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까지 200개 학교에 수영장·도서관·다목적실 등을 갖춘 복합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질 높은 돌봄 공간을 마련, 편의시설을 지역사회와 공유해 저출산과 지역소멸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학교복합시설은 학교부지를 활용해 도서관, 수영장, 체육관, 주차장 등을 만들어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도 방향성에 대해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학교에 관련 업무 부담을 가중시켜서 안 된다는 입장과 함께 학생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학교복합시설 89%, 수도권 광역시에
현재까지는 전국 학교복합시설 226곳 중 200곳(89%)이 수도권과 광역시에 몰려있고, 학교복합시설은 체육시설(129개소·전체 33.1%)이나 주차장(124개소·31.6%)으로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양질의 돌봄을 제공하기 위한 늘봄학교 복합시설은 단 3곳에 불과하다. 그간 소유권, 학생 안전, 운영비 등 문제로 갈등이 생기며 사업 추진에 제한이 있었다.
교육부는 229개 기초지자체 중 학교복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 142곳에 학교복합시설을 우선 설치한 뒤 모든 기초지자체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5년간 총 200개 지역 학교에 학교복합시설을 설치, 특히 행정·재정적 지원을 통한 학교·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한다.
교육부는 재정자립도에 따라 학교복합설시설 설치비의 20~30%를 시도교육청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매년 3600억원씩 총 1조8000억원을 지원한다.
지자체 재정 자립도가 낮을수록 교육교부금 지원 비율을 확대, ▲20% 미만 총 사업비 30% ▲20~40% 미만은 25% ▲40% 이상 20%다. 늘봄학교와 연계한 경우 10%가 더 투자된다.
복합시설이 없는 149개 지자체 우선
또 학교복합시설에 대한 투자심사 제도개선을 통해 행정적 절차를 간소, 신설 학교가 학교복합시설을 추진하는 경우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면제를 추진하고, 한국교육개발원·한국사학진흥재단 등을 현장지원센터로 활용해 사업기획과 관리, 운영과 협의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이에 교육부는 오는 2027년까지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1개소 이상의 학교 복합시설을 운영하도록 설치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복합시설이 아예 없는 149개 지자체를 우선해 5년간 매년 대학 10개교, 초중고 30개교씩 40곳을 공모 받는다. 공모사업 추진을 위해 다음달 사업설명회를 열고 오는 5월부터 공모해 9월까지 사업을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늘봄학교 시범운영학교(214개)를 우선 선정 대상으로 한다. 선정된 학교에는 방과후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실과 창의활동공간, 수영장, 체육관 등을 필수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인공지능(AI)·코딩·빅데이터·드론 등 미래사회 대비 수요가 높은 신산업 분야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한다. 인근 학교 학생도 이용할 수 있는 '거점형 돌봄센터' 설치도 지원한다.
중·고교, 대학에도 지역 특성을 고려한 복합시설 특화방안을 마련, ▲신도시형 ▲구도심형 ▲농산어촌형 등 유형별로 목적을 달리한다. 특히 대학의 경우, 선정 시 5년 간 국고 1000억원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지방대에게 학교 복합시설 우선 조성 방안도 추진한다.
지자체장이 복합시설 관리·운영
복합시설의 관리·운영권은 학교가 아닌 지자체장이 갖는다. 학교 안에 한 지붕 두 주인이 생기는 셈이다. 이를 통해 교육활동이 이뤄지는 학교와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복합시설의 관리, 운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업무 부담을 줄이고자 인력도 지원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사업으로 지역 간 격차를 줄여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소멸을 방지하겠다”며 “지자체의 부담이 컸던 관리·운영비 일부도 교부금으로 지원하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교육부 교육자치협력안전국장은 "출입구부터 다르고, 수업 시간에도 불필요하게 겹치지 않도록 설계 학생과 일반인의 동선을 분리하는 설계를 도입한다"며 "지자체 CCTV 통합관제센터를 학교복합시설 CCTV와 연계해 통합 관제하는 체계도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학교복합시설을 지자체가 책임지고 관리·운영하는 데 환영한다"며 "이번 방안이 늘봄학교 운영을 지자체로 확산, 이관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현재 초등학교는 돌봄이 문제인데, 돌봄 학생을 우선으로 개방하는 게 맞다"며 "출입자들이 다양해지는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는 있다. 그것 빼고는 큰 틀에서 동의한다. 추후 운영이 잘 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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