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사회적 행동의 발달에 관한 이론적 관점
김 성 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반사회적 행동과 대립되는 친사회적 행동은 공감, 동정, 협동, 봉사, 원조와 같은 타인의 이익을 위한 자발적인 행동이지만, 이기적이거나 실용적인 관심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이유로 수행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친사회적 행동에 관한 수많은 경험적 연구의 기초가 되는 철학적, 심리학적, 생물학적 관점을 검토하여 전체적인 조망과 함께 상호 연관성을 시사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고려는 친사회적 행동을 포함한 긍정적 인간 행동의 복합적인 면을 감안하여 그 구체적인 증진방안을 탐색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근래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같은 청소년 비행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철학적 기원
친사회적 행동의 철학적 개념은 종교적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계율은 기독교의 기본이고, 부상당한 사람을 동정하며 도와준 착한 사마리아인의 예도 흔히 인용된다. 불교에서도 궁극적 행복인 열반(nirvana)에 이르는 덕목을 자비와 동정, 측은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철학에서 종교적 영향을 고려할 때 철학자들이 친사회적 행동의 기원을 논한 것은 놀라운 일이 못된다. 그들은 인간의 행동이 진정으로 사심이 없는 것인지 토론하였다. 이기심을 주장한 Thomas Hobbes에 의하면, 이기심이 도움 행동을 유발하며, 친사회적 행동의 동기는 자신의 고통을 완화시키려는 것이다. 그는 협동의 유일한 동기도 외부 요인에 의한 두려움에 있다고 믿었다.
그 후 철학자들은 이러한 이기적 이론을 반박하였다. Rousseau는 인간성이 기본적으로 선하며 타인에 대해 선천적으로 민감하다고 믿었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만일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고상한 마음과 감수성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면 타인에 대한 강한 도덕적 의무감과 공동선에 대한 관심이 발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천적 도덕성이 사회에 의해서 부패된 것이다. Kant도 이기적 원리를 반박하고, 행위가 의무라면 자신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행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친사회적 행동과 가치는 의지와 자제력을 포함하고 있으며 감정과는 전적으로 분리된 보편적 원리에서 유래된다는 것이다.
Nagel(1970)은 순수한 합리적 이타심과 동정이나 사랑과 같은 감정에 의한 행동을 구별하였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원조 과정에서 감정이 개입되면 순수함이 변질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David Hume(1975)은 동정이나 자비와 같은 도덕 감정은 인간 행동의 기본적 동기이며 친사회적 행동은 흔히 이와 같은 동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동정과 공감은 인간의 선천적 경향으로 간주되었다. 이와 비슷하게, 동정 및 이와 관련된 정서적 반응은 Smith(1982)의 도덕적 및 사회적 체제의 핵심 요소이었다. Smith는 동정이 선천적인 것이며, 타인의 조건에 대한 지각과 순수한 이타적 이유로 그들의 행복을 원하는 마음에 의해서 자극된다고 믿었다. Smith에게 동정심은 타인의 고통에 관한 유일한 기초적인 인식은 아니며, 상황과 연관된 개인의 여러 면에 관한 인식에 의해 영향을 받는 복잡한 능력이다.
Lawrence Blum(1980)은 도덕성에서 정서의 역할에 관한 Kant의 일부 생각에 특히 반대하였다. 그는 합리적 과정이 언제나 도덕적 행동을 야기하진 않으며, 의무감도 동정심과 같이 개인적 고통을 왜곡하거나 약화시키는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동정이나 공감과 같은 감정은 타인의 관점에 대한 이해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가끔 합리성을 자극하고 그 이상으로 수준높은 친사회적 행동을 일으킨다고 설명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Slote(2004)도 배려가 도덕적 판단에 포함된 진정한 덕목이며, 공감이 타인에 대한 배려에 입각한 도덕적 발달에서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였다. 신학과 철학에서 이타적 사랑과 아가페(agape)에 관한 언급은 사심없는 사랑과 외집단에까지 확대된 배려의 개념과 관련된다.
요컨대, 철학자들은 인간을 주로 이기적이거나 관대하거나 그 중간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인간성과 이타심에 관한 철학적 논란은 현대 심리학, 특히 사회 및 진화 심리학에 잘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동기와 친사회적 행동의 개념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철학적 관심은 발달 연구에서는 그다지 분명치 않고 인지발달이론의 영향을 받는 도덕 판단 연구에 주로 반영되어 있다.
심리학적 이론
발달심리학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이론들은 친사회적 발달에 관한 사고에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정신분석이론, 행동주의와 사회적 학습이론, 인지발달이론에 적절한 개념이 논의된 후, 공감발달에 관한 Hoffman(2000)의 이론적 기여와 Grusec과 Goodnow (1994), Staub(2003)의 사회화에 관한 사고에 의해 영향을 받은 친사회적 행동에 관한 근래의 연구들이 소개되고, 그 개념적 기초도 간단히 언급될 것이다.
정신분석이론
Freud의 정신분석이론에서 아동들은 자기만족을 위한 선천적이고 비합리적인 성적, 공격적 충동(즉, 이드)을 갖고 태어난다. 그들은 자신의 적대적이고 성적인 충동과 부모의 적대감이나 애정의 상실에 관한 두려움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4-6세경에 초자아(양심)를 발전시킨다. 초자아는 아동이 동성 부모의 가치관을 내면화한 동일시 과정의 결과이다. 초자아가 발달되면, 아동은 친사회적 행동을 하지 않는데 따른 양심에 가해진 죄책감을 피하려고 또는 그와 같은 행동에 따라 내면화된 가치에 입각하여 친사회적 행동을 한다.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죄책감이나 자기파괴적 경향 또는 성적 충동이 이타심의 토대가 된다(Glover, 1968). 친사회적 행동은 흔히 초자아의 비합리적인 요구에 대응하려고 자아(성격의 합리적인 부분)가 사용하는 방어기제이다.
