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육' 인성교육에 최고
-아이들 먹 갈면 마음 부드러워져-
서예가 우현(牛玄) 최기태(崔奇台)
최기태 선생님은...
전남장평교, 광주방림교, 서울남정교에서 교사로, 서울전농, 온수, 윤중, 고척교에서 교감으로, 서울동구로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총 43년 교단에 섰다.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서예를 갈고 닦아 서울특별시장표창, 교육부장관표창,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 등을 받고, 공무원미술대전 서예부문 특선 3회 등 다수의 입상을 한 바 있다.
덕ㆍ지ㆍ체를 고루 갖춘 교육을 위해서 서예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최기태 선생은 서예를 통하여 마음의 수양을 할 수 있으며 이는 학습태도와도 긴밀하게 연관된다고 말한다. “忍(인)을 끈기 있게 실천하는 사람은 仁(인)자가 된다”는 교육 신조를 가지고 학교교육에서 인간교육을 실천해 온 최기태 선생은 졸업생 전원에게 붓글씨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어떤 동기로 서예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1979년 초 지방에서 서울로 전입한 학교가 서울시 지정 대용부속초등학교였습니다. 교생지도는 물론 아동지도에 혼신의 힘을 쏟고, 당시에 초기 시행된 자생 서클활동을 통해 자아실현 및 교육지도의 효과를 노려야 했습니다. 평소 서예에 관심이 많았던 차라 서예서클을 만들어 연수에 참가하였습니다. 인사동에서 열린 서예작가의 전시회에서 빼어나게 잘 씌어진 한문휘호의 큰 글씨를 보고 매력을 느껴 서예작가선생님의 소개를 받아 면목동에 계시는 박양규 서예가 선생님께 20년간 지도를 받으면서 아동지도 및 작품 활동을 해왔습니다.
존경하는 서예가나 서체가 있으신가요?
서체는 넓은 의미에서 세계 각국에서 쓰이는 글씨의 표현형식을 말하나 보통 한자의 전(篆), 예(隸), 해(楷), 행(行), 초(草)서 등의 형태를 말합니다. 자세히 열거하면 갑골문(거북이 껍질), 금문(동기·銅器에 글을 새김), 전서(대전, 소전으로 나눔), 예서(누에의 머리모양, 기러기의 꼬리 모양의 아름다운 서체), 초서, 해서, 행서 등의 서체가 있으나 서체마다 특징이 있어 흥미롭습니다. 저는 을영비의 서체를 바탕으로 한 예서와 서령인사기의 서체를 바탕으로 한 전서를 즐겨 쓰며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서예가로서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전서의 대표작가인 중국의 오창석(吳昌碩)이며 대한민국에서는 저를 지도 해 주셨던 범산 박양규 서예가를 존경하며 항상 선생님의 뜻을 받들고 있습니다.
서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한문서예는 울면서 시작해서 웃으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즐긴다고 합니다. 저 또한 몇 번이고 붓을 놓을까 하다가도 여태까지의 노력이 아까워서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걸어 왔습니다. 서법(書法)에 있어서 자세, 집필법(執筆法), 운완법(運腕法), 용필법(用筆法)에 의해 부단한 노력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 도중에서 포기하면 한문 붓글씨의 꽃을 피우지 못합니다.
한문서예의 매력은 육중한 무게로 눌러 쓴 획이 어느새 실오라기처럼 가늘어져 날아가는가 하며 다시 옥쇄를 찍듯이 신중하게 내려앉고 제비처럼 빠른 동작으로 선회를 하다가 사뿐히 나비처럼 내려앉기도 하는 것이 바로 선녀의 가무요, 학의 고고한 자태로 나타나듯 합니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서예를 즐기면서 써 나가며 누가 무어라고 말을 해도 내 고집대로 글씨를 써 나가고 있지요. 언제나 필법을 지키면서 쓰니까요.
글씨를 쓰는 시간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심취해서 나만의 공간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좋은 작품이 나오면 모아 두었다가 가족이나 친지, 친구에게도 선물하며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무아(無我)의 경지에서 세상 가는 줄 모르고 지내고 있습니다.
서예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학교교육의 기본목적은 덕(德), 지(智), 체(體)를 고루 갖춘 인간형성입니다.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본 방향이 제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시급하지만 사회 구조상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교육의 모든 과정은 전인교육을 통해 올바른 마음, 정서 순화, 참고 견디는 힘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고 지도되어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붓글씨를 정신 수양의 중요한 과목으로 삼았듯이 서예를 통하여 마음의 수양을 할 수 있습니다. 붓글씨의 과정은 학습태도와도 긴밀하게 연관됩니다. 먹 갈기→쓰기 자세→용필법→부단한 연습→검정으로 작품구성→붓 빨기→정리정돈하기의 순서를 통해 끈기와 노력하는 힘이 자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서예의 올바른 용구 다루기를 통해 정서가 안정될 수 있습니다.
서예와 사자소학 교육을 특별활동 및 특기적성교육 과정에 병행하면 효행의 기본 태도가 육성되도록 하여 인성교육이 극대화되는 교육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학교의 남아있는 교실을 서예실로 꾸며 분위기를 탈바꿈하여 붓글씨를 쓸 때 자신의 정신을 고요의 상태로 이끄는 학습여건을 마련해주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교장에 재직했을 때의 보람 있었던 일이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저는 “忍(인)을 끈기 있게 실천하는 사람은 仁(인)자가 된다”는 교육의 신조를 가지고 학교교육에서 인성을 중시한 인간교육에 중점을 두고 실천해 왔습니다. 忍(인)은 견디어 내고 참고 용서해 주는 힘을 기를 줄 아는 사람은 仁(인)자, 곧 성장하면서 덕(德)을 갖춘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의 신조를 실천하기 위해서 인자(仁者)의 바탕이 되는 효(孝)를 실천 시키고자 매년 졸업생 개개인에게 3년 동안 “孝當竭力”(효당갈력)이라는 휘호를 주어 졸업 후에도 실천하도록 하였습니다. 그 뜻은 “효도는 마땅히 있는 힘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졸업생은 물론 학부형께서도 기뻐하였고, 졸업 후에도 전화와 편지도 받았으며 효행 실천의 본보기가 되었다고 하여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몇 년 전 까지는 퇴직 후에도 어린이들이 그리워 학교에서 초빙하면 사자소학을 바탕으로 한자공부 겸 서예지도를 몇 학교 특기적성교육에 참여하여 보람된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저만의 시간을 갖고 서예공부를 하려고 저의 집에 “용문재(龍門齋)(성망(聲望)이 높은 사람이 공부하는 방)” 라는 당호를 가지고 혼자서 작품활동을 하고 공모전에도 출품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여생을 보내려고 합니다.
서예를 잘 모르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어린이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십시오.
서예란 문자를 소재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시각예술로서 그림 그리기와 같이 편한 마음으로 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입니다. 서예는 점과 선, 획, 운필의 지속, 먹의 농담, 문자 상호간의 비례, 균형이 일치되어 미묘한 조형미가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획일화된 지도 보다는 어린이의 독창적인 면을 살려 미적 감각을 익힌 후에 암시적인 지도로 이루어져야 흥미를 잃지 않고 서예공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획일화된 서예지도 보다는 서예의 기본 정신을 잘 아는 선생님이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후 기본적인 서법을 친절하고 열정을 가지고 지도해 주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재료와 용구의 선택, 붓글씨 쓰는 자세, 필법 익히기를 통해서 끈기 있게 점차 심화해 가는 과정이 요구됩니다.
<정리: 함수민 기자>
.gif)
.jpg)
.jpg){kind=small}
.jpg)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