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교를 찾아서] 서울 풍납중학교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한 배움터”
- 학생자율동아리 활성화로 자기주도성 높여 -
서기: 지금부터 솔로몬중학교 제1회 학생자치법정을 열겠습니다. 재판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서기: 과벌점자 000은 벌점 30점으로 본 학생자치법정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판사: 본 학생자치법정은 학생들을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를 들어보고 처벌하는 쪽이든 받는 쪽이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의 질서를 세워나가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랍니다.
(과벌점자 및 배심원 대표 선서한 후에 검사신문, 변호인 변론, 검사의 긍정적 지도 요청, 변호인의 최후변론, 과벌점자 최종진술, 배심원 회의, 배심원 합의문 낭독 및 판결선고 후 폐정된다.)
자치법정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
서울 풍납중학교(교장 신순용)에서는 지난해 8월 제1회 학생자치법정이 개최됐다.
학교 현장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규칙을 준수하고 민주시민 의식을 기르기보다는 차별, 집단 따돌림, 학교 폭력, 청소년 자살과 같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인성교육 실천의 일환으로 ‘청소년법제관제’를 실시·운영키로 한 것이다.
지난해 5월 신순용 교장은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존중해 학생들이 지켜야 할 학생생활규정을 제·개정하기 위해 각 학급 대표 30여 명을 청소년법제관으로 임명했다. 학생들은 생활문화법제팀, 행사문화법제팀, 학습문화법제팀, 홍보문화법제팀으로 나뉘어 각 전문적으로 맡은 분야에서 학생생활규정을 제·개정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이어 10월에는 이렇게 만들어진 새 규정을 선포하는 선서식을 가졌다.
▲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재판과정을 체험하고 있는 풍납중 학생들
또, 신순용 교장은 학생자치법정 운영을 위해 학생 희망자를 대상으로 간사, 검사, 변호사, 판사를 선출하였고, 법제처 방문 교육, 청소년 법제 캠프 참가, 전문가 초청 강연, 설문조사 활동, 서울가정법원 방문 교육, 모의재판 등을 전개해 철저한 준비과정을 밟았다. 이렇게 준비되고 실시된 학생자치법정은 올해 상반기까지 3회를 맞이했으며,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위한 긍정적인 처벌로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풍납중에서 벌점 2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선도위원회의 징계를 받거나 학생자치법정에서 판결을 받는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 때 대부분 학생들이 학생자치법정에 서는 것을 선택한다. ‘인성 관련 책 1권 읽고 독후감 쓰기’, ‘반성문을 쓰고 교실을 돌면서 크게 읽기’, ‘명심보감 10장 쓰기’, ‘학급 유리창 20장 닦기’, ‘운동장 20바퀴 걷거나 뛰기’, ‘선생님 심부름 25회 하기’, ‘교내 발표회 때에 그룹을 만들어 개인기 발표하기’ 등 긍정적인 처벌 방안을 판결받기 때문이다.
풍납중은 이 같은 특색교육으로 2012학년도 100대 인성교육실천우수학교로 선정되어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공동체 간(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존중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향이 높고, 준법정신에 대해 무관심한 편으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던 풍납중 학생들은, 청소년법제관 운영 이후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교칙을 더 잘 지키며 소통·참여·협력의 새로운 학교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건수가 2011년 16건에서 2012년 말 3건으로, 가해학생 수는 26명에서 4명으로 줄어든 점도 청소년법제관 운영의 효과를 반증한다.
신순용 교장은 “학생들이 남을 배려하며 자신의 의견을 공유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의 자질을 갖추고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본교의 사례를 더욱 보완 및 개선하여 학생의 자율적인 자치문화가 널리 확산되고 나아가 학교폭력을 예방함은 물론 건전한 학교 문화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발적 학생동아리로 꿈과 끼 쑥쑥
풍납중학교에서는 지난 여름방학 중에도 교실마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타, 드럼, 오케스트라, 피아노, 댄스, 그림자 인형극, 농구, 축구, 배드민턴, 티볼, 독서 등 자신의 꿈과 끼를 키워가는 데 즐겁게 몰두했다.
풍납중 상설동아리는 모두 28개로 재학생 대비 60%가 넘는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 자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하여 각자의 소질과 잠재력를 창의적으로 계발하고, 협동적 학습 능력과 창의적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신순용 교장이 토요 방과후 프로그램과 연계한 학생 동아리활동 활성화에 적극 지원해온 데 따른 것이다.
