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교사의 역할
남정권(교육공학박사)
최근 정부에서는 성취평가제를 비롯한 각종 교육 정책들이 개발되어 학교에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그러한 정책들이 왜 필요하며,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 수행 주체인 교사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학교 구성원의 주체인 교사들이 수립된 정책의 목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시일 내에 정책을 적용하려는 조급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최근 교육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본 후, 이에 따른 교육적 배경을 분석하여 제시함으로써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역할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1. 교육의 정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에 대한 정의는 당시의 시대 상황과 교육자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중세시대의 교육은 철학적 관점에서 교육의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되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산업화 시대의 교육은 교육의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한 나머지 교육 그 자체의 목적을 중시하는 본질적 기능과 함께 교육외적 실현을 위해 교육이 도구로서 사용되어야만 한다는 수단적 기능이 대립되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구를 하나로 묶는 세계화에 적합한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처럼 교육은 국가나 시대가 요구하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정의되고 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독학보다는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과의 관계망 속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의 관계망과 함께 심리학적, 철학적 관점에서 교육을 조명해 봄으로써 우리나라 교육정책 수립의 배경과 목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교육철학에 따른 주요이론
가. 행동주의와 객관주의
행동주의는 손다이크(Thorndike, 1913)와 파블로프(Pavlov, 1927)에 의해 20세기에 시작된 이론이다. 행동주의 원리는 자극(S: stimulation)과 반응(R: response)간의 연합에 의해 구성된다. 고전적 조건 형성이론과 시행 착오설이 대표적인 행동주의 이론이다. 고전적 조건 형성이론은 소련의 생리학자 파블로프가 주장한 이론이다. 개에게 고기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들려주었더니, 나중에는 개가 종소리만 듣고서도 침을 흘린다는 이론이다. 이처럼 고전적 조건 형성이론에서는 무조건 자극인 고기를 주지 않더라도 조건자극인 종소리에 의해 조건반응(침)을 보인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교사가 부정적이거나 무서운 자극으로 학생을 계속 대하게되면, 학생은 교사로 인해 교사 뿐만 아니라 학교까지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시행 착오설은 손다이크에 의해 정립된 이론이다. 쥐를 미로에 넣고 먹이를 주어 실험한 결과, 처음에는 쥐가 먹이를 쉽게 찾지 못했으나, 계속된 시행과 착오를 거치면서 나중에는 매우 빨리 먹이를 찾게 된다는 이론이다. 또한, 스키너(Skinner)는 조작적 조건 형성이론을 제안하였다. 이는 스키너가 고안한 상자를 이용하여 쥐가 지렛대를 밟을 때만 먹이가 나오도록 하였다. 그 결과 쥐는 처음 3분에서 20분 정도 까지는 지렛대의 반응 없이 탐색 반응을 보였으나, 우연히 지렛대 반응으로 먹이를 얻게 된 후에는 빠른 속도로 반응하여 먹이를 얻게 되었다. 따라서 쥐의 행동은 환경에 스스로 작용하여 어떤 결과를 만들어낸 것(조작)이며, 이러한 절차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조작적 조건 형성이론이다. 따라서 행동주의 이론에서는 긍정적인 환경과 부정적인 환경에 따라 학생의 행동에 대한 빈도수는 증가하거나 감소 할 수 있다고 본다.
나. 구성주의와 주관주의
구성주의는 1970년대 지식 획득에 대한 급진적 구성주의의 접근이라는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구성주의에 기여한 학자로는 듀이, 피아제, 비고츠키, 브루너 등이 있는데, 듀이는 진보주의 철학을 통해 구성주의 형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은 구성주의적 사고의 논리적 틀을 제공하였으며,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ZPD: 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이론과 스케폴딩(Scaffolding) 개념은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브루너는 발견학습을 통해 학생이 인식의 주체로서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구성주의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 관계망에서 학생을 내면적(마음 중심) 존재로 인식하는 급진적 구성주의(radical constructivism)와 외인적(세계 중심) 존재로 보는 사회적 구성주의(social constructivism)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구성주의는 어떠한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인식론에 있어서 피아제의 이론에 기초한 인지적 구성주의와 함께 비고츠키의 이론을 배경으로 한 사회적 구성주의로 나누어진다. 구성주의 관점에서 인간은 사물처럼 객관화하고 조직화하고 구조화하여 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사고와 경험에 의해 개인적인 의미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학습은 개인의 특성과 환경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며, 교사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학생과의 상호작용이 우선시 된다. 또한, 인간의 주관적인 구성에 의해 학습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학생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단순한 학습 결과보다는 학생이 학습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 중심의 학습이 되어야 한다.
구성주의 학습 환경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학습의 의미는 지식을 구성하고 있는 과정 속에서 정보해석을 통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학생은 의미창출을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둘째, 구성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함으로 학생 스스로 학습하려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이를 돕는 다양한 매체의 사용과 함께 학습 경험이 중시되는 능동적인 학생관이 필요하다. 셋째, 비 구조화된 환경 속에서 각기 다른 개개인의 학습 경험과 문화적 맥락(context)을 이해하고 사고의 자유로움을 보장하는 인지적인 융통성이 필요하다. 넷째, 학생 모방이나 관찰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서 모방, 지도, 조언, 성찰학습(reflection learning)을 위한 인지적 도제이론과 협력학습이 중요하다. 다섯째, 앵커드 수업(Anchored instruction)이론에 의해 실제적인 상황 속에서 경험을 필요로 하는 역동적이며 정교화된 학습이 필요하며 경험적 학습이 중요하다. 구성주의 학습 환경에서 교수설계는 복잡하고 비 구조화된 학습 환경에서 학생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문제해결 학습(problem solving learning)이 선행되어야 하며, 학습 상황과 현장의 적응성을 고려한 상황적 학습(situated learning), 적응적 학습(adaptive-learning)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학습의 이론 보다는 경험에 기초한 경험적 학습(experienced learning)의 토대위에 학생과 학생간, 또는 교사와 학생간의 협력을 중시하는 협동학습(collaborative-learning)을 중심으로 설계해야만 한다. 또한, 결과 보다는 과정 속에서 학습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학생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독창성을 되살리는 통합적(integrated) 형태의 교수설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학습 평가 방식은 결과 보다는 학생이 학습하는 과정 속에서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능력과 함께 정보처리 능력, 적응 능력 등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의 평가가 되어야하며, 학생의 학습상황과 함께 독창성과 참신성을 이끌어내는 고차원적인 사고력 평가가 중요하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3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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