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학교의 영향
김 성 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자발적 행동인 친사회적 행위는 개인과 집단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각종 범죄와 부도덕 및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친사회적 행동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친사회적 행동은 여러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만, 아동의 환경에서 부모 이외의 사람들과 제도가 친사회적 행동의 사회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부모 이외의 영향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이 글에서는 또래와 학교 프로그램이 친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여 학교에서 학생들의 친사회적 발달을 도모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한다.
학교 프로그램의 영향
아동들은 학교에서 도덕 교육과 훈련을 상당히 받지만, 그 경험이 친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효과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아동의 친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학교의 잠재적 영향을 파악하는 한 가지 길은 교실에서 친사회적 행동의 자연적인 발생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다. Hertz-Lazarowitz 등(1989)은 교실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친사회적 행동의 빈도가 아주 적다고(전체 행동의 4% 내외) 하였다. 그리고 유치원 아동에 관한 연구에서(Caplan & Hay, 1989), 교사들은 유아들의 친사회적 행동을 강화하거니 조장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
이와 같은 발견은 전형적인 교실 상황이 아동의 친사회적 관계를 빈번히 자극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친사회적 행동에 대한 명확한 기대가 교실에서 자연스러운 친사회적 행동을 유도하는데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타인을 돕는 기회를 아동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교실을 구성하는 것이 친사회적 행동을 조장할 수 있다. Bizman 등(1978)은 같은 나이의 또래들보다 어린 아이들과 같은 반에 수용된 유치원 아이들이 더 이타적임을 발견하였다. 또한 협동과 개별화 수업이 강조되는 진보적 교실의 초등학생들이 전통적인 교실의 아동들보다 또래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제공하였다.
유아교육기관이 유아의 친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기관에 다니는 유아와 다니지 않는 유아를 비교함으로써 평가되었다. Clarke-Stewart(1981)는 탁아소 경험이 사회적 발달의 효과를 잠정적으로 촉진시키며, 친사회적 행동 수준도 더 높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는 모호하다. Schenk와 Grusec(1987)은 탁아소 아동들보다 가정에 있는 아동들이 낯선 성인과 같이 있는 상황에서 더 친사회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낯선 아동을 돕는 데에는 두 집단이 비슷한 것을 발견하였다. Austin 등(1991)은 시설 보호 자체가 아동의 친사회적 발달에 믿을만하거나 일관된 효과는 없다고 하였다.
가정과 탁아소 아동의 차이는 제한적일지 몰라도 보호 상황의 질이 아동의 친사회적 행동과 태도에 미치는 기관의 영향 정도와 유형을 조절할 수 있다. 시설 환경의 질은 아동의 자제력, 공감과 사회적 능력, 배려, 긍정적 또래관계와 관계가 있다(Phillips 등, 1987)더욱이, 지지를 하며 온정적인 교사와의 상호작용은 교사의 친사회적 행동에 대한 아동들의 모방, 고통에 대한 동정, 초등학생들 간의 긍정적 상호작용과 연관되었다(Kienbaum 등, 2001). 게다가 Howes 등(1994)은 교사와 안정된 애착을 보인 아동들이 그렇지 못한 아동들에 비해서 낯선 또래들을 배려하고 공감을 보인다고 하였다. 교사와 아동의 관계는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나 탁아 경험보다 아동의 또래관계를 더 잘 구별하였다. 그러므로 학교 경험에 의한 영향의 유형과 정도는 친사회적 반응에 대한 영향 정도와 함께 보호의 질과 교사와 아동의 관계에 의해서 변화된다.
친사회적 행동과 태도에 관한 문헌에 입각하여 Solomon 등(2000)은 친사회적 반응을 육성하기 위한 학교 프로그램을 설계하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교사들은 규칙 제정에서 귀납적 훈육(induction)과 학생 참여를 강조한 학생 중심 방법을 학급 경영에 적용함으로써 학생들과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다른 면에서는 사회적 이해를 도모하고, 친사회적 가치를 내세우며, 지원활동도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프로그램에서 보다 제한된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5년간 시행과정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친사회적 행동에서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같은 양상은 교사의 일반적 능력과 협동 활동에서 학생들의 참여도가 통제되었을 때에도 유지되어, 아동의 친사회적 행동에 대한 프로그램의 효과가 단지 교사주도 협동 활동이나 효율적인 학급경영의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님을 시사하였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은 친사회적 행동에서 최상의 평가를 받았다. 프로그램은 처음에 도입했을 때 효과가 가장 컸으며, 그 효과가 교실 외로 일반화된 정도는 분명치 않았다(Battistich 등, 1991). 그러나 프로그램을 수행한 교사의 경험은 겨우 1년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기술을 발전시켜 일상적인 교실 활동에 프로그램을 충분히 통합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그 효과는 더 컸을 것이다.
공감을 배양하기 위한 다른 프로그램도 개발되었다. Feshbach와 Feshnach(1982)는 공감 훈련이 아동의 친사회적 행동을 상당히 향상시켰다고 하였다. 더욱이 교실 활동에서 협동교육의 사용은 협동과 친사회적 행동만이 아니라 타인의 수용도 조장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Hertz-Lazarowitz & Sharan, 1984). 어떤 연구자들은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Ascione(1992)는 초등학교에서 연간 40시간에 해당되는 인도적(humane)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연구하였다. 어린 아동들에게는 즉각적인 효과는 적었지만, 1년 후 공감과 인도적 태도에는 효과가 있었다.
요컨대, 친사회적 행동은 흔히 교실에서 직접적으로 증진되지 않을지라도, 양질의 조기교육과 든든한 사제관계가 친사회적 행동의 발달에 연관된다. 그리고 아동들의 친사회적 가치와 태도 및 행동을 증진시키기 위한 학교 프로그램은 효과적일 수 있으나, 대부분이 일부 아동들에게는 부적절한 약하고 단기적인 처방에 관한 것들이다. 이 프로그램을 다양한 대규모 집단에 적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사들의 상이한 수업방식도 흔히 문제가 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특히 시간과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효과적임을 주장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를 숙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6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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