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발달에 관한 오해 10가지
김성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상식적으로 여기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사실과 크게 다른 경우가 많다. 특히 자녀양육과 지도에 관해서는 우리 모두가 지대한 관심이 있고 전문가임을 자처한다. 지능은 유아기에 발달하기 때문에 그 시기에 각종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켜야 남보다 앞설 수 있고, 매를 너무 아끼면 아이를 버릇없는 응석받이로 만들며, 어릴 때 어머니와 떨어져 있게 되면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믿는다. 이와 같은 믿음이 과연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 검토함으로써 아동발달에 관한 확실한 지식을 토대로 자녀양육과 지도에 임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아동발달에 관한 사항 10가지를 간략히 제시한 것이다.
1. 유아기에 아동의 장래 지적 능력을 예측할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은 유아 초기의 발달(앉고, 기고, 옹알이하는) 속도와 질이 장래 능력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어머니를 인식하고, 페이지를 넘기고, 말을 따라하기 등을 측정하는 유아지능검사를 실시한 후, 나중에 동일인의 문제해결, 추리, 언어능력을 측정하는 지능검사를 실시하여 결과를 비교한 바, 상관은 대수롭지 않게 나타났다. 초기에 감각운동 과제를 잘 하는 능력은 나중의 지적 능력과 별 관계가 없는 것이다. 유아의 세계는 아주 달라서 나중에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조차 유아기에 성인 지능의 절반 정도가 발달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유명한 미국의 교육학자 Bloom(1964)이 생후 4년간 발달이 그후 18세까지의 발달과 비슷하다는 오래된 주장을 내세운다. 그의 주장은 유아기 발달에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4세가 되면 주의집중 시간과 수검의욕이 증가되어 성인 지능에 대한 예측력도 높아져 50% 정도의 정확성을 보인다. 검사의 재검사 기간이 짧을수록 신뢰도 지수가 증가하는데 이 곡선을 지능발달곡선으로 오해한 것이다.
2. 유아기에 자극을 많이 받을수록 좋다.
유아는 외부 자극에 수용적인 것은 분명하니까 부모는 처음부터 유아의 감각을 훈련시키려고 방에 여러 가지 물건을 두고, 음악을 들려주며, 읽고 말한다. 자극적인 환경이 아마도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지적 능력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은 신화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초기에 자극을 많이 제공할수록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자녀를 진학을 위해 훈련시키려는 많은 부모들의 과욕으로 유아는 지나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유아들이 생리적으로 준비된 이상으로 많은 자극을 받으면 발달이 억제될 수 있다.
아동심리학자들(Jerome Kagan, Paul Mussen, John Conger)은 밝은 색의 모빌을 붙잡기에는 너무 미숙한 3주된 신생아는 모빌의 존재 자체에 당황해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자극을 다 감당하기 어려운 유아에게는 지나친 자극은 불안을 유발하여 울거나 흥분하거나 자극을 밀어내게 만든다. 또는 위축되거나 무관심하여 잠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단서가 있으면 심화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3. 어머니가 자리를 뜰 때마다 아이가 울면 정서불안의 표시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모든 아이들은 정서불안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발달 초기에 모든 아이는 어머니나 다른 보호자와 격리될 때 흥분하거나 울거나 불안상태에 전형적인 심박 증가를 보인다. 8개월에 시작하여 12-15개월에 대개 정점에 달하는 이와 같은 경험은 고통스럽지만 그 충격은 곧 약화된다. 사물의 존재를 감각에만 의존하는 유아는 일단 존재하는 사물이 시야에 보이지 않더라도 언제나 존재한다는 대상항상성(object permanence)의 개념을 습득하는 2세 전후에 이르면 분리불안이나 낯가림이 대부분 사라진다. 집에서 자라거나 시설에서 성장한 아이도 마찬가지로 격리불안을 보인다. 물론 그러한 경험의 시작과 지속성에서 개인차는 있지만, 유아의 성격이나 양육방식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4. 유아의 요구에 너무 빨리 순응하면 그를 망친다.
아동심리학자 Ainsworth(1989)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모자 상호작용을 세심히 분석하였는데, 어떤 어머니는 유아의 울음이나 야단법석에 즉각 반응하고, 다른 어머니는 그런 행동이 자녀를 지나치게 받아줘서 정상적인 발달을 해친다고 믿었다. 그러나 신생아 시기에는 부모의 신속한 반응과 관심에도 버릇없게 되지 않는다. 유아는 자신의 고통의 신호에 신속히 반응을 받으면 더 순응적이고 독립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유아의 도움 요구에 반응이 늦거나 없으면 울거나 칭얼대며 독자적으로 탐색하기를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
5. 모자간의 유대는 출생 직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부모와 신생아 간의 절호의 피부접촉 기회에 관한 생각은 동물연구에서 발생하였다. 연구자들은 양, 병아리, 오리, 백조, 기타 동물들이 출생 직후에 처음 움직이는 대상, 즉 어미를 보면 애착이 형성되어 추종하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음을 증명하였다. 어미의 이미지가 새끼의 마음에 각인되어 지워질 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을 각인(imprinting)이라고 한다. 이 과정이 방해를 받으면 모자관계를 인도하는 신호체계가 무너져 신생아의 행동도 무질서하게 된다.
그러나 병아리와 유아의 비유는 지나친 비약이다. 비슷한 결정적 시기가 보호자에 대한 애착(attachment)이 훨씬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인간에게는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고정적이고 일회성의 상황이 아니라 애착은 역동적이고 계속적인 과정이다. 그러므로 상호적인 애착은 조산이나 모자의 질병으로 초기 접촉이 지체되는 경우에도 이루어질 수 있다. 게다가 안정 애착은 생후 수년이 지나서 입양부모와도 발전될 수 있다. 아동의 장래를 결정하는 단기간의 기적적인 모자 상호작용의 기간이란 없다. 자녀 성장에 이로운 애착 형성의 기회는 부모역할이 시작된 오랜 후에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격리기간이 지나치게 긴 경우에는 후유증이 쉽게 호전되지 않아 성장 후에 대인관계와 적응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발달의 결정적 시기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Bowlby, 1989; Cassidy & Shaver, 2010; Harlow, 1958). 따라서 모자간 유대관계의 단절이 장기화되는 것은 분명히 좋은 현상은 아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1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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