이었다. 어머니에게 성적표를 보이자 수학성적만을 가지고 “이것도 성적이라고 가져왔니! 수학점수가 이게 뭐야. 더 좋은 점수를 받아 올 수 없니!” 라고 화를 냈다. 병주는 수학점수만 가지고 화를 내는 어머니가 미웠지만, 엄마가 마구 화를 내고 있어 참고 있었다. 기분이 나빠 그날은 공부를 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이 모든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전 과목에서 상위권에 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입시제도가 그러니까 그렇겠지만 아무래도 전체를 잘하도록 한다는 것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나 소질을 무시한 가장 보편적인 특성이 없는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던지 각자의 타고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특성을 잘 키워주고 다듬어 주는 것이 가장 창의성 있는 인간으로 육성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어떻던 공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은 틀림이 없다. 학부모라면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또한 학생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건전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나름대로 학업에 마음을 두고 있으며 부모가 걱정해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좀 뒤쳐진 학생들도 공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고 밉기도 하지만 약점을 보이기 싫어서 표면으로는 가만히 있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부모의 욕심으로 거침없이 몰아세우면 학생은 달아날 곳이 없다. 그래서 무언가 아픈 마음을 커버하려고 생각나는 대로 핑계를 대어 대항하고 다른 피신처를 찾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른 일에 대한 장난이나 실패라면 상관없지만 성적이라면 변명의 여지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다가 부모가 아픈 곳을 도려 낼 것처럼 꾸지람을 하면 학생의 마음은 먼 곳으로 자꾸만 날아가 버릴 수 있음을 잘 알아야 한다.
학생들은 누구의 탓이던 간에 여러 번 마음이 뜨면 다른 피난처를 찾게 된다. 이 피난처가 오락실이나 어두운 곳이 되면 좀처럼 빠져 나오기 힘이 들게 된다. 이런 피난처가 장기화되면 습관과 자기 굴레에 얽매여 다른 큰 도움이 없이는 빠져나오지 못해 헤매게 된다. 특히 학생들이 부모에게서 가장 마음 무거운 것이 점수이기 때문에 시험 칠 무렵만 되면 학생의 마음에 점수의 무게가 묵직하게 짓 눌려 오는 것이다.
떨어진 성적을 꾸짖는 것만으로는 학생은 분발하지 않는 것이다. 성적을 보고 소용돌이치는 여러 감정에 귀를 기울려 주는 것만으로 이 무렵의 학생에 대한 최대의 격려가 된다. 성적에 따라 다니는 기쁨과 슬픔이 공부에의 강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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