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개인적 특성과 폭력의 관계
김 성 일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청소년 폭력은 서로 얽혀있는 많은 요인에 의해서 유발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고 그 대책을 수립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조기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폭력의 원인 중에서 가정과 사회 환경 및 또래의 영향에 관해서는 자주 언급되었으나 개인적 특성에 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집중되지 않았다. 개인차에 관해서는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의 폭력에 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특성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청소년 폭력과 반사회적 행동의 개인차의 요인은 유전에서 사회화에 이르기까지 광범하며, 현대 이론에서는 이들 요인들을 상호작용, 조절, 매개작용에 의해서 종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글에서는 유전의 영향, 신경심리학적 및 생물학적 요인, 성격 요인과 폭력의 관계를 구미문헌을 중심으로 검토하려고 한다.
유전 요인
폭력행위를 유전과 환경의 결과라고 말하는 것은 다분히 설교와 같다. 행동유전학에서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규명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유사한 쌍생아와 가족을 이용하여 특성의 변산이 유전과 환경의 유사성의 차이에 어느 정도 기인하는지 분석한다. 행동유전학자들은 4가지 형태의 영향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 2가지는 유전적 요인에 관련되며, 세 번째 요인은 공유환경(shared environment)으로서, 가족의 유사성에 환경 요인이 기여하는 정도를 가리키고, 네 번째 요인은 비공유환경(nonshared environment)으로 환경이 가족 간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나타낸다.
유전적 영향을 검토하기 전에 2가지 주의사항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유전적 영향은 유전자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그 후에 표현형(phenotype)에도 영향을 미치는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 그와 같은 상호작용 효과는 환경적 영향이 아닌 유전적 영향에 포함된다. 둘째로, 모든 영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행동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은 상황에 따라 변하며, 그 변화는 유전과 환경의 상대적 중요성을 바꿀 수 있다.
Arseneault 등(2003)은 영국의 쌍생아 1,200명의 가정에서 선정된 5세 아동의 행동유전학적 분석 결과를 제시하였다. 반사회적 행동은 어머니, 교사, 검사자, 자기보고에 의해 평가되었다. 하나의 반사회적 행동 변인을 고려한 분석에서 유전 가능비는 자기보고 .42, 교사 평가 .76이었고, 비공유환경의 추정치는 교사 평가 .24, 아동의 자기보고 .58이었으며, 공유환경의 추정치는 전혀 없었다. 평가자와 상황을 결합한 다변인분석에서는 공통 변인의 변산 82%가 유전적 영향이고 나머지가 비공유환경의 영향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사회적 상황을 종합한 추정치는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유전의 영향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Conner 등(1998)은 비공유환경의 원천을 확인하고, 청소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하여 10-18세의 쌍생아를 포함한 동성 형제 720명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검사에 의해 반사회적 행동을 평가하였다. 그 결과, 유전적 요소의 추정치는 .56, 공유환경 .25, 비공유환경 .19로 나타났다. Rhee와 Waldman(2002)은 쌍생아와 입양아를 대상으로 반사회적 행동의 유전적 영향에 관한 다수의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하여 유전적 영향. 41, 비공유환경 영향 .43, 공유환경 영향 .16이라고 하였다.
Moffitt(1993)도 비슷한 결론을 제시하였으나 비행의 유형을 상세하게 논의하였다. 즉, 일생 지속되는 반사회적 행동은 청소년기에 국한된 것보다 유전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녀는 Rhee와 Waldman(2002)이 보고한 것보다 유전 추정치가 높은(2-3세 소년들의 외현화 문제 50%에서 5세 아동의 반사회적 행동에 관한 교사 보고 76%에 달하는) 대표집의 어린 쌍생아 연구 결과를 지적하였다. 다음으로는 다수의 연구에서 비행(30-40%)보다는 공격(60%)에서 유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녀는 공격성이 반사회적 성격과 폭력을 측정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증가하는 규칙 위반 행위인 비행보다 일생 지속되는 반사회적 행동을 더 잘 나타낸다고 주장하였다. 또 그녀는 두 종의 연구를 비교하여 청소년 전기에 시작되는 반사회적 행동이 중기에 시작되는 것보다 유전 가능성이 더 많다고 지적하였다. 끝으로, 그녀는 두 종의 연구를 증거로 청소년기에서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반사회적 행동의 유전 가능성이 청소년기에 국한된 것보다 더 크다고 하였다.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
Mednick와 Christiansen(1977)은 유전과 환경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비행을 야기시킨다는 최초의 증거를 제공하였다. 덴마크 입양아 연구의 6,000가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입양아 14%는 친부모와 양부모가 모두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없었고, 15%는 양부모가 유죄판결을, 20%는 친부모가, 25%는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상호작용 효과는 더 강하게 나타났다. Cloninger 등(1982)은 스웨덴 입양아 2,000명 중에서 친가와 입양가정이 정상이면 3%가 비행을 범했고, 입양가정이 이상하면 7%가 비행을, 친부모가 비행경력이 있으면 12%가 비행을, 친부모의 비행과 비정상적인 입양가정에서는 40%가 비행을 자행한 것을 발견하였다.
