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교육기부인가, 정부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영
한양대학교 교수
교육기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31개 기업, 대학, 연구기관, 공공기관들과 수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교육기부 박람회(2012.03.16~18)는 교육기부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을 단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다.
교육기부가 무엇이며, 왜 이렇게 교육기부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가? 먼저 교육기부의 정의를 살펴보자. 교육기부는 “공공기관, 대학, 기업, 개인 등 사회가 보유한 인적자원(재능), 물적자원, 노하우, 현금, 현물 등을 유·초·중·고등 교육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비영리로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교육기부의 형태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면, 교육기부 형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는 인적자원을 제공하는 형태; 공공기관과 기업이 가지고 있는 건물, 시설, 기자재 등의 물적자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 컨텐츠의 사용권한을 제공하는 형태 등 매우 다양한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 그간 전통적인 형태의 교육기부라고 할 수 있는 장학금 지원을 넘어, 교원대상 연수 프로그램 운영, 학생대상 진로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 교육 컨텐츠 제공 등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교육기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부는 개인, 기업, 공공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물적자원을 교육을 위해 직접 제공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교육기부는 전통적으로 교육의 주체가 아니었던 기업과 공공기관이 재능과 컨텐츠 제공을 통해 새로운 교육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교육기부는 최근의 사회 변화, 교육제도의 변화, 기업의 여건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로 매우 바람직한 사회적 현상으로 판단한다. 왜 교육기부인가를 다음의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서 살펴보자.
첫째로, 사회적 변화로 교육기부의 필요성이 증대하였다. 소득분배 악화로 인해 교육기회 형평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소득분배가 악화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화와 숙련편향적 기술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화로 인해 성공한 기업과 개인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매우 높아졌으며 반대로 세계화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들의 소득은 매우 낮아지게 되었다. 숙련편향적 기술발전은 높은 교육수준의 숙련된 근로자의 소득은 증가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근로자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어 소득분배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소득분배 악화에 대응하는 가장 바람직한 정책 수단은 교육과 훈련 기회를 보다 균등하게 보장하는 것이며, 교육기회 형평성 제고를 위한 기업, 공공기관들의 기여가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급격한 사회 변화도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교육기부에 참여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자신이 사회에 진출하였을 때 사회에서 필요한 직업이 어떠한 것이며 이러한 것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지를 이제는 학교 내 교육만을 통해서 찾아내고 개발하기는 부족한 시대가 된 것이다. 지식과 창의성이 직접 이용되는 현장에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기업과 공공기관들의 교육기부가 절실해지고 있다.
둘째로, 교육제도의 변화로 교육기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주5일제 시행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하였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교 자체의 자원을 이용하여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이용하여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로, 기업들은 사회적 여건 변화와 교육제도 변화에 따라 교육기부에 필요한 자원이 있을 뿐 아니라 교육기부를 스스로 실행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생산 및 판매뿐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에도 의존하고 있어, 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한 기부, 기여, 나눔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유인변화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교육기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이제는 기업, 대학, 공공기관들이 정규교육에서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직접 교육에 참여하고 교육의 혁신 요소로 작동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필요와 여건 변화에도 교육기부 활동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교육기부 개념과 유형이 정립되어 있지 못하여, 관계자들이 교육기부가 무엇인가를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둘째로, 교육기부 제공자와 대상자 간의 요구와 연계를 도울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 따라서 우수 교육기부 사업이나 프로그램이 발굴되어 보급되어 있지 못하고 있다. 셋째로, 교육기부 활동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유인이 미흡하다.
정부는 교육기부 시장을 조성하고 교육기부 참여자들의 유인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시장조성과 유인강화라는 정부의 개입 형태 중에서, 현재 교육기부 시장이 조성되지 못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조성을 위한 정책이 좀 더 시급한 상황이다. 물론 시장조성을 위한 정책과 함께 유인강화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고, 향후 시장이 조성됨에 따라 유인강화 정책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옮겨가야 한다. 아래에서 네 가지로 나누어 교육기부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정책방안 1-2는 시장조성에 관한 것이고 정책방안 3-4는 교육기부 참여자 유인 강화 방안이다.
