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임경숙

수필가, 前 법원초등학교 교장

‘평가’ 받는다는 것은 결코 좋은 기분일 수 없다.

‘너는 잘 할 수도 있지만, 잘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네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그것을 확인하겠다’라는 것이 평가를 받는 이의 입장이다. 그렇기에 남을 ‘평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하고, 오해의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에서 학교평가지표를 학교 자율 평가방식의 정성평가에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의 정량평가 위주로 변경한다고 한다. 2020년부터 진행되는 경기도교육청의 학교평가는 그동안은 자율적으로 21개의 정성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이제부터는 평가항목을 29개로 늘리고. 그중 24개 항목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의 정량평가로 이뤄진다고 한다.

몇몇 교육단체는 평가지표가 임태희 교육감의 정책을 잘 따르냐의 여부를 본다며 비판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임 교육감의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교육적으로 문제가 없는 정책이라면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평가지표가 나왔을 때 일선 학교에서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너무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꼼수를 찾을 것이고, 실제의 안 좋은 모습은 가리고 없는 것도 있는 척, 제대로 안 하는 것도 최대한 ‘하는 척’ 할 것이다.

고등학교 평가지표에 ‘창업교육 실시 비율’이 있다. 뭐, 간단하다. 전문강사 초청해서 1~2시간 정도 방송으로 강의한다.(신기한 것은, 행정부에서 저런 평가지표가 나오면 갑자기 자칭 ‘전문강사’들이 수없이 나타나 학교에 전화해서 “강의를 ‘짧고’, ‘저렴하게’ 해 줄 수 있다”고 광고한다는 것이다. ‘내실 있는 교육’을 꼼꼼하게 해 준다는 강사는 없다.) 물론 창업교육은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선 학교 담당자들이 이 창업교육을 정말로 학생들이 ‘본인이 창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 만큼’ 심도깊게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1~2시간 정도로 진행되는 강의 시간, 학생들 대부분은 잠을 자거나 다른 행동을 한다. 선생님들도 자는 학생 깨우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때우기’라는 것 알고 있다.

다른 지표들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시민역량 수준 및 증감률’, ‘세계시민 의식수준 및 증감률’, 이와 같은 항목들도, ‘창업교육’ 만큼이나 대충 되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도교육청에서도 교육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시간’ 뿐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잘 되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내실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해도, 크게 잘못될 일은 없다.

심각하게 걱정되는 부분은, 학교평가에 ‘학교폭력 발생률 및 증감률’을 넣은 것이다.

지금도 학교 관계자들은 학교폭력 사태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사건을 축소하고 무마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고, 없었던 일이었던 것처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생님들은 알고 학부모는 모르는 심각한 학교폭력 사태가 많다.

그런데, 이제는 학교평가에 ‘학교폭력 발생률’을 집어넣는다고 한다. 지금도 숨기고, 감추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를 더욱더 숨기려 할 것이다.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숫자는 낮아질지 몰라도 실제로 줄어드는 것은 별개이다. 그냥 말하지 않을 뿐이다.

차라리 학교폭력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는가를 평가지표에 넣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다면, 일선 교사, 학교장들이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질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객관적 지표가 없는 만큼 처분결과를 점수기준에 맞춰서 진행할 수 있다.

학교평가는, 학교들 간의 서열을 매기는 행위다. 암묵적인 서열이 있다고 해도, 거기에 추가로 교육청까지 나서서 공식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상위권 학교는 좋을지 몰라도, 하위권 학교는 어쩌면 폐교를 앞당기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타지역보다는 낫다고 해도, 경기도 내에서도 매년 4~5개의 폐교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