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교를 찾아서] 충남 한산초등학교
학부모와 소통의 장 마련 교육공동체 이뤄
- 1인 1교육기부 통해 교육활동 활성화
[김 기 오 교장] [한산초등학교 전경]
충남 한산초등학교(교장 김기오, 사진)에서는 특별한 교육과정이 진행중이다. 전교생이 1인 1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운영, 학교 내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통해서 경제개념 함양과 함께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한산 누리은행 운영, 매년 떠나는 국토순례, 할아버지에게 배우는 바른품성, 할머니에게 배우는 전통음식, 지역어른과 함께 배우는 사물놀이, 아버지에게 배우는 축구교실,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논리수학교실 등 한산초 어린이들에게 학교는 신나는 일들이 가득 펼쳐지는 곳이다.
이렇게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은 한산초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기 때문. 금년도 한산초의 학부모 참여율은 92%에 이른다. 전교생 85명의 소규모 학교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참여율이다. 한산초는 어떻게 이처럼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우리땅 즈려밟고 국토순례’ 중인 학생들] [‘1인 1악기 오케스트라’ 악기를 배우는 학생들]
한산초 교육공동체를 활성화시킨 데에는 학교장의 열린 마인드와, 교직원 연수를 하며 동고동락 해오던 교직원의 참여 의식이 그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2009년 교장공모제를 통해 김기오 교장이 부임하기 전, 학부모는 잦은 학교장 인사이동(1~2년)으로 인한 불신, 교사들의 교육적인 열정과 사명감의 부족 등에 대한 불만과 동시에 학교교육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학생들은 부모의 바쁜 일상으로 인해 부족한 가정 내 대화 속에서 점점 소외되고, 학력수준은 관내에서 낮은 편이었으며, 과제나 학습 준비물 등의 기본생활습관이 부족하여 배움의 즐거움에서 멀어졌다. 특히,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 부족으로 교우나 주변과 갈등이 쌓이면서 학교 안팎에서 크고 작은 다툼, 학생 간 따돌림 현상까지도 나타나는 등 우려가 컸다. 그리고 교사들은 학교교육 문제의 원인을 국가의 불균형한 교육정책과 가정교육의 붕괴 등에서 찾으며 교육활동을 힘들어했다.
김 교장은 이 같은 학교현장의 실태를 파악, 학교-학부모의 협력을 통해 학생을 변화시키고 공교육을 바로세워야 함을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에 호소하였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설명회를 개최하여 학교교육의 이해 및 참여를 강조하였고, 지역사회를 위한 친선 체육대회와 의견수렴 공청회 등을 통해 소통의 장을 마련하여 학교에 대한 친밀감이 형성되도록 학교를 개방하기 시작하였다.
[학생·학부모·교직원 연석회의] [학교 농장에서 수확한 배추로 김장담그기]
처음에는 자모회 수준으로 모이던 학부모 모임의 본격적인 활동 기반이 마련된 것은, 2010년 교과부의 ‘학부모 학교참여 공모’에 학교장, 담당교사의 제안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학교참여 지원학교로 선정되기 위해서 한산초 학부모와 교직원들은 한 달에 한번 이상 모임을 가졌고, 어떻게 좋은 교육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수많은 논의가 오갔다. 동시에 학교에서는 학부모 역량 강화를 위한 학부모 교실을 열었다. 교육전문가, 학부모교육 강사, 정신과 전문의 등을 초청하여 가정교육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한산초 교육과정에 대한 연수를 실시하여 학교교육이 가정으로까지 정착될 수 있기를 도모하였다. 또한 농어촌 학교이므로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저녁시간에 운영했다.
학부모 교육참여 활성화의 과정에서 5년 째 교육기부에 앞장서고 있는 운영위원장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뒷짐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솔선수범하며 학부모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었다. 한산초 학부모위원들은 모두 배드민턴 교실, 축구교실, 엄마랑 손솜씨 공예 등 교육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의 소통과 협력을 통한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육정책 방향의 이해, 방과후학교와 학교급식 모니터링 등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산초에서 학부모들의 참여가 적극적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학교에서 중요한 교육과정 운영을 추진할 때마다 학교의 계획을 학부모들에게 안내하고, 사전에 학교·학부모 연석회의를 통해 서로 의사소통하는 장을 마련해 온 노력이 숨어 있다. 학년 말에는 ‘한산초 교육과정 평가회’를 열어 학교·학생·학부모가 교육과정 운영의 장점과 단점, 개선사항 등에 대한 전반적인 피드백을 실시하고 있다.
한산초에서는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라는 교육공동체 의식이 뿌리박고 있다. 학부모의 학교 방문이 잦아지면서 조손가정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것을 우려한 한산초 교육공동체는 할아버지·할머니의 교육 참여를 독려하였다. 그 결과 바른품성 교실, 전통음식 만들기(송편, 두부, 된장 등), 한자교실, 바둑·장기 교실, 전통 짚공예 교실 등 할아버지·할머니 선생님들의 교육기부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지역어른들의 참여를 이끄는 계기가 되어 지역어른과 사물놀이, 지역어른께 주산왕 교실 등의 활동도 이어졌다.
이처럼 다양한 교육기부 활동과 잦은 학부모 연석회의가 초석이 되어 ‘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로’라는 교육공동체 의식이 싹트게 되었다. ‘우리 아이 함께 키우기’라는 목표를 공유하며 학부모 학교교육참여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 한산초는 2011년에는 ‘학부모 학교참여 전국 최우수’ 표창을 수상하였으며, ‘전국 100대 학교문화선도학교 우수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할아버지 선생님께 짚공예를 배우는 학생들] [1-2-3 세대의 정과 어울림이 가득한 사물놀이부]
김기오 교장은 학교교육에 대한 열정과 자긍심을 고취시켜 절대적 신뢰가 구축될 때 진정한 배움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학교·학부모·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 노력, 학부모의 의견과 변화의 움직임 파악과 반영 노력, 아이들을 교육의 중심에 두고 같은 목표를 향하는 구심점으로 삼는 것, 학교의 역할만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의 협력·보완을 이끄는 것, 특색 있는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는 협력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등을 중요한 자세로 꼽는다.
한산초 교육기부 활성화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것은 학생들이다. 다양한 교육활동 기회를 통해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고, 자연스러운 어울림의 기회를 통해 대인관계 능력을 향상시키며, 건전한 여가활동으로 건강한 심신으로 성장하고 있다. 친밀한 교육공동체 문화로 인해 따돌림이나 학교폭력은 자연히 사라졌으며,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을 기르면서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지고 배움활동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
한산초의 교육활동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청에서 공식적으로 벤치마킹학교로 지정하여 방문하였고 타 학교의 견학도 이어지고 있다. 한산초 교육공동체는 학부모 학교교육 참여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통해 함께 가고자 하는 학교들이 증가하는 것을 볼 때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또한 지금과 같이 학부모 참여 문화가 잘 정착하여 한산초의 전통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가능해 보이는 것은, 한두 명의 참여가 아닌 다양한 리더십을 가진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구조와 서로의 의견을 듣고 교육에 반영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있기 때문 아닐까.
함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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