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의 새로운 패러다임
회복적 생활교육을 제안한다.1)
임종화
좋은교사운동 교육실천위원장
영신간호비즈니스고등학교 교사
2. 정부, 교육청 차원의 대응
가. 생활교육 관련 시스템, 체제 정비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는 교육에 있어서 과도한 책임을 부여받은 것이 사실이다. 학생 교육에 있어서 가정과 지역사회의 역할은 작고, 학교의 교사에게 전적으로 권한을 부여하면서 교과 수업뿐 아니라 학생의 생활까지도 법적인 규정 없이 암묵적으로 지도 권한이 부여되어 왔고, 이에 바탕을 두고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와 수업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학생인권이 강조되고, 사회 전반적인 민주의식이 고취되면서, 기존의 체벌을 포함한 교육방법에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 상황에서 기존의 교사 역할과 새로운 교사 역할 간의 혼란과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이 상황에서 학생인권에 대해 조례 제정을 통한 성문화가 시도되는 것과 함께 교사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성문화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학생 인권조례안에 ‘학생의 책무’를 강조하는 조문을 명시2)하고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교사의 수업권 보장 대책 및 지원’에 관한 조항을 포함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다른 교육청도 교사의 권한과 교권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학부모와 교사가 학생의 교육에 있어서 사회계약론적 관계로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통념으로 규정되어 있던 권한을 구체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형태로 정리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부분은 중앙정부 차원의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학부모 소환권” 등의 권한 부여를 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현재, 교권 침해의 어려움 중 하나는 정당한 교육적 활동을 거부하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해 학교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처럼 교사와 상담교사, 교장이 학생 문제로 학부모를 소환했을 경우, 학부모가 그것을 거부할 수 없게 하는 규정과 함께, 학교 방문을 위한 휴가 보장 등의 규정도 함께 제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중앙정부 차원의 법적 보장이 있은 후에 교육청 차원의 교육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곧, 학생인권 보호와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학생의 책무, 학부모의 권한과 책무, 교사의 권한과 책무를 규정하여야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교육청 차원의 갈등조정 과정 설치
현재 학교 폭력이나 교사․학생, 교사․학부모와의 갈등에 대해서 학교가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제도나 장치가 부족하다. 학교는 갈등이 발생하면 무마시키기에 바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교육 주체들은 법정 소송으로까지 커져서 양쪽 모두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더 커지고, 학교의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불신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문제 상황을 사법부까지 가지 않고 교육적인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을 교육부와 교육청 차원에서 담당해야 한다.
1) 교육지원청에 갈등조정센터 설립, 제도 도입
이를 위해 교육지원청 단위의 (가칭) 갈등조정센터 운영을 제안한다. 갈등조정센터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에 근거하여 가정법원 소년범죄의 ‘화해권고제도’ 성격의 역할을 담당한다. 곧, 학교 내에 학교 폭력이나 집단 괴롭힘 등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분명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갈등조정센터에 문제 해결을 의뢰하면, 갈등조정센터에 속한 갈등조정 전문가가 학교에 파견되어 ‘가해자-피해자 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대화로 문제를 푸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현재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관한 조항에 문제 발생 시 교육지원청 ‘갈등조정센터’에 의뢰한다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현재도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규정에 화해, 권고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만 잘 시행되고 있지 않은데, 이 부분을 갈등조정센터에서 조정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학생, 학부모, 제3자와 교사 간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학교 내 분쟁 시 교원, 학부모 등이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이를 심의하여 조정안을 마련하여 양측에 대해 조정을 시도하고, 권고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 부분은 현재 각 교육청에서 제안하고 있는 ‘교육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과 유사하다. 곧, 각 교육청에서 학생 인권 보호와 학교폭력, 갈등 해결을 위해 준비 중인 ‘인권센터’, ‘교육분쟁조정위원회’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러한 역할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법적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2)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 배치
학교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문제, 분쟁을 교육청에서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조정 전문가를 양성하여 배치하는 것이다. 제도가 정비되고 갈등조정센터가 운영되더라도 실제로 활동한 전문가가 없다면 소정의 성과를 얻기 힘들다. 장기적으로 모든 교사가 갈등조정에 관한 연수를 받는 것이 바람직 하지만, 우선 갈등을 전문적으로 조정할 전문가를 양성하여 교육지원청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청소년 상담사, 학교폭력상담사, 학교폭력예방교육사 등 다양한 자격증 과정과 한국 아나뱁티스트센터,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갈등해결센터 등에서도 화해-조정 전문가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 대한 검증과 함께 검증된 단체에 대한 지원과 연계를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단기적으로는 이들 단체에 갈등조정을 위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체계적인 갈등해결 전문가 양성 과정의 도입, 갈등조정 전문가의 법적인 지위 보장 등과 함께 신속한 현장 배치가 필요하다.
