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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눈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의 원전(原典)은 2000년 훨씬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 <맹자> ‘이루상’ 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기록되어 있다. “사람을 관찰하는 방법 가운데 눈동자를 살펴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存乎人者莫良於眸子·존호인자 막량어모자). 눈동자는 그 사람이 지닌 악한 마음을 가리지 못한다. 마음이 바르면 눈동자가 맑고,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흐리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그 눈동자를 관찰하면 사람이 어떻게 자기 마음을 숨기겠는가?”

실제로 상대방의 눈을 보면 그의 내면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고 이는 대개 사실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만큼 사람은 감정을 담아 그대로 표출하는 것이 바로 눈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타인을 바라보는 자신의 눈에도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신의 눈이 사실이 아닌 것을 볼 때, 잘못 현혹되고 판단을 그르치기도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접촉하며 교육을 하는 교사에게 눈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간직한다. 그래서 학생 교육상 스스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현재와 같은 코로나 시국에 말을 삼가고 눈으로 보고 눈으로 표현하는 것에 의존이 심한 교육에서는 더욱 그렇다.

잠시 고전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12년간 천하를 주유할 때 일이다. 기나긴 여정마다 공자는 수많은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한번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포위돼 며칠을 쌀 한 톨 구경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굶주림에 지쳐 잠깐 잠이 든 공자가 구수한 냄새에 눈을 떴는데, 수제자 안연이 쌀을 구해 와서 밥을 하고 있었다. 공자가 흐린 눈으로 보니 안연이 시루 속에 손을 넣어 밥을 집어 먹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가 배고픔을 못 참고 몰래 밥을 훔쳐 먹는 것으로 오해하고 “그 밥으로 조상에게 제사를 먼저 드리자”라고 제자를 시험했다. 그러자 제자는 정색하고 “안됩니다. 아까 티끌 하나가 시루 안에 들어가 제가 티끌을 걷어낸 밥을 먹었습니다. 이미 부정을 탔으니 제사상에 올릴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안연이 누구인가? 그는 스승 공자가 가장 애지중지한 수제자가 아닌가. 한때 공자는 “안연이 나보다 더 뛰어나다”고 인정했었다. 하지만 공자는 순간적으로 본 하나의 장면 때문에 수제자를 오해했다. 이처럼 공자 성인도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돼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이로써 공자는 “믿는 것은 오직 눈이지만 눈도 믿을 만한 것이 못되고 의지할 것은 마음이지만 마음도 믿기에 부족하다. 부디 명심할진대 사람을 안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고 한탄을 했다.

최근에 필자는 아침 등교 시간에 잘 아는 학생이 주변 아이들과 달리 인사도, 눈도 마주치지도 않고 지나치는 것을 보고 무례함 내지 서운한 감정이 앞섰다. 그러나 이것은 필자의 입장만 생각한 자기중심적 판단이었다. 그는 그날 학생회 행사에서 자신이 발표할 내용을 숙고하며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는 행사에서 필자가 평소에 학생회 임원들을 대상으로 자주 강조하던 말을 인용하며 평소 필자를 신뢰했다고 고백했다. 필자는 당황했다. 그는 아침에 필자를 무시하고 지나친 것이 아니라 생각에 잠겨서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필자는 이순(耳順)이 지난 나이에도 분명히 나의 눈으로 똑똑히 보고 나의 귀로 들은 사실조차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는 바로 내가 분명히 본 것,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지식, 내가 가진 관점만 갖고 세상을 본다면 진실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그렇다. 교사는 학생 교육에서 눈으로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말만 믿을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학생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교사는 학생의 겉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