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그간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향후 고교 교육의 틀을 바꿀 고교학점제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기 교육감 17명 가운데 10명은 예정대로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반면 7명은 보완·유예가 필요하다는 등 제각각이다. 이미 수년간 진행한 사업을 폐지하긴 어렵지만 보완 가능성은 커질 전망이다.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진로 교육을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현재 전국 일반고의 약 84%가 참여하고 있다. 2024년까지 모든 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 준비가 부족해 시기상조며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세부적인 수정이나 보완이 따르더라도 큰 틀에서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과제에 “고교학점제 추진 점검 및 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개별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개방 운영하는 (가칭)온라인고교 신설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고교학점제 점검 TF운영, 2023년 성취평가제 내실화 방안 마련, 온라인고 신설을 위한 관련법 개정 방안등도 과제에 포함됐다.
고교학점제는 교육감 선거 기간에도 후보들의 토론회에 현안으로 계속 논의됐다. 정책은 정부가 세우더라도 현장에서 학교와 이를 협의하며 시행에 옮기는 것은 교육청의 몫인 만큼 교육감의 입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당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유예하거나 속도를 조절해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고, 진보 성향의 당선인들도 계속 추진하되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국제신문이 주최한 라이브 토론회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해 “입시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전면도입은 무리”라며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당시 하 당선인은 “지금 환경으로는 다양한 교과목 개설, 교사 및 교실 수급이 어렵다. 취지는 좋으나 보완하면서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발표한 교원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고등학교 교사 1천716명 중 고교학점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응답은 23.3%로 2025년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 14.1%에 크게 앞섰다. 교육 현실과 괴리가 크므로 잠정 유예해야 한다는 응답도 35%로 가장 높았다.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취지는 좋더라도 학교에서 교사 수급, 교실 공간 확보 등 현실적 여건이 이 제도를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해 7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교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3과목 이상을 담당하는 교사가 있는 학교가 91.3%에 달했고, 교사의 희망과 달리 전공과 관련 없는 과목을 담당하는 경우가 있는 학교도 34.7%나 됐다.
고교 교육을 대입과 떼어낼 수 없는 것이 국내 교육의 현실이므로 고교학점제의 안착에 관건은 평가 방식이다. 전면 도입을 앞두고 현장에서 시기 조절, 보완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방향이 수정되거나 도입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는 ‘25년도 입학생부터 공통과목은 성취평가제와 석차등급제가 병행 운영된다. 수능은 ’2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개편안이 ‘24년 발표되는 일정이 잡혀 있어 7월 출범한 국가교위원회서 논의가 있을 전망이다. 또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대입 전형 자체가 바뀌어야 하지만 오히려 정시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안착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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