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현재 학교 현장의 생활지도를 말한다
1. 현재 학교 상황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2010년 10월 5일 전국 최초로 제정․공포되어 2011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2010년 11월부터 서울시교육청이 간접 체벌을 포함한 체벌을 전면 금지하면서 학생인권 문제와 함께 학교에서의 생활지도가 학교 현장을 포함한 우리 사회에 다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흐름은 다른 시도로 이어져 광주광역시가 2011년 10월 5일 두 번째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였고, 서울특별시의 경우도 주민발의안이 시의회에 상정되어 있고, 교육청 안도 공청회를 거치고 있는 중이다. 가장 먼저 실시한 경기도의 경우에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1년을 맞아 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교 상황에 대한 평가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다른 시도의 경우에도 학생인권조례를 준비 중이거나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인권단체와 교육청 차원의 흐름에 다소 부정적인 교육과학기술부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체벌에 대해 이전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한 조항을 신설하고 학생들의 학생 운영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 전반적인 방향과 달리 학교 현장은 학생인권조례 시행과 체벌금지 이후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인권이 강화되었지만, 학생의 책무성에 대한 규정이 미약하고, 교권 보호와 체벌을 대체할 수 있는 지도방법이 제공되지 않으면서, 교권 추락과 함께 학생들의 지도가 되지 않는 상황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생활지도에 대한 어려움은 90년대 ‘교실붕괴’ 담론으로 대표되는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어 오래 전부터 학교 현장에서 이어져 왔는데, 최근 학생인권조례와 체벌금지조치와 맞물려 더 증폭되고 있다.
이제는 학교 현장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과 함께 학생생활지도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된 원인이 단지 학생인권조례와 체벌금지 조치때문인지, 아니면 사회의 흐름에 학교가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문화지체현상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과 처방이 필요하다. 이러한 원인 분석 이후에 이에 따른 새로운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 학교 공동체의 규율에 대한 논의와 실천 등의 대안 모색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이 시점에서 현장 교사의 어려움을 당위적인 명분을 가지고 무시하거나 반대로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역행하는 대책이 만들어질 경우 학교와 교육의 위기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지금 학교 현장은 전반적으로 학생지도에 있어서 위기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일 수 있다. 예전의 생활지도 방식이 시민사회 영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새로운 생활지도 방식은 정착되지 못한 학교 현장은 현재 혼란과 진공 상태에 가깝다. 하지만 이 기회를 통해 지금까지 공고하게 구축된 학교 시스템을 허물고 교육 철학과 방법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방식을 도입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학교로 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2. 생활지도의 어려움-학생인권조례 때문인가, 다른 요인 때문인가
먼저, 현장에서 호소하는 생활지도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두가지 입장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고자 한다.
가.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와 체벌금지 이후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를 하지 않아도 여러 조사를 통해서 공통적인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총이 2011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교사의 51.1%가 ‘교사의 생활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이 많아졌다’고 응답했고, 31.5%는 ‘교내 질서가 무너졌다’고 응답하여 82.6%의 교사들이 체벌금지 이후 학교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해 교사들이 체감하는 것에 비해 학생들은 같은 질문에 29.3% 만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하였고, 39.4%의 학생들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2011년 4월 경기도 교육청이 주최한 [학생인권 성공적 정착을 위한 대응모색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에서도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교사에게서 82.8%로 나타났다. 특히, 교직 경력이 높을수록 어려움이 가중되는 결과가 나왔고, 학교급 별로는 특성화고등학교, 중학교, 인문계고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학교생활 중 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않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응답한 학생이 45.4%로 나왔고, “통제되지 않는 학생들로 인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한 교사 비율은 75.7%로 나타났다. 그리고, 교사들의 72.5%가 학생인권이 강화되면 교권이 약화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두가지 조사 결과 공통적으로 80% 정도의 교사들이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2011년 국정감사를 위해 교육과학기술부가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학기 전국 1만1000여개 초·중·고교에서 교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학생이 징계받은 건수가 1795건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학기 교권 침해 사례 중에 교사에 대해 폭언과 욕설을 한 경우가 10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상습적으로 수업 진행을 방해해 징계를 받은 경우가 506건이었다. 