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교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떤 반, 어떤 업무를 맡게 될까”이다.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다루기 어려운 고학년 담임 혹은 무거운 업무를 선뜻 담당하는 교원이 없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신규교사나 전입교사에게 맡기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 같은 업무 분장 관련 고충을 해소하고, 담임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없앤 학교가 있어 주목된다.
인천 소재 산곡남초등학교에서는 지난 2년간 ‘담임교사 행정업무 제로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담임교사의 행정업무를 모두 회수하여 교장, 교감, 업무부장교사, 교과전담교사와 학교장 회계직이 분담하여 처리하는 학교경영 시스템의 혁신과 업무프로세스의 개선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국 어느 학교에서도 볼 수 없는 혁신적인 학교경영 사례이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담임교사의 행정업무 제로화로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고, 담임교사는 각 학급의 ‘학급경영 책임관’이 되어 자율적이고 책임 있게 학급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담임교사는 학생들과의 개별상담을 통하여 문제 발생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학습부진이 보이는 학생들을 책임 지도함으로써 학습부진의 누적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담임교사의 비본질적인 업무처리의 해소로 확보된 시간은 학생 개개인의 특기·적성 지도는 물론 학습활동 모습, 학습지도 결과, 교우관계, 학교 및 학급행사 등을 실시간으로 학급홈페이지에 탑재하는데 할애하고 학부모와의 온라인 소통을 강화하여 교육공동체 모두가 만족하는 바람직한 학교로 발전하고 있다.
김동래 교장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념하기 어려운 직무구조를 평교사 시절부터 안타깝게 생각해왔다”고 말한다.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 및 인성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행정업무에 대한 분석과 교사들과의 면담을 시작했다. 이어 전교직원의 공감대 형성과 단계적 협의 과정을 거쳐 산곡남초교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행정업무를 줄이는 것으로는 교사들이 ‘업무 경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사회 변화에 따른 학교의 역할과 기능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새로운 업무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창출되고 있으며 방과후학교, 토요스포츠데이, 종일 돌봄 등 포괄적인 업무가 늘어났고, 네트워크의 발달과 ICT의 발달로 실시간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업무경감’이 아닌 ‘행정업무 제로화(Zero)’를 추진하게 된 이유이다.
업무구조의 개편으로 수업 우선의 학교문화를 실현하고, ‘업무 중심’의 학교에서 ‘학생 중심,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로의 정착기에 들어간 산곡남초교의 ‘변모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공감대 형성과 구성원들과의 협의 통해 추진
처음에 ‘담임교사 행정업무 제로화’를 위해 담임교사의 행정업무를 회수하여 업무분장을 재편성하겠다는 뜻을 제시하자 반발하는 여론이 다소 있었으나 충분히 설득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었다.
회계직의 경우 실무적 워크숍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갔고, 6개월쯤 지나자 오히려 담임교사보다 능숙해졌다. 업무 처리 방식이 매년 크게 바뀌지 않고 반복되므로 업무스트레스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또한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 및 자존감이 커졌다는 것도 긍정적 변화다.
교장과 교감도 적극적으로 업무 처리에 나섰다. 결재를 위해 교장실에 찾아오는 부담과 번거로움을 없애고자 전화로 상의하도록 하고, 방과후에도 얼마든지 업무협의가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문서 작성시에는 키워드만으로 간략하게 작성하도록 했다. 가령, 업무계획은 A4 1장 이내로 작성되고, 필요시에 구두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례적 학교업무의 혁신적 개선
관례적인 학년부장제를 폐지하고 학년업무 담당제로 전환하여, 담임교사가 담당하고 있던 행정 업무를 모두 회수해 교장, 교감, 업무부장교사, 교과전담교사, 회계직(교무행정실무원, 사서실무원, 돌봄전담교사, 특수교육실무원, 과학실무원, 상담사, 영어회화전문 강사, 스포츠 강사 등)의 동력을 이용해 재배치했다.
업무부서 또한 시대 흐름에 맞게 전문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창의적인 명칭으로 10개 부서로 편성하였고, 회계직들이 업무 보조 인력으로 충원됨으로써 업무부장의 업무 부담 또한 적절히 해소되었다.
이 같은 개편으로 부서 업무 전체를 부장교사가 총괄하게 되어, 계-부장-교감-교장의 4단계였던 결재라인이 단축되어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업무처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업무부장이 부서의 전체적인 성격과 맥락을 파악하고 있으므로 업무의 우선순위와 경중을 파악하여 관행적인 행사의 폐지 및 간소화 등 업무부장 선에서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부서예산을 포함한 핵심사안 이외의 권한은 업무부장에게 재량권을 부여하여 관리자의 지시사항을 최소화 하였다.
준비기간 운영으로 업무과중 현상 해소
산곡남초교의 3월은 안정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연간업무계획, 학급경영계획 및 내부결제를 2월 중 미리 일괄 결재하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들은 행정업무로 분주하지 않아서 수업과 학급 아이들 파악에 빠르게 적응한다.
또한 12월 말에 미리 교내인사를 단행해, 방학기간을 통해 여유 있게 새 학년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여 학기 초에 업무가 과중되는 현상을 해소하고 있으며, 전년도에 작성한 유기문서 처리현황을 파악해서 학기 시작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급경영 책임관제’ 운영
행정업무가 없어진 담임교사가 모든 에너지를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담임교사 개개인에게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하여 학습부진과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학급경영과 수업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담임교사는 학생들이 등교할 때부터 하교할 때까지 교실에 상주하며, 업무연락은 메신저와 인터폰을 활용하고 학생들의 교과 및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었다.
또한 Humanity(감성교육), U-learning(지성교육), My Brand(재능교육)이 조화롭게 교육활동으로 이어져 학생들이 도덕성에 바탕을 둔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아이 한 아이를 대상으로 ‘학생이력관리카드’를 작성해 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꿈을 펼쳐 미래를 여는, 명품 큰 사람 교육’을 위해 먼저 교직원들의 필요와 요구에 귀를 기울여 관습적인 업무구조를 과감히 개선하고, 교육공동체와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여 교육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는 산곡남초교.
학생이 행복하고, 학부모가 만족하며, 교직원이 보람을 느끼는 인천산곡남초등학교의 담임교사 행정업무 제로화라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학교경영이 나비효과처럼 다른 학교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지며 발전적으로 확산되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여름 수상 캠프에서 래프팅 활동 중인 산곡남초교 학생들]
[풍선에 꿈을 적어 날리는 테마 입학식]
함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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