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기로 했다. 교육계와 역사학계, 정치권 등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국정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28일 공개한다. 검토본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월 최종본을 내놓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내년 신학기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교육부가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굳힐수록 반대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교육계와 역사학계 및 정치권에서 연이어 국정교화서 철회를 요구해 왔다. 진보 교육단체는 물론이고 보수적인 교원단체로 일컬어지는 한국교총도 국정교과서에 반대하기로 정했다. 이제는 시도 교육청에서 ‘원천봉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종본이 나온다고 해도 학교현장에 배포되지 않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앞장서고 있지만, 다른 시도교육청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가 공들여온 국정교과서가 태어나자마 자 ‘미아’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여론도 나빠졌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24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0.4%로 1년 전보다 7.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찬성여론은 42.8%에서 19.9%로 2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최순실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국정교과서 발행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한때 나돌았다. 그렇지만 교육부는 그런 관측을 무시하고 강행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정치상황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박근혜 대통령측이 검찰수사를 거부하는 등 ‘반격’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강행방침도 바로 이런 ‘반격’ 자세가 반영됐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은 지금 몹시 유동적이고 불투명하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위세가 등등할 때 교육부로서는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설사 교육부가 최종본까지 만들어도 일선학교에서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자칫 새로운 교과서가 사용도 되지 않고 창고에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까운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교육부도 냉정하게 국정교과서 발행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의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자세전환이 요구된다, 그럴 예산이 있다면 차라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거나 교육여건 개선에 투입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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