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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누구나 청소년 시절엔 타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다. 특히 자신이 닮고자 하는 사람을 이미지로 간직하거나 롤모델(Role Model) 삼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자 한다. 이는 꿈 많은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성장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이와 연관해 청소년기에는 ‘큰 바위 얼굴’이란 미국의 소설가 나다니엘 호돈(Nathanier Hawthorne, 1804~1854)의 스토리를 소환할 필요가 있다.

주인공 어니스트(Ernest)는 올곧고 근면하며 자비로운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큰 바위 얼굴’의 전설을 듣고 자란다. 그러면서 그를 닮은 위대한 인물이 나타나기를 흠모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자신이 그 큰 바위 얼굴을 닮아가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 소설은 인간은 자신이 이상형으로 생각하고 가슴에 품은 위인의 모습으로 자신도 닮아가고 성장하며 성숙해진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교육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은 꿈꾸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청소년기에 꿈꾸고 소망하는 인물로 변화되어 간다. 즉,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꿈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어려서부터 각자의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는 훌륭한 인물은 개인의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이 닮고 싶은 ‘큰 바위 얼굴’은 어떤 사람일까? 필자는 2~3년 전에 학생들에게 3가지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이 세상에서 누구를 가장 닮고 싶습니까? 여러분의 꿈을 이루는데 롤모델이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가장 좋아하거나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에 학생들(응답자 40명)의 반응은 역사 속의 인물로는 김구, 이순신, 마하트마 간디, 마더 테레사, 비스마르크 등이었으며 현실 속 인물로는 스포츠 스타인 김연아, 코비 브라이언트, 메시, 힙합 가수인 트레버스 스캇, 걸그룹의 태연, 외과 의사인 이국종, 웹툰 작가인 자마, 프로게이머 페이카, 그리고는 연예인으로 유재석을 선호했으며 그밖에 법조인, 기업인, 선생님 등을 거론하였다. 그야말로 1인 1색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외의 사실은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가족을 상당수(8명-20%)의 학생들이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평소에 자주 접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대상이 그만큼 친근해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야말로 청소년답게 소박하고 인정이 넘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유구한 오천 년 역사에는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의연히 일어서 백성을 이끈 지도자가 많다. 역사를 통해 후손들이 아직도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히 코로나19 위기로 국난에 버금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앞장서 극복하고 이끌어 주는 솔선수범은 물론 국민통합을 이끄는 지도자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역으로 혐오만 조장하고 있다.

우리는 청소년에게 꿈과 끼와 낭만을 심어주고 바람직한 품성을 갖춘 이타적인 인물로 성장하도록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다만 여기엔 우리 민족 특유의 빨리빨리 조바심보다는 은근과 끈기로 청소년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실패할 때는 아낌없이 북돋아줘 더 나은 실수를 하면서 성장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게 사랑으로 감싸고 포용하는 다정함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큰 바위 얼굴’ 스토리를 부활시켜야 한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는 그들에게 삶의 나침반이 될 만한 인물들을 수시로 소환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오늘의 청소년들이 비록 꿈이 없다고 말하거나 꿈꾸기를 거부한다고 해도 실망과 꾸중, 비난을 앞세우기보다는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삶의 등대가 될 수 있는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끊임없이 생각의 힘을 키우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게 이끌어 주는 교육을 제안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