각 동아리는 취미와 적성이 맞는 학생들끼리 종목을 선택해 동아리를 조직하고, 동아리 지도교사를 배정받은 후에 지도교사와 활동일, 활동시간 및 장소를 상의해 자발적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내 발표대회와 다른 학교 및 지역사회 축제에 초대받아 기량을 발휘하기도 하는 등 목표를 가지고 맹렬히 연습하고 있다.
▲ 지역사회 축제에 참여해 기량을 펼친 풍납중 걸스힙합 동아리
또한, 풍납중 누리단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사제동행 산행활동을 실시하고, 창체 시간을 활용해 도심 속 역사유적지를 탐방하며 지령을 수행하는 ‘도심 추적활동(City O.L)’을 펼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우리 얼 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울릉도와 독도 탐방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담당교사는 “도심 추적활동은 오늘날 우리 학생들에게 부족한 자기주도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신장시키고 판단력과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프로그램”이라며 또한, “우리 얼 찾기 활동은 자기주도력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며, 자존감과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기르고 올바른 역사의식과 인성을 함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나는 문예체 활동으로 학습부진 제로
풍납중학교에서는 학습이 느린 학생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교과학습 부진 상태를 극복하도록 신바람 나는 문예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순용 교장은 “학생이 잘할 수 있고 신바람 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에서 인성이 함양되면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가정에서는 가족들의 기대에 짓눌려 스트레스를 받고, 학교에서도 무능력한 학생으로 낙인 찍혀 부적응 학생으로 내몰리는 학습이 느린 학생들도 자신이 인정받게 될 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될 때, 그래서 자신의 희망을 발견하게 될 때 변화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학습부진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교육관을 바탕으로 신 교장은 신바람 학습부진아 지도 위원회를 조직, 문화예술체육팀·인성지도팀·교과학습팀·학생관리팀으로 나누어 운영키로 하고, 학습부진 요인별 맞춤식 지원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
이에 따라 1학년을 대상으로는 개인 상담 및 집단 프로그램과 진로공부 캠프 등의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2학년을 대상으로는 교과학습 흥미를 유도하는 한편 지역사회 청소년수련관과 연계해 문화·예술·체육 활동을 지원하며, 3학년은 방과후 자기주도공부방 및 전담교사를 두어 운영하고 있다.
신 교장은 “학교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하여 학업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확대해 제공함으로써 계층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며, 학교가 사교육 욕구를 흡수함으로써 공교육의 위상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연구동아리로 행복한 자율장학
풍납중학교에서는 전교사가 교과연구동아리에 연중 참여하여 연구주제를 설정하고 연구수업을 공동으로 준비하는 등 동료장학과 자기장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는 교과교실제의 도입에 맞춰 교과협의회 활성화의 필요성을 공유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현재 영어·수학·사회 과목에서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며 최적의 교육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도덕 교과연구동아리는 ‘체험활동을 통한 도덕적 감수성 함양’, 국어 교과연구동아리는 ‘매체 수업을 위한 영상 자료 수집’, 수학 교과연구동아리는 ‘교육과정에 맞춘 1학년 서술형 평가문항 개발’, 체육 교과연구동아리는 ‘체력 등급 향상을 위한 운동프로그램 개발’을 주제로 하는 등 공동연구를 통해 연구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동교과 동학년 교사의 의사소통이 확대되고, 정보교환 및 협의가 수시로 이루어져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교육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담당교사는 전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열정과 정성에 보답하고자 지난 스승의 날 풍납중 학생들은 그동안 동아리활동으로 갈고 닦은 오케스트라 실력으로 교무실에서 ‘스승의 은혜’를 연주하는 등 진심어린 스승의 날 행사를 준비했다.
이날 학생들이 준비한 깜짝 행사에, 실추된 교권을 염려하던 선생님들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고생이었다’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 선생님들에게 '스승의 은혜'를 연주해 감사를 표현한 학생들
안전하고(Safe), 음악이 흐르며(Musical), 재미있고(Interesting), 주도적이며(Leading), 활기찬(Exciting) 학교문화로 웃음이 넘치는 “스마일(SMILE)” 학교를 만들어가는 풍납중학교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삼위일체를 이뤄 행복한 배움터로 발돋움하여 타교의 모범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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