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전체적으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이례적인 일이 이어진 해였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19 터널을 나와 과감히 지난해 5월 전면등교가 실시됐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계는 본격적인 디지털 인재양성을 위해 코딩교육 구상과 교사의 업무경감을 위해 에듀테크 플랫폼을 실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또 앞으로 행보를 지켜보아야 할 일이지만 미래교육을 위해 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의 기대를 안고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했다. 지난해의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경험들이 포석이 되어 더 나은 새해가 되리라 희망한다. <편집자주>
'학종 자소서'…現 고2 대입부터 폐지
내용 부풀리기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가 2024학년도 대입부터 폐지된다. 새학기 고교 2학년이 첫 적용 대상이다. 또 대학들은 모집인원 10%를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 개정 시행령은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쓸 수 있는 입학전형자료에서 자기소개서를 제외토록 했다. 이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불공정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추진, 시행령에 명시된 '자기소개서 등 교과성적 외의 자료'가 '성적 등 교과성적 외의 자료'로 바뀌고 '자기소개서는 제외한다'는 문구가 첨가됐다. 이는 2019년 11월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의 후속조치다. 당시 교육부는 학습 실적 및 역량 등과 관련한 부풀리기가 횡행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자기소개서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교육부장관 김인철 자진 사퇴
윤석열 정부 초대 교육부장관에 내정됐던 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이 지난해 5월 사퇴의사를 밝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의 첫 낙마자가 됐다.
한국외대 총장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던 김 후보자는 부인과 두 자녀가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한 사실이 알려지면 ‘남편 찬스’ ‘아빠 찬스’의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김 후보자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마지막 봉사를 통해 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어떤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겠으며 모두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주신 윤 대통령께 죄송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덧붙이며 국민여러분께 사과와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부연하며 고개를 숙였다.
2년여 만에 모든 학교 정상 등교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일상회복 추진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일부터 모든 학교에선 원격수업이 중단되고 정상등교가 실시됐다. 학교의 코로나19 자체조사 체계도 종료됐다. 유증상자와 고위험 기저질환자에 대해서만 24시간 내 신속항원검사를 받도록 권장한다.
정상등교는 학생들이 매일 학교에 나가는 전면등교에 더해 그간 중지됐던 체험학습·동아리활동·봉사활동 등 비교과활동까지 전면 재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도 학생·교사의 의견수렴을 거쳐 진행할 수 있다. 이달 말까지는 확진자를 7일간 격리하고 학교가 유증상자·고위험 기저질환자 중심으로 접촉자를 조사하며 선제적 자가검사를 1회 실시하는 학교 방역·등교 기준이 유지됐다.
‘5세 입학’학제개편안 사실상 백지화
교육부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결국 ‘만 5세 입학’ 관련 내용을 담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1년 하향안을 포함한 학제개편안을 핵심 추진 정책으로 내세운 지 열흘 만에 사실상 학제개편안은 백지화 수순을 밟았다.
교육부의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주요 추진과제 중 ‘국가교육책임제’를 설명하는 항목에서 입학연령과 학제개편에 관한 표현은 모두 빠졌다. 대신 ‘조기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여 아이들의 안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는 문구만 포함됐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날 결국 사퇴하면서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은 사실상 더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2025년 초·중등 코딩교육 의무화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발표, 최근 사회가 요구하는 디지털 분야 인재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초·중등 교육 단계부터 정보교육 등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여기에 필요한 조기교육을 목표로 영재학교 8곳, 과학고 20곳을 대상으로 SW·AI 분야 특화 교육과정 운영을 강화, 공통 과정에 AI, 머신러닝, 데이터 과학 등을 편성·운영하는데, 현재 시범 운영 중인 2곳을 2025년까지 14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중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영재학생 700명은 정부가 지원하는 멘토링 수업 등을 들을 수 있다.
초·중등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이 함께 추진, 교육부는 학교장 개설 정보과목 확대 등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보시수를 확보할 수 있는 시행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초·중등 학생을 위한 코딩교육을 의무화하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진로·적성을 고려한 학점제형의 코딩과목을 신설키로 했다.
