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미래교육을 위한 교사 지원 정책 방안
남정권(교육공학박사)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변화무쌍한 날씨만큼이나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원인은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으나, 올바른 교육을 지향하는 교육정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제도일지라도 각종 장애들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실현하기 어렵다면 한바탕의 정치적 쇼로 끝날 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정치적 영향으로 인해 정책 따로 학교현장 따로인 ‘따로 국밥식 교육정책’이 되어왔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학교현장을 지원하기 보다는 거꾸로 학교가 교육정책을 지원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도 학교에 쉴 새 없이 날아드는 국회의원들의 각종 통계자료 요청은 IT 강국인 나라에서 통계 사이트 하나 구축하지 못하는지 의문이 든다.
학교교육에 있어서 교육과 교사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고, 교사는 교육을 위해 필요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교육과 교사를 분리하기 보다는 거시적 관점인 교육 차원에서의 정책을 토대로 미시적 관점인 교사 차원에서의 정책을 조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본고에서는 한국형 미래교육을 위한 우리나라 교사 지원 정책을 교육 관점에서 고찰함으로써 국가 백년대계라는 장기적인 교육정책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교육 관점에서의 교사 지원 정책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학생들이 교사를 경찰에 고발하여 경찰이 학교에 출동하는 일이 일상화 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나라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일부 교사가 교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무리한 조치를 가해 학생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망 속에서 스승과 제자라는 사제지간보다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대립적 관계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의 기저에는 과거 공급자 중심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최근에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되면서 수요자인 학생들과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진 탓도 있겠으나, 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적 제도와 정책들이 학교 현장을 무시한 채 정치적 개입으로 인해 교육 포퓰리즘을 양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과거 우리나라 교육은 교사를 중심으로 인재 양성을 통한 교사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왔다. 조선 태조 1년에 개국의 실세였던 배극렴과 조준이 이성계에 바친 22조목의 상언(上言) 가운데 첫 조목이 교육을 뜻하는 학교와 경제이고, 다섯 번째 조목이 교사를 뜻하는 사범(師範)이었다. 특히, 국왕 이하 모든 관료들이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임을 제시한 것을 보면, 조선시대 국가의 기초를 다지는 관료들은 교육과 교사 정책을 그 어떤 국정 영역보다도 중시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가 차원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국정에 반영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정 순위에서 경제나 문화, 복지, 과학, 외교․안보 등 다른 영역에 밀리고 있는 현실은 교사 없는 교육 개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1995년 실시한 5.31 교육개혁 조치 이후 20년 넘게 교육 개혁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육적 관점에서의 주된 병적 증상들과 치유 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이다. 따라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 양성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교육정책들은 교육의 본질이라는 질적 수준 보다는 양적인 실적 중심에 치중하다 보니, 매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각종 교육정책들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새로운 정책들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처럼 교육의 질적 가치가 빠진 외형적인 모습의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교육은 일시적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뿌리 없는 조화처럼 창조적 생명력을 잃고 곧 시들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교육도 시대의 변화와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때로는 변해야 하겠지만,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학교현장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교실붕괴와 교권추락의 기저에는 교육의 본질 훼손과 함께 훼손된 교육의 본질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 교육이 충실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교육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 평준화 정책은 실력 있는 인재의 육성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어왔다. 실력 있는 학생은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부족한 학생들을 끌어올리는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교육 평등이라는 미명 아래 실력 있는 학생을 끌어내리는 각종 규제와 정책들로 인해 우리나라 교육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린 채 하향평준화가 되고 말았다. 또한,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겠지만, 학생 수를 예측하지 못한 무분별한 대학 설립으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대학생 수가 더 남아도는 기현상이 일어난 지 오래이다. 또한, 학생들의 실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과 함께 내신 성적에만 의존한 엉터리 대학 입시 선발 방식 등은 교육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 정상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미리 배워야만 하는 학습 내용을 대학교에서 다시 가르쳐야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 정부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특성화고등학교의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특성화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는데, 교육의 본질보다는 전문 지식 습득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인성교육은 뒷전인 채 군 입대와 아르바이트생을 취업생으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취업한 학생들조차 회사의 중간 도산으로 인해 청년 실업은 오히려 늘어나고 말았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상향평준화를 통해 질 높은 교육을 실현해야만 한다. 즉, 대학은 꼭 가야만 하는 사람이 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되, 학생들이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누구나 먹고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특성화 고등학교 정책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또한, 대학과 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시기별로 반드시 이수해야만 하는 실질적인 교육과정이 적기에 이루어져야 하며, 인성교육을 비롯한 기본교육의 충실을 통해 훼손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정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둘째, 너무 잦은 국가의 교육과정 변화는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1946년 미군정하의 교육에서 교과 및 교수 내용의 주제와 제목을 열거한 것이 기초가 되었다. 1954년 제1차 교육과정 중심 교육과정을 시작으로 제7차 교육과정이 이루어졌으며, 2007개정 교육과정을 비롯하여 2009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번이나 교육과정이 변한 것을 보면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무색할 지경이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의 변화는 필요하겠지만, 정치적인 영향으로 인한 잦은 교육과정의 변화는 학교현장에서 뿌리를 내릴 겨를도 없이 따라가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쏟아낸 수십 가지의 교육정책들은 교육 포퓰리즘으로 부풀려져 다시 수정해야만 하는 정책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기 보다는 기존의 정책들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개선책을 세워 단 한가지만이라도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한 번의 교육정책 변화가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에서는 사소한 미풍이 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강력한 태풍이 되어 결국은 국가 전체에 엄청난 교육 쓰나미를 몰고 오는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의 변화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학생의 올바른 진로와 직업교육의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학생의 입장에서 진로와 직업은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학생들의 진로와 직업선택은 조기에 학생의 소질이나 적성을 정확히 진단하여 안내하거나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게 현실이다. 독일의 경우, 제도적으로 조기에 교사들이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정확히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진학이나 취업을 선택하도록 돕고 있으며,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사의 상담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여 자신들의 진로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게 되고, 그 선택마저 학생의 적성이나 소질보다는 성적점수에 밀리거나 학부모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 진로가 결정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학교와 정부만을 믿고 고등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 결정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면서 대학이나 취업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현장을 철저히 분석하여 얻어진 제대로 된 교육정책이 아니라, 탁상공론식의 일시적인 이벤트성 정치 교육으로 인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정책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심각한 문제는 정치적인 입장에서는 교육정책이 한바탕의 정치적 쇼로 끝나면 그만이겠지만, 정부를 믿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던 학생들의 잘못된 진로와 직업선택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데 있다. 따라서 미래교육을 위해서는 진로와 직업선택은 조기에 결정하는 제도적 시스템의 마련과 함께 학교는 물론 정책을 추진하는 담당자와 국가가 책임감을 갖고 학생들의 진로와 직업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6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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