Caspi 등(2002)은 특수한 유전자와 환경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반사회적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이들은 남자 400명의 아동기 학대와 MAO(모노아민 산화효소)유전자의 상호작용을 검증하였다. MAO 유전자는 MAO 효소를 부호화하여 반사회적 행동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아동기 학대와 MAO 유전자형의 상호작용을 확인하였는데, 저활동 대립유전자를 지니고 있고 아동기 학대 경험이 있는 남자의 85%가 어떤 형태의 반사회적 행동을 보였다.
그러므로 반사회적 행동은 특히 평생 지속되는 경우와 위험한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에 유전 가능성이 높다. 즉, 생물학적 요인이 반사회적 행동의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단서가 있다. 우선, 이러한 결과는 반사회적 행동이 단일 유전자의 결과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유전 가능성은 모집단의 통계치이며, 불변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둘째, 추정치 자체도 문제가 있다. 유전적 영향의 수치는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포함한다. 흔히 사용되는 공격과 반사회적 행동의 평가는 공격 행동의 일반적인 지각이며 구체적인 상황의 영향은 무시된다.
성향 요인
성격과 초기의 기질적 표현은 반사회적 행동과 관련하여 오랫동안 연구되었다. 많은 연구에서 성격과 초기의 기질이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반사회적 행동을 초래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Caspi 등, 1994). 따라서 문제는 관계 여부가 아니라 기질과 성격의 어떤 차원이 반사회적 행동과 가장 깊은 관계가 있는가이다.
기질
Thomas 등(1968)은 임상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3가지 기질 차원을 까다롭고, 순하고, 느린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이 중에서 까다로운 유형이 품행장애와 반사회적 행동과 관련하여 자주 검사되었으며, 행동이 불규칙적이고 새로운 상황에서 움츠러들며, 환경 변화에 적응이 느리고, 반응이 강력하며 짜증과 부정적 기분이 잦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아동들은 일찍부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나중에 반사회적 행동으로 발전되는 것으로 많은 연구에서 증명되었다(Bates 등, 1991).
까다로운 기질의 개념은 기질의 여러 요소를 구체화한 것이므로 결과를 예측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기질을 보다 구체적으로 측정한 연구에서는 반사회적 행동을 가장 잘 예언하는 요인이 무모함, 짜증과 분노, 통제의 어려움과 연관된 측면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Eisenberg 등(2001)은 214명의 유아들에게서 공포와 분노 및 통제 곤란이 외현화 문제 여부를 구별하는 요인임을 발견하였다. Shaw 등(2003)은 284명의 저소득층 남아의 품행문제의 발달경로를 관찰하여 2세경의 무모함이 그 이후의 행동 발달에도 지속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발견은 양심 발달에 관한 연구 결과와도 연관된다. Kochanska(1997)는 양심의 적절한 발달에 필요한 2가지 규제 과정인 정서적 불편과 행동 통제를 가정했다. 이 과정에 기질 차이가 중요한데, 두려움은 정서적 불편에 그리고 통제 곤란은 행동 통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기질과 사회화 과정의 상호작용 효과도 있다. Coon 등(1992)은 까다로운 아동들 중에서 부모의 학대를 경험한 경우에 행동 문제의 위험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성격
Miller와 Lynam(2001)은 성격의 구조 모형과 반사회적 행동의 관계를 검증한 59종의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하였다. 구조 모형은 성격의 기본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 특성 중에서 친화성과 성실성이 반사회적 행동과 상관을 보였고, 연령과 평가방법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반사회적 행동에 중요할 것으로 가정된 신경증이나 외향성은 의미 있는 관계가 없었다. Krueger(1999)는 18세에 낮은 호의성과 성실성이 21세 이후의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정신병질
대인관계 면에서 정신병질(psychopathy)은 자기중심적이고 냉정하며 공감과 후회가 없고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행동 면에서는 범죄를 많이 자행하여 감옥을 들락거린다. Lynam(2002)은 정신병질을 복합적인 성격특성으로 호의성과 성실성이 낮고 신경증과 외향성이 혼합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
많은 연구에서 정신병질은 청소년의 반사회적 행동의 시작 연령, 빈도, 지속성 등과 비교적 강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Corrado 등, 2004). 예를 들면, Kosson 등(2002)은 115명의 청소년 비행자들을 대상으로 정신병질과의 상관이 연령이나 측정방법에 관계없이 .45정도임을 밝혔다.
- 이어지는 내용은 교육평론 8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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