‘교육소통령’ 변화와 안정 선택
6·1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보수가 7곳, 진보는 9곳에서 승리했다. 중도는 대전 1곳이다. 지난 2018년 선거에서 단 2곳에 불과했던 보수성향 교육감은 이번에 7곳으로 늘어 대약진했다. 반면 진보는 9명의 교육감을 배출, 선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인물교체가 이뤄지면서 진보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았다.
2일 오전 8시까지 진행된 개표결과 진보성향 교육감은 서울 조희연(38.09%), 인천 도성훈(41.46%), 광주 이정선(34.91%), 울산 (故)노옥희(55.03%), 세종 최교진(30.83%), 충남 김지철(33.79%), 전북 서거석(43.52%), 전남 김대중(45.08%), 경남 박종훈(50.23%) 등 9명의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성향 후보 중에는 부산 하윤수(50.82%), 대구 강은희(61.61%), 경기 임태희(54.79%), 강원 신경호(29.51%), 충북 윤건영(55.95%), 경북 임종식(49.77%), 제주 김광수(57.47%) 등 8명의 후보가 1위를 기록했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전 설동호 교육감은 41.50%를 얻어 당선됐다.
교권침해 학부모 학교 출입 제한
교권침해 우려가 있는 학부모의 학교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교권 보호조례가 입법 예고됐다. 교권보호를 위해 학교 구성원들의 상호 존중을 담고 있다.
조례안은 교육활동보호 환경 조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교육주체 상호 간에 협력하고 존중하는 학교 문화 조성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성격을 규정했다.
이어 학교의 교육환경은 교원의 전문적 역량과 학생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한다면서 교육감은 교육 활동보호 환경 조성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와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했다.
교육주체들은 수업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과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존중하고 나아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교육활동 또는 학교 구성원의 안전에 지장을 주는 경우 ▲학습 분위기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무단침입 등 학교 출입 수칙을 위반한 경우 ▲학교장 및 학교 출입 업무 담당자의 정당한 지시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학교장이 학교출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컴백 이주호’ 교육계 긴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이 후보자의 선방으로 끝났다. ‘아빠찬스’와 ‘사교육업체 유착’ 논란이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조만간 교육부 장관을 지명할 것으로 점쳐졌다. 교육계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우선 이 후보자는 장관이 되면 교육부를 넘어 사회부총리 역할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9월 30일 후보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범부처적 노력이 필요하고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회부총리로서의 역할을 더 활성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육부 장관이 겸하고 있는 사회부총리 역할을 지금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한때 자신이 주장했던 교육부 폐지론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혁신과 과감한 규제개혁을 강조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조직개편은 이르면 연내 단행될 전망이다. 내년 1월 교육부는 대규모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할 것으로 보인다. 소위 ‘이주호 키즈’로 불리는 관료들이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가교육위원회 9월 27일 출범
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을 마련할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지난해 9월 27일 출범했다.
위원장 1명(장관급)과 상임위원 2명(차관급)을 포함하여 총 21명으로 구성, 현재 교원관련단체 추천 2명을 제외한 19명의 추천?지명이 완료됐다. 위원장으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지명됐다.
지명된 국가교육위 위원은 ▲이배용 (現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 단장, 前 이화여자대학교 13대 총장) ▲김태준 (동덕여자대학교 부총장, 前 한국금융연구원장) ▲정대화 (現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前 상지대학교 총장) ▲김석준 (前 부산광역시교육감,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김태일 (現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박소영 (現 교육바로세우기 운동본부대표, 現 한국교육포럼 사무총장) ▲이민지 (現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회장, 現 전국대학학생회 네트워크 의장) ▲이승재 (前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前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 ▲장석웅 (現 징검다리교육공동체 고문, 前 전라남도 교육감) ▲전은영 (現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 서울교육청 혁신학교 정책추진 자문단 위원) ▲강은희 (現 대구광역시교육감, 前 여성가족부 장관) ▲강혜련 (現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김정호 (現 서강대학교 겸임교수, 자유기업원 원장) ▲천세영 (現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명예교수, 前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홍원화 (現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現 경북대학교 총장) ▲남성희 (現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現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이영달 (現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장상윤 (現 교육부 차관, 前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 ▲조희연 (現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서울특별시 교육감) 이다.
교원관련단체에서는 처음 출범 시에는 공석이었다가 추후 ▲정성국 (現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선출됐고, 아직 한 자리는 공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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