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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지난 8월 30일 2022년 개정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시안이 처음 공개된 직후 일부 언론과 국민 참여 소통 채널을 중심으로 시안에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이 빠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각론조정위원회는 이 문제에 관한 수정을 요구했으나 연구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교육부는 11월 7일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들어간 시안을 지난 9일 행정 예고했다. 최종안은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2월 30일 최종 고시되고, 확정된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역사 교육과정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교육과정 개정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했고,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역사 국정 교과서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5년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성취 기준 용어를 다시 ‘민주주의’로 바꾸고 해설 부분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썼다. 이처럼, 우익 또는 좌익 성향의 정권에 따라 ‘자유’라는 말을 삽입하거나 삭제하기를 반복했다.

‘자유’는 「대한민국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기본 가치이다. 대한민국은 ‘자유’의 가치 위에 세워진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국가이다. ‘자유’라는 말은 「대한민국헌법」에 22번 등장할 만큼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되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자유민주주의란 다수결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정치이념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안된 법과 원칙, 그리고 시스템뿐이다. 그밖에 어떤 것으로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없다. 그만큼 ‘자유’는 지고(至高)의 가치가 함의된 개념이다. 이를 반영하듯,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란 말을 35번 언급한 바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세계적인 대세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대부분의 나라는 자유를 바탕으로 하여 번영을 누리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념 전쟁 중이다.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좌와 우로 패가 갈려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 한쪽에서는 정권 타도와 궁극적으로 국가 체제를 바꾸려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정권을 지키고 기울어진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이 간다. 국론분열의 결과는 ‘망국’일 뿐이다. 경쟁력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글로벌 시대에 국론이 분열된다면 득 될 게 하나도 없다. 더구나 북한은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고 핵을 무기로 하여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미사일을 발사하여 우리는 물론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안보의식마저 해이해져 국민은 미사일 발사 소식에도 천하태평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좌·우로 갈려 소모전을 벌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개정된 역사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를 삽입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기성세대가 할 일이다. ‘자유민주주의’란 말이 귀환한 것을 계기로 역사 등의 교육과정에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는 작업도 수반되어야 한다. 사람은 생각이 다양하므로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고 그에 대해 논쟁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보장되어야 하지만, ‘자유’의 개념을 놓고 갈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과정에 ‘자유’의 개념을 삽입했다고 해서 모든 게 완성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에 걸맞은 방향으로 교과서의 내용이 수정되어야 하고,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구현하는 정치가 복원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교사가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교사는 중요한 타자(significant others)이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교사는 부모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교사의 언행은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왜곡된 교과서와 편향된 시각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