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교를찾아서] 대전법동초등학교
지역사회와 혼연일체… 교육성과 거둬
“행복·활력” 넘치는 학교로 변모
대전법동초등학교 박 종 용 교장
▲ 대전법동초등학교에서는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혼연일체 된 행복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골인! 와~! 4학년 파이팅!”
“5학년 이겨라!”
방학을 앞둔 7월의 어느 날, 대전법동초등학교 체육관은 아이들의 함성소리로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4학년과 5학년 농구 대표로 뽑힌 아이들이 선생님과 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합을 벌이고 있었다.
“왜 진작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저토록 열광하며 몰입하여 모두가 즐거워하는데…….”
1993년 3월에 개교하여 20주년을 맞이한 대전법동초등학교는 2007년부터 농구부를 교기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며 선수조차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운동보다는 공부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인식 부족과 학생들의 외면으로 6명의 6학년 선수가 졸업하면 5학년 2명만 남아 자칫 농구부를 해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박종용 교장은 교사로 근무할 때 운동부 지도교사로 서천군 체육대상을 받았고, 테니스부를 창단하여 전국대회에서 입상시킨 전력이 있다. 농구부를 살리기 위해서는 농구를 즐기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저변 확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엘리트 선수에 관심을 갖는 아이들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학급별 농구 대회도 그런 차원에서 기획하였다. 학급별로 2번씩 풀리그를 벌여 우승한 학급에는 6판의 피자를 돌렸다. 학년별로 최우수상을 비롯하여 득점왕과 BEST5를 뽑아 상장 및 문화상품권을 주었다. 학년 대항 게임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박종용 교장의 전폭적 지원과 감독, 코치 선생님의 헌신적인 지도로 7월 23일 현재 창단 7년 만에 제68회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에 진출하여, 최소 3위를 확보하는 개가를 거두었다.
요즈음 체육관은 아이들로 넘쳐난다. 아침과 점심시간에 자유투 연습을 하는 아이들로 북적거려 교통정리가 필요할 정도이다. 방학이 끝나자마자 열리는 “교장 선생님을 이겨라!” 자유투 던지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아이들이다. 박종용 교장은 당초 4학년 남자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자유투 던지기 대회를 기획하였다. 그런데 학년별 농구대회가 끝난 후 5학년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도 참가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여 참가 대상을 확대하게 되었다.
이처럼 금년 3월 1일에 30학급의 대전법동초등학교에 부임한 박종용 교장(51세)은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선생님들께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학부모들이나 지역사회에서 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 학교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고심하고 의견을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이나 지역사회로부터 활력이 넘치는 학교로 변모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 데는 박 교장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박종용 교장은 사법고시에 실패하고 통역관 생활을 하다가 시골에서 농사짓고 있는 78세이신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법학과에 원서를 냈다가 교육대학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처음에는 교직에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2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군대에 가지 않고 바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4명이나 되는 동생들의 학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부모님 모두 만족하실 뿐만 아니라 2명의 동생이 대전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종용 교장은 2년제 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서 국어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는 대전초등독서교육연구회와 대전NIE산학협력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독서논술 전문가로 텔레비전과 신문의 고정 출연 및 집필도 맡고 있다. 경기도와 충청남도를 거쳐 대전에서 교직생활을 하여 지역의 특성도 잘 이해하고 있다. 전교생이 50명인 학교부터 3,000명이 넘는 학교에서 20년간 교사로 근무하며 글쓰기 지도와 체육, 과학 분야에서 30여 개의 지도교사상을 받을 정도로 두루 섭렵하였다.
대전광역시교육청을 비롯하여 대전교육정보원과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정보 담당 장학사와 교육연구사로 근무하며 대전교수학습지원센터와 대전사이버가정학습지원센터를 구축했고, 4년 6개월의 교육전문직을 마친 후에는 길헌분교와 대규모 학교에서 6년간 교감으로 보내며 4명의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학교 경영을 익혔다. 말 그대로 ‘준비된 학교장’이었다.
안전한 학교로 행복+
법동초등학교에 들어서면 아늑하고 안전한 학교라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수업하는 동안에 교정에서 외부인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20년간 마을길로 이용되던 정문과 후문에 꿈나무지킴이와 사회복무요원을 배치하여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허물어진 담장도 다시 세웠다. 처음에는 지역주민들이 통행로를 막았다며 반발했으나 지금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학교장의 결단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대전지방경찰청을 비롯하여 대덕경찰서와 송촌파출소에서 파견 나오는 5명의 경찰관, 녹색어머니회원과 선생님 그리고 또래조정반과 준거집단의 아이들이 벌이는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도 한 건의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는데 일조하고 있다. 82세의 노구를 이끌고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할머니께서는, 항상 밝게 웃으며 인사하시는 교장 선생님의 모습을 아이들이 닮아간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등굣길 학교폭력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기본교육으로 행복+
박종용 교장은 아이들의 입에다 언제까지 음식을 떠먹일 수 없다며,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판을 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교육에 강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진력한다.