교사를 성희롱한 경우가 40건,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36건, 교사 폭행이 30건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718건, 부산 203건, 대전 152건, 대구 93건 순으로 파악되었다. 한편 김춘진(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폭력ㆍ협박에 의한 교권침해 현황'에 따르면 교권침해 발생건수는 2008년 52건, 2009년 75건, 2010년 156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유형별로는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대부분(138건)이었고, 이어 학부모(16건), 교원(10건), 기타(2건)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64건), 경기(26건), 대전(24건), 인천(12건), 울산(11건), 전남(6건), 경남(4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나. 생활지도의 어려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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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나 준비물을 챙겨 오지 않는 아이들이 한 반에 10% 이상이다. 수업을 시작해도 책을 꺼내 놓지 않는가 하면, 교사가 그것을 지적해도 끝까지 자기가 하던 일을 다 해야 한다고 고집 피우는 아이들이 있다. 수업 중 교사 허락 없이 마음대로 화장실에 가는 아이들도 많다." 서울 S초등학교 2학년 담임 이모(41) 교사는 "초등학교의 '교실 붕괴' 현상도 중·고등학교 못지않다"며 "체벌이 사실상 금지되고 교권(교권)이 땅에 떨어진 이후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초등학교 3학년 담임 김모 교사는 "수업 중 조는 아이를 깨우면 도리어 교사에게 화를 낸다"고 말했다. K초등학교 6학년 담임 이모(41) 교사도 "요즘 숙제를 해오는 않는 애들이 한 반 40명 중 10명 꼴"이라고 말했다. N초등학교 김모(38) 교사는 "5~6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이 잘못을 지적해도 대들기 일쑤다. 어떤 아이들은 교사가 때리는 시늉만 해도 교사 손을 잡고 제지하려 든다"고 했다.
교사의 통제력이 줄어들자 힘센 학생이 다른 학생들을 통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교사들의 지적이다. N초등학교 김 교사는 “아이들이 교사보다는 힘센 아이 말을 더 잘 듣는 경향이 있다. 힘센 아이가 괴롭혀도 교사에게 알리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고등학교의 '왕따현상’이 초등학교로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교사에 대한 존경심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S초등학교 이 교사는 "교사와 학생과의 유대감이 이전 같지 않다. 학생 집에 전화해 ‘나 선생님이다’고 하면 대부분 ‘어디 선생님이에요’라며 되묻는다. 학교보다 학원 선생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고학년의 경우 노골적으로 ‘학원 선생님이 실력이 더 낫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 학부모는 “요즘 아이들은 솔직히 선생님 알기를 우습게 생각한다. 온갖 랩, 힙합을 흥얼거리는 아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어떻게 보이겠나”며 땅에 떨어진 교권을 개탄했다. |
위 내용은 한 시사주간지 기사이다. 언제 기사라고 생각되는가? 이 기사는 2000년 11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기사이다. 1999년 ‘교실붕괴’, ‘학교붕괴’ 담론을 통해 제기된 학교의 위기는 당시 사회적으로 충격과 함께 공론화가 되면서 이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이러한 학교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다 공감하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학교 위기에 대한 원인 분석에는 차이를 보였다. 당시 한쪽에서는 이해찬 장관 시절 교사정년단축, 보충수업 금지, 체벌 금지 시행 등으로 인해 교권 추락과 함께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가중되었다고 분석하였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교실붕괴’의 원인으로 학교가 가르치는 지식이 지식정보사회에서 유용성을 상실했고, 교사와 학생간 세대 격차와 교육경쟁 유발적 교육개혁 추진, 교사의 무능 및 정부의 교육규제와 관료주의 등을 들었다. 이러한 원인 분석의 차이는 이 시대에도 이어져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와 관련하여 경기도 교육감은 2011년 6월 27일 주례간부회의에서 수년간 지속되어 온 교실붕괴와 교권추락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해결책의 하나로 교권보호헌장과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특별시 교육감도 생각을 같이 한다. 체벌금지 때문에 교권과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인과관계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교실붕괴는 인성교육을 소흘히 하고 경쟁교육을 앞세운 업보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곧, 생활지도의 어려움은 변하는 시대와 학생들의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직된 학교 구조와 숨막히는 경쟁위주의 시스템이 원인이고, 학교와 교사가 이러한 상황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학생인권조례나 체벌금지 조치는 이러한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과도기적으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학생의 창의력과 자율성이 강조되는 시대 흐름에 학교가 따라가고, 교사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학생인권이 함께 강화되는 방향이 맞다는 것이다. 결국, 학생인권조례와 체벌금지 조치가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볼 때는 이 방향이 근본적인 학교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4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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