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서울중원초등학교 교장
서울중원초등학교(교장 김미경·사진) 국악관현악단이 코로나 3년 만에 지난 9일 노원어린이극장에서 여섯 번째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김영환 지휘자의 지휘로 이날 공연은 총 세 마당으로 구성, 첫 번째·세 번째 마당은 국악·관현악 합주로, 두 번째 마당은 새내기들과 앙상블로 진행, 스크린 설명으로 관객이 국악을 더욱 알기 쉽게 접근하게 하고 ▲축연무 ▲산도깨비 ▲아리랑연곡 1악장 등 웅장한 곡들이 초등학생들의 손끝에서 연주됐다. 그동안 공연도 못하고 방역을 지키며 연습도 쉽지 않았을텐데 얼마나 기량을 갈고 닦았는지 공백기간이 무색할 만큼 연주회는 대성공이다.
▲ 이날 공연에서는 기존 단원들의 축·연무로 웅장하게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리허설이 한창인 공연 시작 3시간 전, 친구들과 삼삼오오 앉아 연주할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얼굴에 긴장과 설레임이 역력하다. 붉은 단복을 입은 기존 단원들 앞에 나란히 앉은 신입단원들은 노란 단복을 착용, 제 키만한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으니 3학년인데도 노란 병아리처럼 유독 작아 보인다. 곧이어 힘차게 흐르는 가야금의 아리랑 가락, 직접 보지않고서 고사리같은 작은 손가락으로 튕겼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찬조출연을 한 노원구립민속예술단의 협연에 자신도 모르게 흥이 났는지 고개를 흔들며 리듬을 타다가도 협연을 할 땐 진중한 모습으로 의연하게 협주를 해내는 학생들에게 가족단위로 모인 관객들은 열광했다.
시·구청과 일궈온 전통문화예술, 보편화돼야
1990년도에 설립된 동교는 2013년에 관현악단을 창단했다. 당시 정내석 전 교장은 문화예술의 전통을 미래세대에도 이어가게 하는 것이 참교육이라고 판단, 국악 전문 강사를 초빙해 희망학생에 한해 전통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날 참석한 우원식 국회의원은 “10년 전 중원관현악단 창단할 때 자신도 동네 사람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서울에 국악 오케스트라를 하는 학교는 10개 정도라고 설명, 특히 중원관현악단은 역사도 깊고 역량도 아주 뛰어나다며 앞으로 “중원 오케스트라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소실 적에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에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내년 축제 계획에 중원관현악단을 초대해도 되겠냐면서 “앞으로 문화적 향유를 누리는 노원의 자랑으로 키워나갔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전했다.
▲ 새내기 단원들이 노란 단복을 입고 중원아리랑을 열창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7년도부터 국악관현악단 운영을 지원,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필요한 국악기 구입, 전문 국악 강사를 초빙해 동아리 형태로 악단을 구성해 전문성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서 7일에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국악 합동연주회를 개최, 국악관현악단이 운영되는 7개 학교 중 동교 악단도 연주하여 빛을 발한 바 있다. 해금를 연주한 최지효(5학년)학생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버스를 탈 때마다 멀미가 심했는데 많은 사람 앞에서 연주하고 박수를 받으니 그동안 연습했던 것이 보람되고 가슴 벅찼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현악단 지역 유일…존중과 배려 알아가
노원구·도봉구 통틀어 관현악단을 운영하는 학교는 동교가 유일하다. 이에 김혜선 학부모회장은 강한 자부심을 보이며 “가야금의 경우 손가락에 힘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서 여기저기 다 터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재미를 느낀다. 심지어 처음에 흥미를 가지지 않았던 아이들도 매료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우리 국악의 매력이 큰지 알 것 같다”며, “오히려 큰 공연을 하고 와서 아이들이 자신감이 붙었다. 정서적으로 안정되니 학습에 집중력도 좋아지고 나중에 전공하는 아이들도 있다. 요즘 공부하느라 바쁜 아이들은 자기개발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학교와 정부에서 이렇게 지원을 해주니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전 교장님이 밭을 일구셨다면 김미경 교장님은 열매를 내시는 분이시다. 직접 국악과 무용을 하셨던 분이라 국악에 대한 조예도 남다르시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어릴 때 추억으로 끝나지 않고 성인이 돼서도 즐겁게 음악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학교 연습실에서 소소한 공연을 하고있는 동교 국악관현악단 학생들.
동교 관현악단은 3학년에서 6학년 학생들로 구성 대략 40명이다. 동교는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한 학기에 한 번씩 예술여행을 체험하고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방과후시간을 이용해 기량을 키우고 있다.
국악교육은 사람지향 교육의 일환
학생들을 지도해온 김진곤 담당부장은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며 자부심과 큰 기쁨을 느낀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생각을 저희 악단에 녹여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학생들이 서로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소리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았다. 기대보다 더 훌륭하게 해내는 학생들에게 고마웠고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서로 배려했던 경험과 무대 위에 섰을 때 받았던 응원과 격려가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해금을 연주한 같은 학년 정하윤 학생은 혹 연습이 힘들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라 공부에 전혀 방해를 느끼지 않고 연습하고 있다”며 부모님도 격려해주시고 친구들과 합주할 때가 가장 즐겁다며 웃어 보인다. ,
김미경 교장은 ‘사람을 지향하는 교육’을 모토로 달려온 중원초의 국악교육은 일상 속에서 전통과 예술을 사랑하며 감성과 이성이 골고루 성장하도록 촉진제가 돼왔다며 “아이들이 국악을 통해 우리 문화가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면서 재미있으면 마음에 와닿았다는 것이다”라며 이를 직접 체험한 아이들이 빛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은 큰 무대에서 가슴 설레이는 경험으로 마음도 자존감도 성장한다며 앞으로 “1인 1악기 교육을 확장시켜 국악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현악기도 가르쳐 함께 공연하고, 관심있는 학부모들도 악기 연주에 참여하여 2세대 프로그램으로 공연에 합류할 수 있는 코너를 기획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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