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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이했다. 의례적으로 새해에는 남다른 계획을 세우며 몸과 마음을 굳건히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의미의 연계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21세기 출발과 함께 이구동성으로 과거와 다른 새로운 교육을 내세웠다. 마치 21세기 학생들은 과거 학생들과는 다른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디지털 대문명을 선도하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와 차별화되는 창의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창의적(創意的)’라는 것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연유하는 것에 기반한 변화의 모색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21세기 교육과 19세기 교육은 상당히 관련성이 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떻게 양자를 상반된 관계로 인식하게 되었을까? 이는 이분법적으로 한쪽에선 21세기의 역량으로, 다른 한쪽에선 19세기의 지식으로 명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21세기 역량’이라 할 때 이는 문제 해결력. 비판력,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융합적으로 표명한 것의 다른 지칭이다.

물론 21세기 역량은 시대적인 필요에 매우 중요한 종합능력이다. 어느 하나라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그 역량의 어느 것도 오직 21세기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살았던 기능공도 기존의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적응하거나 혁신하면서 일해야 했다. 2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도 기존의 생각을 비판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창조하고, 개혁하고 읽을 줄 알아야 했다. 현재의 알파벳도 B.C. 2100년경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는가.

미래에는 과거의 지식을 더욱 필요로 할지 모른다. 따라서 그런 능력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경제적 기회는 그만큼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결국 이제는 과거 엘리트 계층만 받을 수 있었던 교육을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21세기라 하여 교육의 개념을 완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사람에게 가치 있는 전통적 교육을 받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21세기 교육’이란 개념의 배경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바로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진부한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역량들이 21세기에 새롭게 필요한 특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틀린 말이고 자칫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21세기 역량을 학습하는 방식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실제적인 면에서 오히려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왜냐면 21세기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 사실은 교육과정에서 과거 지식을 제외하려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교육과정에서 지식을 제외할 수 있을까. 결국 전통적인 지식 없이 21세기 교육을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語不成說)이다.

이제 교육에서 오래된 지식일수록 더 인정을 받아야 한다. 예컨대 미국의 세인트존스 대학은 4년간 100권의 고전을 읽는 것으로만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교육은 최신의 지식, 현대적이고 최첨단이란 것들을 주문 외우듯 요구한다. 한마디로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최첨단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늘날 프로젝트 학습법이라는 것도 미국과 영국에서 19세기부터 대두되었던 학습법과 거의 차이가 없다. 현재 교육 선진국들은 추상적인 역량이 아닌 과거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 최첨단 과학도 21세기 역량 주창자들과 정반대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제 학교 교육은 누군가 새로운 지식이라 칭하는 이론을 가르칠 때는 더욱 비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검토해야 한다. 사람도 ‘구관이 명관’이라 하고 지혜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하지 않는가. 21세기 교육은 과거의 핵심 지식을 기반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시대적 삶의 역량을 키우는 온고지신의 강화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