그러나 Freud와 다른 정신분석학자들은 간혹 이타심의 보다 긍정적인 토대를 인정하였다. 개인의 발달은 일반적으로 이기적으로 여기는 행복의 추구와 이타적이라고 하는 지역사회의 다른 사람들과 융합하려는 충동인 두 경향의 상호작용의 산물로 보인다는 것이다. Ekstein(1978)과 같은 이론가들은 공감, 동일시, 내면화의 발달에서 초기 모자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Freud의 강조를 더욱 지지하였다.
아마도 친사회적 반응의 이론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연구의 가장 큰 공헌은 동일시의 개념일 것이다. 1960-70년대의 사회적 학습이론가들은 이 개념을 긍정적인 부모자녀관계의 결과로 부모의 규준이나 가치관을 아동이 내면화하는데 적용하였다. 이와 같은 이론적 관점은 이타심의 사회화에 관한 초기 연구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행동주의와 사회적 학습이론
초기 행동주의자들은 아동이 주로 조건형성(conditioning)과 같은 기제를 통하여 학습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친사회적 행동을 조장하는 강화의 역할에 관한 비교적 초기의 연구(Hartmann 등, 1976)와 조건형성에 의한 공감 발달 연구(Aronfreed, 1970)에 반영되었다. 사회적 학습이론가들은 인지과정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사람들은 관찰과 언어로 행동의 결과를 대리 학습할 수 있다. 모방은 도덕적 행동과 기준의 사회화에서 중요한 과정으로 간주된다(Bandura, 1986).
최근의 인지적 사회학습이론에서는 도덕발달의 인지적 요소와 환경 영향의 상호작용이 복합적이라고 간주되고 있다. Bandura(1986)와 Hoffman(2000)에 의하면, 도덕적 규칙이나 행동 기준은 직관, 타인의 평가, 모델과 같은 여러 정보에 의해서 형성된다.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은 어떤 요인들이 도덕적으로 연관되며 그 각각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배운다. 부모는 다양한 행동에 대한 대안과 기대 및 관련 상황의 정보를 제공하며, 도덕적 행동의 시범을 보이고, 자녀의 여러 행동을 강화하며, 죄책감과 같은 자기 평가 반응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사고와 행동 및 환경이 모두 상호작용을 하며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관심과 조절과정도 도덕적 행동의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덕적이고 친사회적인 기능은 냉정한 추상적 사고가 아니라 자체 반응과 다른 조절 과정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간주된다(박재주, 박균열, 2011; Bandura, 2002). 그리고 감정 조절도 친사회적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 정서 조절에 관한 자기 효능감은 공감적 효능감과 관련되고, 친사회적 행동에도 연관된다(Bandura 등, 2003). 따라서 기본적인 정서 상태를 관리하는 자기 효능감은 공감 반응과 친사회적 행동을 결정하는 인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지발달이론
Piaget와 Kohlberg에 의해서 대표되는 인지발달 관점은 도덕적 행동보다는 주로 도덕적 사고와 다른 사회적 인지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Kohlberg(1969)는 도덕발달을 사회인지적 작용의 발달에 의해서 보편적이고 체계적인 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도덕성에서 인지, 특히 관점 이해를 강조하며 정서와 사회화의 공헌은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동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는 Piaget와 Kohlberg의 가정 때문에 인지발달이론에 영향을 받은 연구자들은 타인지향적 친사회적 행동이 어릴 때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Kohlberg의 이론은 Eisenberg(1986)의 친사회적 도덕적 추리에 관한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Eisenberg는 친사회적 도덕적 사고의 발달에서 사회인지적 발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으나, 친사회적 사고의 모든 단계가 보편적이거나 체계적으로 통합되는 것으로 여기진 않는다. 그보다는 환경과 정서적 요인이 친사회적 사고의 발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도덕적 사고에 대한 Eisenberg의 개념은 전통적인 인지발달적 관점과는 상당히 차이를 보인다.
현재의 추세: 긍정적 심리학
긍정심리학은 아직 충분히 발전된 이론은 아니지만 친사회적 행동의 연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관점이다. 친사회적 행동은 1970-80년대에 인기있는 연구 주제이었으나, 80년대 후반 이후 관심이 감소되었다가 90년대 후반에 긍정심리학 운동의 영향으로 부활되었다. 이 운동은 인간의 심리적 기능의 부정적인 면에 대한 관심에 반발하여 인간의 장점을 부각하려는 노력이다. Seligman과 Csikszentmihalyi(2000)가 요약한 바와 같이, 긍정심리학 분야에서는 복지와 같은 주관적 경험, 사랑과 용서와 같은 긍정적 특성, 책임과 이타심 및 직업윤리와 같은 시민의식을 고양시키는 덕목에 관심을 두고 있다.
친사회적 행동은 긍정심리학 운동에 가장 열성적인 연구자들에게는 주요 관심 주제가 아니지만, 일부 심리학자들은(Eisenberg & Wang, 2003) 동정, 협동, 인내, 이타심과 같은 대인관계의 장점이 긍정심리발달에 관심있는 학자들에게 주요 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친사회적 및 공감 발달은 긍정심리학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으며(Lopez & Snyder, 2003), 긍정심리학 운동은 친사회적 행동과 동정심에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5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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