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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일찍이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유발한 제도(制度)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크게 공감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점들은 그야말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결국 얽히고설킨 문제를 그 제도 안에서 모면하거나 해결하려고 하니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파생되는 현실을 보면 무언가 구조적인 변화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몇 해 전에 구조(構造)에 관한 인상적인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정아영 시각장애인 권리보장연대 대표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문제를 다룰 때 희망이나 극복 같은 주제로 접근하지 말고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해 많은 장애인이 말할 수 있도록 인식과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이 자주 쓰는 ‘구조적인 변화’ ‘구조적인 민주개혁’ ‘구조적인 불평등’이란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여기엔 사회적인 구조는 좀처럼 잘 바뀌지 않고 인간의 행동이나 제도 운용에 영향을 미치는 뿌리 깊은 문화적 요인, 비공식적인 규칙 같은 것이 존재함을 실감한다.

영국을 이끈 철의 여왕, 마거릿 대처(1925~2013)는 “사회라는 것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처 총리는 뿌리 깊은 영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던 노동문제에 혁명적인 구조 변화를 이끌었다. 작금의 한국이나 미국에서 대체로 진보·좌파가 ‘구조’를 좋아하는 성향을 보인다. 반면에 보수·우파는 ‘구조’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이다. 구조라는 말을 좋아하건 아니건 구조는 세상을 이해하는 유용한 개념이다.

만물에는 구조가 있다. 예컨대 경제구조·정치구조·국제정치 구조가 그것이다. 우리 몸도, 우리 뇌도 마음도 하나의 구조다. 가장 큰 구조의 단위로 국제사회와 국내사회가 있다.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구조는 생로병사, 발전과 쇠퇴를 겪는다. 구조적인 변화에는 때가 있다. 이에 걸맞게 새로운 구조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어느 국가나 커다란 과제로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시대의 숙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국제 질서의 구조적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자 왈(曰), 맹자 왈 하다가 나라가 망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과거에 그랬지만 미래에도 ‘결정적 순간’ 이후에 도래하는 새로운 구조에 적응하면 살고, 적응 못하면 죽는다. 그래서 국익이 아니라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며, 기득권에 집착하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전임 정부의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곧 ‘구조적으로 다른 나라’를 지향했다. ‘적폐 청산’의 궁극적인 목표도 ‘구조적으로 적폐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한때 어느 정치인이 표방하던 ‘국가 대개조’ 또한 ‘구조적인 변화’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보여주었듯이 늘 정치적 구호는 허상에 지나지 않아 다만 그것이 염려될 뿐이다.

나라를 망하게 한 선대의 잘못을 우리 세대가 반복한다면 우리 후손들이 우리를 얼마나 한심하게 볼 것인가. 역사의 구조적 변화를 모르고 당했다면 일말의 변명도 가능하다. 알고서도 또 당한다면, 정말 구제 불능이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변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엔 국민의 의식이 바뀌는 게 우선이다. 우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백년대계라는 교육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교육개혁은 새로운 구조를 모색하지만 실제는 기존 구조를 땜질하는 식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기엔 강력한 저항이 뒤따른다. 기득권자들의 반발 말이다. 교육 문제는 사회의 의식구조 변화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국민적 설득과 합의부터 이루어야 한다. 미래의 희망을 간직하고 혼돈의 현실을 극복해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과감히 극복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