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교육학박사·시인
야누시 코르차크(Janusz Korczak)는 1878년 제정 러시아가 통치하던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정신질환으로 사망하자 정신질환이 유전될 것을 걱정하여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의사로서, 작가로서 순탄한 인생을 살던 그가 격랑에 휘말리게 된다. 자신의 직업과 인생에 관한 회의가 밀려올 때마다 번민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게 된 보호시설의 아이들을 보고 그들을 돌보는 일을 사명으로 삼게 된다. 1912년에는 지인이 설립한 ‘고아들의 집’의 원장이 된다. 이곳에서 그는 이전에 볼 수 없던 ‘아이들의 공화국’을 꾸린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규칙을 가졌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교사나 괴롭히는 친구들을 ‘법정’에 세울 수도 있었다. 코르차크의 사랑 속에서, 또 그가 세운 질서 속에서 거칠기만 하던 아이들이 직접 의회나 법원, 신문사를 운영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해 갔다.
그러나 그와 고아원 아이들의 운명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비극적인 반전을 겪는다. 나치는 게토(ghetto), 즉 유대인들이 모여 살도록 법으로 강제한 구역에 수용했는데, 코르차크의 고아원도 게토 안에 들어갔다. 게토 안에서 아이들에게 먹일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느라 분주하던 코르차크의 일상은 독일 병사들이 고아원에 들이닥치면서 종말을 맞게 된다. 유대인들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 모조리 살해하라는 나치 당국의 결정이 내려졌다. 아이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던 코르차크는 곧바로 독일군 장교를 찾아갔다. 자기 아들을 치료해준 인연으로 코르차크를 생명의 은인이라 생각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코르차크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할 수 없었던 그는 방법을 찾아보겠노라고 대답했다. 얼마 후 독일 장교로부터 코르차크의 여권 하나를 어렵게 구했으나 아이들의 여권은 구할 수가 없다는 연락이 왔다.
아이들을 기차에 태워 보내야 하는 아침이 왔다. 코르차크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책을 하나씩 손에 쥐여줬다. 굶주림과 외로움으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아이들에게 그날만은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수용소행 기차가 기다리는 집결소까지 걸었다. 큰아이들이 교대로 깃발을 들었고, 코르차크는 한 손으로는 가장 어린아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그보다 나이 든 아이 손을 잡은 채 아이들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걸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거리의 사람들은 ‘천사들의 행진’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르차크는 여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기차에 올랐다. 군인들이 유대인 아이들만 데려가려 하자 코르차크가 소리쳤다. “나도 함께 가겠소.”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두려워하지 마라. 선생님도 같이 갈 거야.” 다시 군인들이 끌어내려 하자 그는 완강히 버티며 말했다. “내가 가르쳤던 사랑하는 아이들인데, 어찌 그들만 죽게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이오.” 목숨을 구하는 대신 아이들과 함께 마지막 순간을 택한 것이다. 마침내 트레블링카(Treblinka)의 가스실 앞에 도착했다. 코르차크는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가스실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 그는 유대인은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제자들의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1942년 8월 64세의 나이에 목숨을 버렸다. 이후 유엔은 코르차크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려 그의 탄생 100주년이었던 1979년을 ‘세계 아동의 해’로 지정했다.
마지막까지 아이들에게 당당함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 준 코르차크는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이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정서적 결핍 상태에서 온다. 만일 코르차크가 아이들에게 무관심했다면 함께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는 비겁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상대는 어찌 되건 나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 교육자라면 누구나 희생정신으로 아이들을 사랑한 코르차크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gif)
.jpg){kind=small}
.jpg)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