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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건강과 복지 보장을 위해 제정된 아동복지법은 교사들에게 저승사자법으로 통한다. 한번 신고를 당하면 그것만으로도 담임 교체, 직위해제 등의 강도 높은 처분을 결정되고 이후 경찰 조사와 징계, 소송 등 고통스런 순간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아동학대는 헌법이 정한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유죄 추정과 같이 취급 되는데다 의심만 있어도 신고할 수 있어 무혐의 결정이 나더라도 무고죄 등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부분 아동학대 사건이 교육활동이나 생활지도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어 교사들은 언제든 신고당하고 처벌받을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높이게 된다.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당한다는 속설이 확인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아동학대 혐의에 몰린 초등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모습이 그려진 MBC 방송 이후 교육계가 공분과 개탄,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교조는 8일 성명을 내고 교사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동학대 주장만 있으면 수사기관에 신고, 전수조사, 교사 분리 조치가 진행되는 현재의 아동학대 처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신고 사건의 경우 형사적 개입에 앞서 학교에 정상적인 자기 판단의 권한을 부여할 것과 교사 혼자서 모는 문제를 떠안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교육당국의 법적, 인적, 물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노조연맹도 이날 논평에서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기는커녕 이 모든 문제를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단한번의 조사과정도 없이 교사를 아동학대자로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은 아동을 학대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아동학대처벌법의 취지보다 행정기관이 면피용이어서 교사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신고 또는 수사 개시만으로 직위해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즉각 충단할 것과 모호한 정서학대 기준으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로 신고되고 악용되는 것을 막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공무집행 방해 및 무고죄에 대해 교육청이 민원인을 고발 조치할 수 있는 규정 신설, 교사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고객응대근로자’에 준하는 지원방안이 법률적·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교총은 지난 1월 무분별한 아동학대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처방안을 마련, 교육부에 전달했다. 교총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무혐의로 판단될 경우 교권침해 행위에 준하는 특별휴가 및 치료, 구상권 청구와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교사의 전문적 교육활동 전반에 대한 아동학대 판단여부는 교육분야의 학식과 경험, 자격을 갖춘 교원이 맡아야 한다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아동학대 사례결정위원회에 교원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를 사례결정위원회에 교원이 포함될 경우 제식구 감싸기식 온정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교원을 배제하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오는 6월 28일 시행되는 생활지도법 시행령에 보다 구체적인 생활지도권이 명문화되지 않으면 교사들이 억울하게 아동학대범으로 몰리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