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 진화론의 근거인 ‘시조새’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 청원이 시작된 이래 창조론-진화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과학계 최고 석학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림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론은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핵심 내용”이라며 “시조새를 교과서에서 삭제하면 안 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창조론을 앞세운 개신교계는 여전히 “시조새를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진추는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에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조상으로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시조새’ 내용을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에서 삭제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어 올해 4월에도 교진추는 화석을 근거로 한 ‘말 진화’ 관련 내용도 삭제해달라는 청원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교진추가 이 같은 내용의 청원을 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시조새’의 경우 ▲최근 학계에서 시조새를 완전한 비행능력을 가진 ‘멸종된 조류’였거나 ‘깃털이 달린 동물’이라고 주장 ▲대부분 학자들은 시조새가 더 이상 파충류(공룡)과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라고 주장 ▲일부 학자들은 시조새 화석들이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 등을 근거로 내용 삭제 또는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교진추는 청원서에서 화석 기록으로는 말의 진화를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진추는 그 이유로 ▲발가락 수나 신장 크기의 변화는 진화의 증거 될 수 없음 ▲말의 진화 계열은 상상의 산물 ▲미국 등지에서 초기 말과 현대 말의 화석이 같은 지층에서 발견 ▲말의 점진 진화설은 단속평형설과 배치 등을 들었다.
한림원은 “진화론은 과학적 반증을 통해 정립된 현대과학의 가장 중요한 핵심 이론 중 하나”라며 “현대과학을 배우는 모든 학생들에게 이를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행 교과서에 실린 진화론 서술 부분에 일부 문제점이 제기된 점을 감안해 이를 보다 명확하게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현행 교과서에는 시조새 앞뒤로 어떤 종(種)들이 있었는지가 빠지면서 종의 진화과정이 직선형으로 이뤄진 것처럼 기술돼 있어 과학계에서도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림원은 이를 감안해 시조새부터 현재의 새로 진화하는 과정에 중간단계에 있는 20여종의 새를 추가해 새의 진화과정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 말의 진화과정도 일부 교과서가 1926년에 나온 오래된 그림과 자료를 그대로 사용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다양한 진화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진화도를 싣도록 주문했다.공은 다시 교육계로 돌아왔다. 교육당국과 출판사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이번 논쟁이 감정적 소모적이 아닌 초중고 교육과정에 부합하고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사례들을 정확히 소개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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