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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최근 우리 시대는 모든 삶의 영역이 분명 누가 뭐래도 위기다. 그래서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실체감에 기대가 크다. 그동안 우리 사회나 지구촌은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과 사투(死鬪)를 벌이며 개인이나 국가나 단순한 경험이나 적응의 수준을 넘었다. 이제는 이 위기로 인한 각종 사회적 혼란과 침체를 앞장서 극복할 인재와 그의 역량이 필요하다. 그동안 각국은 지도자의 그런 실력의 유무에 따라 정권이 바뀌고 시스템이 바뀌지 않았던가. 이젠 어느 공공분야든 ‘껍데기’가 아니라 ‘알짜’만이 필요하고 대접받는 상황으로 귀착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위기의 시대에는 실력 있는 교사와 교장, 그렇지 않은 교사와 교장의 구별을 확실하게 요구한다. 지난 3년에 가까운 기간에 걸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반복하며 수업을 하던 초중등학교는 교사들이 새로운 수업의 개발과 안정적인 운영, 세심한 학생 지도의 역량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학교장의 정책과 리더십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결국 많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터득한 IT 설비 조작 기술과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 프로그램의 운영은 실력이 뛰어난 교사와 교장에겐 그 실체감을 높였다.

수업에서는 전통적인 수업의 방식에서 벗어나 원격수업의 3가지 형태- 쌍방향 수업, 콘텐츠를 활용한 단방향 수업, 과제제시형 수업 ?중 하나, 또는 융합형(blended)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을 계발하였다. 그런데 학생에 대한 애정의 유무와 이러한 수업방식의 적용에 따라 교사들의 시련도 컸다. 문제는 교사의 자발성과 적극성이었다. 밤새워 수업자료를 제작하며 수업을 자신의 설계에 따라 진행하는 실력 있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기존 EBS 강의나 e-배움터 학습 자료, 각종 교육매체의 콘텐츠를 그대로 복제하여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하고 부실한 수업으로 일관하는 교사가 있었다. 이처럼 교사들의 열정과 실력의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 그대로 드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호가 엇갈리기도 했다.

한때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교 3학년의 70%와 1, 2학년 55%에 가까운 학생들이 수업에 불만족을 표시하며 차라리 수업을 듣지 않는 게 낫겠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각자도생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학습의 자구책을 강구하는 위기를 맞았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과거에 비해 학력 격차가 커지고 중위권이 사라지는 결과를 남겼다. 여기에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적 차이가 학력의 격차를 더 크게 초래하는 추가 요인이 되었다. 결국 학력 격차는 교사의 실력과 빈부 차이에 따른 대처도 요인이었다.

미래는 초중고 교사들에게 온라인상에서 진짜 실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한때 부실한 수업 때문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연대가 온통 뉴스를 점유했을까. 미래에는 학교 교육에서 있는 둥 마는 둥한 소위 ‘빈껍데기’ 교사에 대한 관용이 퇴색되고 대신 엄격한 평가에 의한 재교육 또는 퇴출이란 경고가 함께 할 것으로 예측된다. 나아가 교원평가는 폐지는커녕 더욱 새로운 기준(New Normal)에 따른 엄격한 실행의 시대를 열 것이다.

위기의 시대엔 누구나 어디서든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와 역할 수행이 필수다. 지금처럼 지도자적 직책을 맡으면서 그에 합당한 정신과 가치관, 사회적 자질과 의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빈껍데기일 뿐이다. 국가는 성장하고 발전하며 이로써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우리 교육이 전환의 시대다. 일례로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 실행에 따라 실력 있는 교사가 우대받고 선택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일찍이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한 신동엽 시인의 말처럼, 껍데기는 가고 실력자만이 위기가 팽배한 난세에 신뢰의 보루다. 이는 확고한 시대정신으로 정착되어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常數)’인 미래에는 실력을 갖추는 변화만이 생존의 필수 전략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