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지난달 28일 막을 내렸다. 청문회는 이 후보자의 선방으로 끝났다.
‘아빠찬스’와 ‘사교육업체 유착’ 논란이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조만간 교육부 장관을 지명할 것으로 점쳐진다.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 공분을 살 결정적 한 방이 없어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지명을 밀어붙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교육계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우선 이 후보자는 장관이 되면 교육부를 넘어 사회부총리 역할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30일 후보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범부처적 노력이 필요하고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회부총리로서의 역할을 더 활성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육부 장관이 겸하고 있는 사회부총리 역할을 지금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유의 강한 그립을 살려 유보통합과 저출산 문제 등 사회부처 현안을 교육부가 중심이 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 출신으로 부처 간 업무조율 경험이 풍부한 장상윤 차관이 실무적인 뒷받침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장 차관은 국립대 사무국장 대기발령 건으로 교육부 내 직원들로부터 신망을 잃은 측면이 있지만 이 장관 체제가 안정될 때까지 현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황보은 아시아교육협회 사무국장과 홍성창 KDI 교수 등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인물들이 교육부에 입성, 지근거리에서 빈틈을 메꿔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후보자는 교육부 혁신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교육부 전체가 교육기관에 대한 규제와 통제 위주의 기능에서 벗어나 교육주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조직 전반의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때 자신이 주장했던 교육부 폐지론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혁신과 과감한 규제개혁을 강조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조직개편은 이르면 연내 단행될 전망이다. 내년 1월 교육부는 대규모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할 것으로 보인다. 소위 ‘이주호 키즈’로 불리는 관료들이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교육부가 긴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업무 스타일. 교과부 장관 시절 혹독한 경험을 했던 관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 후보자는 샤이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낯을 가리는 편이어다. 그는 또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후보자와 함께 일했던 교육계 인사는 "거짓말이나 빈말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불같이 밀어붙인다. 그는 대단히 부지런한 사람이다. 함께 근무하려면 악착같이 일해야 한다. 성과는 데이터로 입증돼야 한다. 그래야 인정한다.
그는 교과부 차관에 임명됐을 때 취임사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을 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데이터 정책의 명암은 엇갈렸다.
사교육비는 2009년 이명박 정부 첫해 26조 6000억원에서 2012년 19조원으로 줄었다. 반면 자사고 100개 만들기를 추진하면서 서울에 25개 만들어졌다. 결국 고교 서열화를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선호하는 직원 유형도 대략 맥락을 같이한다. 말만 앞세우고 실행력이 떨어지거나 반짝하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꾀돌이 스타일은 기피한다. 그러다보니 “사표 내라”는 소리까지 들은 공무원들이 여럿이다.
반면 성실하게 주어진 업무에 전력투구하는 스마트한 인물들이 이주호 타입으로 꼽힌다. 실제 교육부 10여년 전 이 후보자와 일했던 관료들은 “죽기 직전까지 일에 내몰렸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던 한 직원은 "유아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행정적인 측면에서는 이 후보자 만큼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여우 피하다 범 만난 셈이 됐다”고 우스개소리를 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 주변에서는 지난 6월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치르면서 부드럽고 유연해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 지명에) 교육부직원들이 불안해 한다”는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 질의에 “지금은 파트너십의 시대다. 교육부가 지시하는 시대는 지났다. 저 자신부터 솔선수범해 수평적 파트너십을 발휘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학가에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와 자율을 말하고 있지만 대학은 그가 어떤 카드로 구조조정을 단행할지 주시하고 있다.
지난 MB 정부 장관 시절 6개 대학을 폐쇄시킨 전력이 있다. 물론 지방의 고사 직전 대학만 골라 문을 닫게 했지만 대학들에게는 큰 충격을 줬고 이를 통해 대학을 순치시켰다.
시도교육청 역시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추진하는 핵심 교육정책들은 교육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밀어붙일 가능성을 점치는 관료들이 있다.
실제 이 후보자는 교과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당시 시도교육청과 협조가 잘 안 될 경우 한국과학창의재단을 이용, 학교를 지원하면서 교과부가 원하는 정책을 우회적으로 밀어붙였다.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답변서에서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역할은 관계 법령에 근거해야 한다”는 말로 원칙을 강조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뜨거운 역사논쟁이나 교사의 정치 활동 허용 등 민감한 현안에는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보진영과 마찰이 예상된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단에 보낸 답변서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의에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수록되어 있으나, 현재 공개된 시안에 해당 표현이 누락되어 이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교사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말로 소신을 밝혔다.
다만 이 후보자가 장관이 되더라도 지나친 보수 색채는 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중도 진보성향의 각계인사들과도 교류하며 인재 풀을 넓혀왔다.
인사청문회에서 자사고와 일제고사 등 경쟁교육의 부작용은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 진보진영과 애써 각을 세우려하지 않았다. 그의 유연한 태도에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조차 “희망을 갖게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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