다. 생활교육 친화적으로 학교 구조 개편
1) 행정 업무와 교육 업무 분리
학교 생활지도 대책이 나올 때마다 나오는 대책이지만, 중요한 대책이 처벌 위주의 생활지도가 아니고 교육적 의미의 생활교육이 되게 하기 위한 교육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다. 현재의 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 등 많은 이유도 있지만, 교사에게 교과 수업과 함께 공문서 처리 등과 같은 행정업무가 함께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업은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생활지도는 부가적인 업무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부 교육청을 중심으로 교무행정전담팀 구성을 기본으로 한 교원업무정상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학교 업무의 재구조화를 통해 교사의 기본 역할이 행정이 아니고 수업과 함께 생활교육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생활교육의 흐름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이러한 업무 재구조화를 통해 교사들에게 생활교육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확보될 때 다양한 생활교육의 방법들이 제안되고 실천될 것이다. 이러한 업무의 재구조화와 함께 학교 전체적인 생활교육의 시스템과 흐름을 정비하는 것도 필요가 있다. 한 학생을 교육함에 있어 학급 담임, 성찰교실, 상담실, 생활교육 담당부서, 학교사회복지사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언제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와 정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행정과 교육이 분리된 이후 교무실 배치도 생활교육에 적합하도록 학년별로 구성하도록 한다. 교무실 배치에 대해서는 교과 중심, 학년 중심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생활교육에 집중하기에는 학년 중심 배치가 적합하다. 학년 담임이 교무실에 함께 있으면서 일상적인 생활교육의 고민과 대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학급 당 학생 수 축소
학급 당 학생 수도 중요한 변수다. 여전히 30~40명 정도의 학생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질서와 통제 위주로 교칙과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생활지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유를 가지고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학급 당 학생 수가 감소할 때의 효과는 복수담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선사고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선사고는 학급당 인원이 평균 30여명이지만 학교 자체적으로 한 학급에 두 명의 담임이 배치되어 실제로는 한 교사가 15~17 명의 학생을 담당한다. 이 결과 학생들과 다양한 상담과 교육 활동이 가능해져서 더 깊은 생활교육 실현이 가능해 졌다. 선사고와 같은 자체적인 복수담임제는 담임수당 지급, 경력 인정 등의 제도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생활지도 변화에 있어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3)
곧, 앞으로 교과교실제가 확대되면서, 학급에 대한 개념이 변화할 것이다. 곧, 기존의 학급이 존재하더라도 수준별 수업 등으로 이동수업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모든 교사가 학생의 담임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학급 편성을 재구조화하면 특별히 교실을 증축하지 않더라도, 교사가 맡아야 하는 학생 수를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와 함께 복수담임제 실시에 따른 경력 인정, 담임수당 지급 등에 관한 행정적 지원도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1) 이 글은 지난 호에 실린 「생활지도의 새로운 패러다임 - 회복적 생활교육을 제안한다(Ⅰ)」에서 이어집니다.
2) 학생인권조례 제5조(학생의 책무) ①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 ② 학생은 학교의 교육에 협력하고 학생의 참여하에 학교가 정한 생활교육방침과 학교 규칙을 포함한 학교의 규율을 준수하여야 한다. ③학생이 교사, 학생 등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관련 법령과 학칙에 따른 책임을 진다.
3) 「혁신학교 운영과정 질적 연구」(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혁신학교 연구팀, 2011) 182~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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