아이들의 글씨체가 엉망이란 것을 알고 경필쓰기 대회를 개최하여, 아이들에게 글씨를 정성껏 써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했다. 달리기가 모든 운동의 기본이란 생각에 체육대회가 열린 날에 학년별 달리기왕 선발 대회를 열어 그 자리에서 24명에게 상장을 수여했다.
아이들의 영어 실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영어 단어 암기 대회를 개최하였다. 영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단어만 암기하면 되기에 많은 아이들이 도전했다. 여름방학식 날에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영어 속담 외우기 과제도 부여받았다.
박 교장은 학력 부진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기획을 하고 있다. 2학기부터 학습부진아가 목표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교장실에서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아이들이 평소 게임을 좋아한다는 데 착안하였다. 친구를 멘토로 선정하여 학습 부진아가 성적이 향상될 경우 멘토에게는 상과 더불어 원하는 게임을 하게 할 생각이다.
▲ 교과별 테마학습 체험활동 중인 학생들
뷰티플 하모니로 행복+
박종용 교장은 노래대회에 출전하는 아이를 위해 손수 작사까지 할 정도로 아이들의 끼와 재능을 키우는데 관심이 많다. 학년별로 1인 1악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2학년은 멜로디언, 3~4학년은 리코더, 5~6학년은 단소로 3곡씩 학급별로 발표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대전법동초교가 위치한 지역은 문화적 환경이 열악하여 아이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학교에서 해결해 주고 있다. 토요방과후에 들려오는 신나는 드럼소리, 은은한 선율의 바이올린 소리, 스포츠 댄스의 경쾌한 발소리까지 학교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예술적 불모지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위해 미술관을 견학하는 등 예술교육과 감성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사제동행 에코힐링으로 행복+
교육복지우선지원 대상 학생이 전교생 621명 중 136명이나 되는 법동초등학교는, 교사와 아이가 1:1로 결연을 맺어 학업 이외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고민에 대한 상담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함께 나누며 사제 간의 따뜻한 정을 나누는 ‘사제동행 에코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선생님들은 제자에게 따듯한 사랑과 공감을 바탕으로 학교생활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개별 상담뿐만 아니라 가정 형편의 어려움으로 평소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화체험활동, 교과와 연계한 창의적체험활동 등을 경험하게 된다. 대전법동초등학교는 나눔과 배려를 통해 모두가 행복한 학생을 만들어 주려 노력하고 있다.
학부모와 함께하여 행복+
오전 8시 40분, 박종용 교장이 교통지도를 마친 녹색어머니 회원들과 교장실에서 커피타임을 갖는 시간이다. 어머니들은 교장실에 들어올 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교장 선생님이 직접 원두커피를 만들어 주어 너무 감격스럽다고 한다.
어머니들은 커피를 마시며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학교 경영에 대해 듣기고 하고, 평소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며 소통을 하고 있다. 박종용 교장은 학부모들과의 대화를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얻어 학교 경영에 반영하기도 한다. 체육시간에 운동장 여기저기에 널려 있던 실내화를 한 곳에 가지런히 모을 수 있는 외부 신발장을 설치한 것도 어머니가 제시한 아이디어의 산출물이다. 커피타임 후 어머니들에게 건네는 학교장의 명함은, 학교장과 학부모의 소통을 쉽게 만들뿐 아니라 학교폭력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가족보다 더 오래 생활하는 교직원의 행복+
“교장 선생님,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 교장은 3월에 부임하고 선생님들로부터 이런 건의를 받는다. 박 교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아니 한 발 더 나아갔다. 6~7년간 1년에 두어 번 정도 배구공에 손을 댄 선생님들을 위해 30여 시간의 체육실기연수를 마련했다. 선생님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퇴근 후 밤 8시까지 배구를 배웠다. 여자 선생님들로 배구팀도 조직하여 대회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 여자배구팀 조직 및 출전 기념
각계의 저명인사를 초빙하여 자체 연수도 가졌다. 선생님들에게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복무나 인사, 수학, 감사, 스마트교육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안목을 높였다. 계족산 산행을 비롯하여 미술관 견학이나 배구 대회 참여를 통해 교직원이 하나 되기에 힘을 기울였다. 선생님들이 단결하며 여러 분야에서 효과가 나타났다. 각종 대회에 참여하여 거둔 실적으로 교문의 현수막이 수시로 바뀌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얼마나 중요한 일이던가? 아이들의 마음을 얻고 학부모들의 마음을 얻는 일, 그것은 바로 아이와 학부모의 마음을 읽어 주고 그들의 삶이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 교육활동이 아닐까? 그리하여 아이들에게 꿈을 더해 주는 교육이 되도록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박종용 교장은 직접 운영하는 카페에 학교의 교육 활동을 올리며 학생들의 행복 교육 실현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어린이 회장단과 함께 한 박 교장
<취재: 함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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