정책방안 1. 교육기부 개념 정립 및 현황 점검체제 구축
아직 교육기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못하고, 교육기부 현황에 대해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기부 개념 자체도 정립되어 있지 못함으로 인해 대학, 기업, 공공기관들이 교육기부에 참여하고 싶어도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기부의 개념 정립과 유형화를 통해 교육기부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더욱 바람직한 정책과제를 도출할 수 있다.
교육기부 개념 정립과 함께 현황 파악 및 점검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어떤 주체가 어떤 형태로 교육기부를 행하고 있는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만이 교육기부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다만, 교육기부 효과성 점검 및 평가를 정부가 지나치게 직접적인 형태로 수행하여서는 안 되며, 개별 기부자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평가하기보다는 사회 전체적인 효과성과 평가를 주된 업무로 하여야 한다. 개별 기부자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평가하는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낼 가능성도 크다.
정책방안 2. 교육기부 네트워크 조성 및 교육기부 제공자 직접 지원
교육기부 제공자들과 교육기부 대상자 간의 매칭이 잘 되지 못하여, 교육기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거나 교육기부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초기에는 공공기관이 교육기부 제공자와 대상자 간의 매칭(information clearing house)을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임을 진 공공기관이 개별 사례별로 매칭을 하는 것보다 인터넷을 통한 제공자와 대상자 간의 매칭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도너스캠프(Donors Camps)와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등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우수 매칭시스템을 벤치마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기부에 대한 One-stop 서비스 창구가 필요하다. 교육기부와 관련한 정부부처가 매우 다수이기 때문에 교육기부 제공자들은 부처별로 다른 요건과 규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여성부, 지자체 등과의 협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단일 창구가 필요하다.
초기 단계에서 우수 프로그램 및 사례를 발굴하여 보급하고, 교육기부 기관 종사자에 대한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정기탁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준공공기관의 운영도 필요하다. 앞에서 제시한 교육기부 제공자와 대상자 간의 매칭, 원스톱 서비스, 우수 프로그램 보급, 지정기탁 업무 대행 등은 하나의 기관이 전담하여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책방안 3. 교육기부 제공자 유인 강화
정부가 교육기부에 대한 조세지원 홍보와 자문을 하지만 조세지원 자체를 확대할 필요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기업의 사회공헌부서의 운영비용이 법인세 산정 시 공제되고 있으며, 사회공헌 재단에로의 기부의 경우도 기부금 공제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미 기업의 기부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단, 사회공헌부서 운영이나 재단 운영을 통한 교육기부가 대기업은 용이하나 중소기업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 중소기업에게 맞춤형으로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교육기부를 하면서 외부 자원 동원과 결합을 하는 경우 다소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데, 이것은 조세지원 부족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대상자 선정에 들어가는 높은 비용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교육기부기관의 사회적 이미지 제고와 공감대 확산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교육기부 시상, 교육기부 박람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 교육기부자들에 대해서 일부 유인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와 재정지출에는 관련한 아무런 제도가 없는데, 학생 또는 졸업자가 교육기부에 참여하는 경우 학자금대출 상환을 유예하거나 교육기금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TFA(Teach for America)와 AmeriCorp 참여자에게 미국정부는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또는 학자금 지원을 하고 있음은 참조할만하다.
정책방안 4. 교육기부 대상자 유인 강화
교육기부가 활성화되도록 교육청, 학교, 학교장, 교사 등의 유인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 학교정보공시 항목에 교육기부프로그램을 활용한 정도를 기록하여 공시하게 함으로써 학교가 교육기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육기부프로그램 학교활용실적, 학생참여실적, 재원유치항목 등을 정보공시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여야 한다. 이후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학교공시정보를 기초로 교육기부프로그램을 활용한 실적을 교육청 및 학교평가 지표로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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