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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일반적으로 5년 정도의 중등 교감을 마치면 학교의 최고경영자(CEO)인 교장이 된다. 교직의 꽃이라 불리는 교장의 직책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많은 책임과 봉사, 그리고 학생 교육에 대한 투철한 교육철학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간 교직에서의 경험과 평소 교육에의 신념을 학생교육과 학교경영에 직접 접목할 수 있는 마지막 봉직이다.

고전의 가르침에 이르길 ‘지성무식(至誠無息)’이라 했다. 곧 ‘지극히 성실한 사람은 쉼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과거 농경사회의 사람들이 소유한 전형적인 생활 태도라 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한 우물을 파라’처럼 오직 주어진 직분에 맡겨진 책임과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삶이라 할 것이다. 이는 필자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늘의 학교는 다양한 삶의 군상(群像)을 포함한다. 삭막한 경쟁의 일상에서 낮에는 학교, 밤에는 입시를 위해 학원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학생들이 있고 그들을 교육하고 생활지도하며 고충과 애환으로 가득 찬 교사들이 있다. 또한 무한 뒷바라지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학부모들이 있다. 따라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정한 관심과 배려, 격려는 기본이 되었다. 학교장으로서는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교육 본연의 임무 못지 않은 역할임을 직시하게 된다.

여기엔 늘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교육 공동체에 대한 넓은 포용심을 견지해야 한다. 그러기에 학교의 교육과 경영은 ‘사람이 우선이다’, ‘사람 사는 세상’ 등 인간중심 사상, 즉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또한 “인간은 최고의 목적으로 대우해야지 결코 수단으로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칸트의 정언명령과 같은 인간 존중 윤리를 간직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학교장의 리더십은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하는가? 먼저 개인적인 가치관과 철학을 교직원, 학생, 학부모와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다. 의욕이 앞서 타인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는 자세, 아무리 좋은 원석이라 해도 이를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보석으로 가꾸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함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교장직은 고독한 결단의 자리이기에 많은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혼자서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상에서 접하는 학교 공동체의 조그만 실수나 잘못은 오히려 보다 나은 학교, 학생 교육의 자산으로 축적하는 배려의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행복한 학교는 그 비결이 엇비슷하다. 마치 “행복한 가정은 이유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제각각이다”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법칙처럼 말이다. 그 비결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리더십에서 출발한다. 여기엔 다시금 업무 최우선주의가 아니라 사람 최우선주의가 기반이다. 오늘날 우리의 학교는 다방면에서 힘겨운 도전에 직면해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코로나 위기는 지금까지의 관행과는 다른 혁신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이것이 ‘미래는 변화만이 상수’라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학교에서의 ‘뉴노멀(New Normal)’로 새로운 표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단연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의 마음을 바로 알고 공감을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는 교사들이 있는 둥 마는 둥(exist)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존재하고(present), 학생들은 매일 보다 나은 실수(better mistakes)를 하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곳으로 변화와 안정이 공존하는 교육의 장(場)이어야 한다. 이에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에게 말과 행동으로 실천궁행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인간의 향기(人香)가 만 리(萬리)까지 퍼지는 학교장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