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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너무 많이 벌였다.” 이주호 교육부장관 취임 이후 줄곧 교육계 안팎에서 나온 우려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교육개혁과제는 무려 10개 넘는다.

10대 핵심정책으로는 ① 디지털기반 교육혁신 ② 학교교육력 제고 ③ 교사혁신 지원체제 마련 ④ 유보통합 추진 ⑤ 늘봄학교 추진 ⑥ 과감한 규제혁신?권한이양 및 대학 구조개혁 ⑦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 체계(RISE) 구축 ⑧ 학교시설 복합화 지원 ⑨ 핵심 첨단분야 인재 육성 및 인재양성 전략회의 출범 ⑩ 러닝메이트법, 교육자유특구법,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등 4대 교육개혁 입법 추진 등이다.
좀 더 들어가면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 디지털교과서 등 에듀테크 교육 활성화, 교육자유특구, 교원인사제도 개편, 대입개편 등이 줄을 서있다. 그러다보니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 전분야에 전선이 형성됐다. 게다가 대부분 정책들이 2025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불과 1~2년의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바람에 정책 추진이 거칠고 컨센서스를 모으는데도 소홀하다는 평가다.

20일 교육부가 교육전문대학원 유보를 밝혔다. 전국양성대학총장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실상 교육부 내부에서는 일찌감치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전원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은 더욱 강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유보통합은 정부가 추진위원회까지 꾸렸지만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유아교육계는 이참에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할 것을 한목소리로 요구하며 어린이집과 통합에 선을 긋고 있다. 지금은 탐색전 단계지만 본격적으로 치고 달리기가 시작되면 저항은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대학 30곳에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사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시쳇말로 대학가에선 '30위' 안에 들지 못하면 '부실 대학' 이미지가 덧씌워질 우려가 크다.

게다가 이중 절반인 15개 대학은 국립대에 배정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지방사립대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엊그제 출입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대학 양극화를 정면으로 지향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교수연대회의는 “극소수 대학만 남기는 행정 편의주의”라고 날을 세웠다.

4대 입법도 난항이 예상된다. 교육감 선거 러닝메이트제법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거론돼온 교육감직선제 폐지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치적 중립과 과도한 선거운동에서 합리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러닝메이트제 도입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러닝메이트제 도입은 단순히 교육감 선거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방교육자치제 유지 여부와 직결된다. 관련 집단과의 다양한 논의 및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지만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다보니 교육부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관련 법을 개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자유특구법도 마찬가지다. 교육자유특구란 ‘공교육 내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보다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는 미래형 교육제도’이다. ‘특구 내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공교육의 선도적 모델 창출을 지원’하고, ‘개인의 소질·적성 개발, 인성·체험 등 다양한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대안학교가 설립?운영’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자유특구제도가 실현되면 ‘지방 명문 초중고교’가 부활하게 된다. 기업이나 연구소가 특구 내에 대안학교를 설립해 재정 지원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만일 교육자유특구 내에서 대안 초등학교도 설치가 가능해지고 늘어난다면, 이는 일반 공립초등학교의 슬럼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일반 공립초등학교에는 사립이나 차터스쿨 등에 입학할 형편이 되지 못한 학생들이 남게 될 것이다. 기본 틀 자체를 흔들경우 부작용이 더 커질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떤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지, 잘 추진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관점의 기준이 되는 원칙은 있다.

첫째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국민의 참여와 권익을 강화하는 정책인가, 정책이 국가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담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둘째는 국민들이 동의하고 이해하는,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정책인가 등이다. 셋째는, 정책의 적실성 또는 실현가능성이다. 국민들의 욕구와 열망을 잘 담아내고 있는가, 국가현황 및 정책 환경과 잘 부합하는가 등을 봐야한다.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의 성과를 가늠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너무 많은 과제를 제시하는 바람에 교육종사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도 숨이 막힌다. 그런 점에서 교육전문대학원 유보는 교육부가 잘 결정한 조치다. 최선을 다한 교육부이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단에는 용기도 필요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하나라고 제대로 하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국민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그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달인의 식당에는 코스요리가 없다. 단품 하나로도 얼마든지 박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