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방과후학교 정책의 평가: 그 성과와 문제
방과후학교의 정책적 성격을 논한다는 것은 방과후학교에 대해 정책분석자 또는 정책평가자의 관점에 서서 논하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런데 정책분석과 정책평가는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출발점에 선다. 정책분석가는 통상 사회현실을 분석하여 문제를 도출하고 그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취해야할 최선의 행동을 제언한다. 반면 정책평가자는 기존 정책의 실태를 분석하여 문제를 도출하고 그 정책의 재구조화 또는 극단적인 경우 정책종결을 제언하는 것이 그 임무이다. 말하자면 정책들에 대해 구조조정(structural adjustment)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5.31 교육개혁 이후 방과후 특기적성 활동으로부터 시작하면 방과후학교 정책의 역사는 이미 15년이 되었다. 그동안 교과보충학습을 방과후에 실시하는 문제를 놓고 초기에 치열한 찬반 논란을 거치기는 했지만 커다란 틀에서는 지속 확장되어온 정책이 바로 방과후학교 정책이다. 15년 전 방과후학교 정책을 제언한 정책분석가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되고 가정의 역할이 축소되는 한국사회의 상황에서 어린이와 학생들이 <갈 곳>이 없는 점을 정부가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였으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학교의 기능 확대를 제언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기 때문에 방과후학교 정책은 최근에도 다음 그림과 같이 계속 확대되어 왔다.
[그림1]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증가
방과후학교의 정책적 성격을 논한다 할 때 현 시점에서는 이 정책이 서있는 상황맥락과 기능을 점검하고 필요한 재구조화 방안은 없는가를 검토하는 <정책평가>의 입장에 서는 것이 본 논자의 할 일일 것이다.
1. 방과후학교: 성과와 문제
정부의 정책문서들은 방과후학교의 정책목표를 다음의 그림과 같이 4가지로 정의해오고 있다. 이 4개의 정책목표를 중심으로 성과를 조사한 연구보고들은 대체로 방과후학교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림 2] 방과후학교 운영체제
한국교육개발원(2010)은 수요자만족도 조사를 통해 방과후학교가 학교교육기능의 보완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방과후학교가 사교육 감소에 영향을 주며, 그 영향은 소득이 낮을수록 더욱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 전체의 사교육비는 매해 증가하고 있지만,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의 증가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2009 통계청 조사결과에 의하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연 53만원의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있다.
한편, 방과후학교는 교육복지를 지향하고 <지역사회학교>의 이상을 따르기 위한 운영체제를 이미 다음 [그림 3]과 같이 확립하고 지역사회 다수 기관의 참여하에 운영되고 있다. 이 점에서 또 다른 정책목표 2개를 이미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3] 방과후학교의 운영체제
이상과 같이 방과후학교 정책은 정책목표로 선언된 것들을 나름대로 충실하게 실현하고 있다. 이 점에서 방과후학교정책은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은 여전히 강력하게 특히 교사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부터 본 논의는 시작된다. 정책목표가 훌륭하고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과연 좋은 정책, 성공적인 정책이란 어떤 것이며 정책평가자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정책을 평가하고 판단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 그 출발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좋은 정책의 요건과 기준에 비추어 현 방과후학교 정책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이 글의 본문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점이다.
2. 좋은 정책의 특성: 평가의 준거
정책이란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의 행동(action)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정책인지 여부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결과적으로 그 행동이 좋은 국가에 부합하고 걸맞는 행동이냐 여부의 판단과 직결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근대적 관료제에 의해 뒷받침되어온 근대국가(modern-state)는 행정부를 중심으로 목표-수단의 연계에 따른 기획이라는 목적합리성-또는 도구적 합리성에 입각한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한편, 근대국가가 반드시 도구적 합리성 만에 의해 지배되어 온 것은 아니다. 특히 20세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법의 지배(rule of law),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가 각각 사법절차와 행정절차를 지배하는 이념으로 확립되면서 인권과 자연적 정의(natural justice)라는 이념적 가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정부정책의 가치합리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부상되고 발전되어 왔다.
더 나아가 근대국가가 그 국가체제의 중추기능으로 발전시켜온 공교육체제는 교육자체가 추구할 수밖에 없는 가치지향성으로 인해 근대국가정책 속에서 도구적 합리성을 넘어선 가치합리적 행위의 영역의 커다란 부분으로 발전하여 왔다. 방과후학교 정책을 평가할 때 문제해결과 목표달성을 위한 도구적 합리성에 입각한 의사결정 이론에 주로 의존하는 합리주의적 정책분석(policy analysis)의 관점을 넘어서 생활세계 속에서의 활동과정과 가치를 중요한 판단의 준거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4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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