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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장장 49일 만에 시의회를 통과했다.

예산안 의결이 난항을 겪었던 이유는, 시교육청의 전례 없는 적립성 기금 때문이다. 추경예산 3조7337억원 중, 70%가 넘는 2조7191억원을 기금 형태의 적립금으로 구성한 예산안을 제출했고, 시의회는 이를 문제 삼아 예산안 재편성을 요구하며 심의를 유보했다.

시의회 교육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기금 중 1조2744억원이 감액되면서 당초 추경예산의 70%가 넘었던 기금 전출금은 39% 수준인 1조4447억원으로 낮아졌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대폭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 허나, 감액된 예산 중 1조663억원은 내부유보금으로 편성돼 원래의 기금과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적립금 형태이다.

‘내부유보금’이라 부르건, ‘교육재정안정화기금’이라 부르건 사실상 같은 목적, 같은 형태를 가진 교육청의 유동자금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고사처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가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와 다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추경안을 제출한 시교육청이나 심사한 시의회에서 이것을 모를 리 없다. 추경안 심사를 두 달 가까이 질질 끌면서 달라진 것이라고는 사용하는 ‘용어’ 뿐이다. 조삼모사의 고사를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다.

민주당 측에서는 서울시의회가 예산안 심의를 미룬 것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 길들이기’라는 주장을 했다. 지자체 의회가 ‘교육’ 분야에 ‘정치적 성향’을 넣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추경안에서 기금 형태의 적립금 비중이 높은 교육청이 많다. 대전시교육청은 77%, 인천시교육청은 85%, 부산시교육청은 무려 91%에 달한다.

부산시의회는 8월 26일부터 상임위가 시작, 9월 5일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서울시와는 달리 추경안에 대한 교육청과 시의회와의 마찰은 없어 보인다. 대전시의회와 인천시의회는 9월 말에 심의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적립성 기금 70%에 서울시의회는 불합리하다며 제동을 걸었는데, 부산시교육청의 적립성 기금 90%에 부산시의회가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최소한 한쪽에는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각 교육청의 사정이야 다르겠지만, 70%가 문제라면 90%는 더 심각한 문제이고, 90%가 문제가 아니라면 70%는 당연히 문제가 아닌 것이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