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연수 제도화의 필요성
김 성 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초중등교사는 방학 중에도 시․도 교원연수원에서나 자체적으로 정기 연수를 받으며 공개수업을 통한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는 그와 같은 연수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대학에는 교육실습 경험이 없는 교수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더구나 근래에는 대학생의 수준이 저하되고 강좌당 학생 수도 중등학교의 학급보다 많은 경우가 적지 않아 잘 가르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수업만을 비교해 본다면 특히 경험이 적은 젊은 교수들은 중등학교 교사보다 교수방법에서 부족한 점이 많을 수 있다.
수업을 예정시간보다 짧게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1시간 이상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젊은 교수들이 열성이 넘치면 중도에 끝내기 어려워 그대로 계속하는 것이다. 또는 마지막 시간에 강의를 배정하여 처음부터 시간 초과를 예고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수업에서는 교수들이 대체로 열성적으로 가르치는데 자부심마저 갖고 있다. 다른 수업에 지장을 주거나 학생들의 개인적 일정에도 차질을 빚는다는 것을 개의치 않는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교수가 수업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정해진 시간에 끝내지 못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수업 중에 학생들과 교류도 없이 혼자서 계속 강의만 하거나 수업과는 무관한 개인적 얘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하거나 예정된 진도의 반도 나가지 못하고 학기말을 맞는 교수도 있다. 수업 중에 파워포인트를 많이 사용하고는 있지만 속도 조절이 미흡하거나 설명이 부족하여 학생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교재에 첨부된 파워포인트를 보완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출판사에서 제작한 파워포인트는 내용이 너무 간단하거나 부실한 것도 적지 않다. 물론 학생들은 이해를 하지 못해도 질문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연로한 교수들은 파워포인트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서 전통적인 강의방식에만 의존하기도 한다.
수업 중 학생들의 질문이 있어도 충분히 설명을 하지 않거나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전준비를 잘 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한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정년이 보장된 소규모 지방대학 정교수들은 논문 제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지위나 명예, 정치적 활동에 관심을 더 많이 두고 연구는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 그 기간이 장기화되면 연구 능력과 의욕도 감퇴되고 사실상 연구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게 되어 자신의 전공분야에 관한 최근 변화와 발전상을 알지 못하게 된다. 정교수들에게도 일정 기간 연구업적이 없으면 직급 강등과 같은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교수들은 대학원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수요원을 배출하는 국내 대학원 교육 부실의 책임도 어느 정도 져야 할 것이다. 많은 대학원에서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학생 모집을 위해 외국어 시험을 폐지하고 수업 시간에도 국내 서적이나 번역서를 교재로 사용하며 학위논문도 대행하는 경우가 있고 학사관리도 느슨하다보니 박사학위를 받고도 논문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양적 팽창에 치중한 결과, 대학생만이 아니라 대학원생의 질도 저하되어 교수의 자질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전개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업 중 발표를 시키는 경우에도 교수가 평을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학생들 자체적으로 진행시키고, 예체능 실습의 경우에는 교수가 아예 실습실에 들어오지 않거나 조교에게 맡기기도 한다. 부실수업으로 최근에 해임된 울산의 어느 음대교수는 자신의 행위가 음악대학의 관행이라고 반발하며 몰염치하게 재심을 요구한 바 있다(조선일보, 2012, 11월 6일). 현장 답사에서도 중등학교 수학여행처럼 견학보다는 여흥에 관심을 더 많이 두기도 한다.
수업에 관련된 과제 부여도 문제가 많다. 수업과 연관성이 부족한 과제도 있고 과제에 대한 점검이 소홀하며 제출 여부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학생수가 많고 수업조교가 없으면 과제를 전부 읽고 가필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과제를 부과했으면 검토 후 반환해야 학생들은 자신이 노력한 결과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과제를 반환하지 않거나 학기말에 취합하는 경우에는 그 결과를 학생들이 알지 못한다. 과제 작성에서 무엇이 잘 되고 못 되었는지 확인해야 차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베끼는 것도 공부가 된다고 억지 주장을 하는 교수도 일부 있지만, 타인의 자료를 표절하지 않고 제대로 인용하는 방법도 과제 검토 과정에서 지도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문장을 길게 쓰는 경험이 적고 가급적 휴대전화 문자만 간단히 주고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는 현실에서 논문 형식의 과제 작성은 논리적 사고와 표현력 배양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2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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