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빗나간 교육열이 부끄럽게 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소위 가진자들의 파렴치한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자녀의 외국인 학교 입학 비리 사건에 연루돼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재벌가 자녀, 대기업 회장의 아들 부부, 대형 로펌 변호사 부부, 전직 국회의원 며느리 등이다.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넣기 위해 브로커에게 5000만원에서 1억원씩 돈을 주고 중남미나 아프리카 국가의 위조 여권이나 시민권을 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사회적 책임 의식이나 모범을 보일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인천지검이 앞으로 소환할 대상자만 50~6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 일각의 외국인 학교 선호 현상은 못 말릴 수준이다. 자녀가 외국에 가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고, 잘사는 아이들끼리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인맥을 쌓으며, 나중엔 외국 대학에 진학한다는 이유로 국적 세탁과 같은 불법을 거리낌 없이 저지른 것이다. 자기 자녀를 위해서라면 법을 어기는 것쯤 우습게 여기는 부모 밑에서 나라에 보탬이 될 인재가 나올 리 없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설립된 외국인학교는 서울 22곳, 경기 9곳, 부산 5곳 등 총 51곳이다. 이 중 영미권 학교가 29곳으로 가장 많고 화교 학교 16곳, 기타 민족 학교가 16곳이다. ‘교육 엑소더스’로 불리는 조기유학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학교 설립에 우호적인 자세를 취해 온 것이다.
외국인 학교는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자녀와 장기간 해외에 체류했던 주재원 자녀의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최근 부유층을 중심으로 외국인학교가 조기 유학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자식을 혼자 유학 보내지 않고도 외국어를 효과적으로 배우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유층 자녀끼리 학교에 모여 인맥을 쌓을 수 있어 재벌가 부모들이 외국인학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가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녀 출생과 동시에 ‘사교육 멍에’를 지고 살아간다. 2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시장에 시달리며 생활한다. 가계 소득 월 384만원인 가정에서 학생 1인당 23만4천원을 사교육에 쏟아 붇는다는 통계도 있다. 이나마 초중고교생 평균일 때 얘기다. 고등학생만을 따진다면 가계부담액은 훨씬 많아진다. 그렇게 힘들게 돈 벌고 공부하는 목표가 대학 진학이다. 그런데 돈으로 국적위조하고, 그 국적으로 국외 대학 진학 자격 얻는다면 이 얼마나 사회 정의에 반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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