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그냥 있는(exist) 것이 아니라 존재(present)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보스톤 인근의 소도시 니덤에 위치한 소규모 대학인 올린(Olin College of Engineering)의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갓 20년을 넘긴 역사에 전체 교수 40명, 학생 350명 정도의 이 대학이 어떻게 해서 ‘2018년 미국 대학 평가’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을까? 서두의 인용 글은 미국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고 졸업생의 실력이 아이비리그 대학들(스탠포드, MIT)을 능가하는 명성을 유지하며 이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이상적인 대학으로 성공한 비결이다. 이 대학은 가르치는 사람은 그냥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여야 한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성공하는 학교가 되는 비결은 그밖에도 많다. 그중에는 특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소통과 협력을 교육의 핵심으로 삼고 배움이 있는 교육시스템의 운영이 돋보인다. 여기에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인식이 깊게 배어있다. 하지만 잠시 현재 우리의 교육, 교사들의 모습을 보자. 한 마디로 지치고 의욕 저하에 빠져 있다. 학생들에겐 꿈을 꾸고 도전하라고 말을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꿈이 없이 현실에 얽매여 버거운 책임을 지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지난다. 때로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모른 채 표류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인 요즘은 특히 그렇다.
그래서인지 지금 우리 사회는 교사를 향한 시선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혹독한 비판을 넘어 혐오와 증오를 쏟아내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2021년 두 해에 걸쳐 온라인 수업이 실시되면서 ‘진실의 순간’이란 민낯이 드러나자 혹자는 교사가 필요 없으니 차라리 교직을 없애라고 가차 없이 비난한다. 교사를 온통 놀고먹는 존재라고 힐난하기도 한다. 물론 이 지경까지 오기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처럼 문제를 제공하는 교사들이 많다. 이런 상황을 불식시키고 진정한 교사로 존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교사가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잠시 현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현대는 ‘만인 저작의 시대’다. 한때 인문학의 열풍을 겪으면서 지금은 속칭 가방끈이 길건 짧건 누구나 독서하고 자신의 진솔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책을 발간하는데 경쟁하듯이 나서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일반인들은 자서전 쓰기에 열중하거나 그밖에 여행담, 신앙고백록, 독후감 쓰기,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글 올리기, 각종 SNS에 댓글 남기기 등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어 관찰, 소감, 반박, 찬성, 비판, 제안 등등의 글과 책을 남기고 있다.
교사도 이젠 남겨야 한다. 작은 거라도 남겨야 한다. 수업에 대한 자신의 글을 남기고, 수업에 사용했던 그림, 시, 학습지 등 자료들을 남겨서 콘텐츠로 재가공하여 자기 교육을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익숙한 일상,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보다 의미있게 살아가려는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물론 요즘에 많은 교사들이 심층적인 공부를 통해 학위를 취득하고 세미나에 참여하여 자신의 연구와 수업 결과를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젠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운동을 즐기듯이 일반 교사 또한 존재하기 위한 궤적을 남겨야 한다.
코로나 시대, 교사로 존재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생존의 전략이기도 하다. 수업 자료를 하나하나 모으고, 자신의 교육활동에 대해 소박한 글이나마 지속적으로 쓰다 보면, 그것은 나중에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된다. 문제는 버티는 시간이다. 이제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에 영향력 있는 인물로 존재(present)하려면 오늘도 내일도 자신의 수업과 교육철학의 내용을 남기는 것이다. 이것이 스스로 성장하는 비결이고 나아가 우리의 교육이 발전하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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