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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과거에 어떤 선생님이 지역사회의 관련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공개했다. 장학사들과 인근 학교 교사들까지 수업에 참관했다. 수업에 들어왔던 분들은 수업 후 토의 시간에 무슨 의견이라도 말하려고 메모를 하려 했지만 수업에 몰입하느라 아무것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들은 학생들과 함께 숨소리를 죽여 가며 수업에 빠져들었다. 수업은 그 정도로 훌륭했다. 수업 후에 이웃 학교에서 온 한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 수업 정말 잘 보았고 많이 배웠습니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커다란 감화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준비에 몇 시간이나 투자를 하셨는지요? 아마 한 시간으로는 안 되겠지요?” 수업 공개하신 선생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닙니다. 이 수업 준비에 직접 들인 시간은 15분밖에 안 됩니다.” 질문을 했던 선생님이 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수업 교사는 이렇게 말을 이어 갔다. “이 수업을 위해 직접 투자한 시간은 15분이지만, 사실 저는 매일 이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모든 수업을 매일, 늘 준비합니다.”

그렇다면 교사는 수업 준비를 어떻게 하는가? 그것은 바로 독서와 연계된다. 날마다 책을 읽으면서 한평생 책과 사귀어야 좋은 교사가 되고, 진실한 의미에서 수업 준비가 될 수 있다. 이는 과거나 현재나 큰 변함이 없다. 다만 요즘에는 과거와 달라진 것이 인터넷이나 참고문헌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하게 찾아 활용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쏟아져 나오는 지식·정보 시대에 결국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교사들이 투입하는 예비 시간과 노력은 평소 얼마만큼의 독서를 하느냐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경력 교사라면 대부분 자신의 과거 수업 공개를 상기해 볼 때 과연 위의 일화처럼 짧은 준비 시간이 가능했을까 의아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거에는 수업 공개를 위해 투입되는 물리적 시간의 양에 비례해 수업의 질과 완성도가 결정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상당한 양의 시간을 들여 지도안을 짜고 수업 설계를 하였다. 그뿐이랴. 동교과 교사들의 협조와 도움을 받아서 철저하게 준비하던 것까지 생각하면 1시간의 수업 공개를 위해 기울이는 준비는 가히 인내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과거에 학교 현장의 수업 공개는 그랬다.

이를 부연하듯이 러시아의 교육학자 수호물린스키(1918~1970)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하루도 멎지 않고 흘러서 사상의 바다로 들어간다. 독서는 내일의 수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사의 내면적 필요와 향학열에서 나온다. 만일 당신이 한가한 시간을 더욱 많이 가지고 싶다면, 또 질리도록 단조롭게 교과서에만 파묻혀 수업 준비를 하지 않으려면 인문·사회학 서적을 읽어야 한다. 당신이 가르치는 학문 영역에서 교과서에 담긴 지식은 일차적인 것이 돼야 한다. 당신이 학생에게 가르치는 교과서의 기초 지식은 당신의 학문 지식이라는 큰 바닷속에 있는 작은 물방울이 돼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수업 준비로 몇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교사의 수업과 관련하여 진정 보석과 같은 말이다. 만약 그의 이런 충고가 가슴에 금세 와닿는 교사라면 평소 독서량이 상당한 분인지도 모른다. 수호물린스키는 “교과서라는 물방울은 세월이 한 해씩 지나감에 따라 교사라는 큰 바닷속에서 더욱 작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단호하게 “시간이 없다는 것은 교사에게 재난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에 오늘날의 교사는 무엇을 느끼는가? 대부분의 우리 선생님들은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살고 있다. 이는 교사의 잘못이 아닐진대 어째서 ‘재난’이고 ‘불행한 사건이나 사고’로 의미 부여될까? 역시 수호물린스키의 말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다. “독서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것은, 교사에게는 불행한 사건이다. 왜냐하면 그는 ‘수업 기술자’ 또는 ‘교과서 해설자’에 머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