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교를 찾아서] 서울 봉림중학교
'급식문화 프로젝트'로 글로벌 인재 육성
서울 봉림중학교 정 금 배 교장
그리스 음식 ‘무사카’, 독일 음식 ‘슈바이네학센’, 러시아 음식 ‘보르쉬’, 이탈리아 음식 ‘빠네-크림소스’, 인도 음식 ‘파낙파니르 커리’……. 푸드 프로젝트를 통해 생소한 이름의 세계 음식을 학교급식으로 제공해 영양과 만족도는 물론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봉림중학교. 단순히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올바른 식생활과 식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봉림중을 찾아가 보았다.
‘잔반 없도록’ 노력하다보니 ‘맛있는 음식’ 만들게 돼
“학교급식에서도 이런 메뉴가 가능하구나 하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는 정 교장은 “다양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이 민간에서는 자연스럽지만 학교에서는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그것을 깨뜨린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침을 결식하는 학생들에게 빵과 음료라도 제공하고자 조식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아침에 문을 여는 음식점이 드물어, 분식집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봉림중학교가 위치한 관악산 자락 일대에는 생계형 맞벌이에 나서는 가정이 많아 ‘점심 한 끼라도 맛있게 제대로 먹이자’는 생각으로 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요즘 ‘에코음식’을 강조하는데 맛과 영양면에서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정 교장은 “영양과잉의 학생들에게는 에코음식이 효과적이겠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되, 재료를 제대로 준비하자는 것이 정 교장의 생각.
또 정 교장은 과거 외교관으로 15년간 봉직해온 경험을 살려 학생들에게도 급식을 통한 세계화와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의식을 심어주고자 세계 음식을 급식에 도입했다. 2주에 한 번 외국 음식 식단을 마련하고, 새로운 음식을 접하기 전 아침 방송을 통해 오늘의 메뉴에 대한 유래와 만드는 방법 및 특징 등을 소개하며, 전통 복장을 입고 그 국가를 소개하는 이벤트도 실시했다. 다양한 레시피의 개발을 위해 윤경순 영양교사는 음식문화연구원을 수강하며 연구했다.
2011년부터 시작한 이 같은 사업은 올해로 3년차를 맞이했다. 한 해 동안 학생들이 음식을 통해 접한 나라는 20여개 나라다. 그동안 만들었던 레시피를 책자로 만들어 보급하였더니, 다문화 학생 비중이 높은 지방 학교에서 활용도와 효과가 높아 윤 교사는 전국 학교에서 특강 요청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학교급식 만족도 조사에서 94.6 퍼센트가 보통 이상으로 만족한다는 결과가 나온 봉림중은 교육부가 인정한 ‘대한민국 좋은 학교’로 지정되어 다른 시도교육청에서까지 관심을 가지는 ‘세계 음식 분야의 롤모델’이 되었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배려’와 ‘소통’ 능력 길러야
“평교사 시절, 학생을 가르치고 기르는 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늘 생각했다”는 정 교장은 “교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이 열심히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비전을 심어주며 선생님들이 좀 더 열정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도록 배려와 지원하며 도와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학교만 애써서는 절대 안 되고, 가정과 마음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 강남의 학교 학부모총회에서는 학교 강당이 꽉 차지만, 이곳에서는 썰렁하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한 정 교장은 학부모 독서모임과 봉사활동, 자매결연의 활성화에 힘써 ‘학부모 학교참여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중학생 시기에는 책을 많이 읽어 마음의 양식을 풍부하게 하며 기본적 소양을 기르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한번 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정 교장은 학교에서 꼭 교육해야 하는 것은 ‘배려하는 마음’ 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배려’와 ‘의사소통 능력’을 위해, 봉림중은 다양한 수련활동과 사제동행 프로그램 및 전학생이 음성 꽃동네로 3박 4일 봉사활동을 하는 등 배려와 소통의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함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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