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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교육학박사, 시인

주제가(主題歌) 표절 의혹, 한복 도용,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등으로 얼룩졌던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21세기 이후에 열린 모든 스포츠 대회 중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와 함께 ‘중국 운동회’라는 비난이 이어진 대회였다. 어쨌든 우리 선수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자기 기량을 발휘하여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황대헌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을 비롯하여 몇몇 선수들이 값진 메달을 획득했다.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결정되는 쇼트트랙 경기를 보노라면 스릴을 느낀다. 꼴찌로 가던 선수가 코너를 돌면서 선두로 나가고, 바싹 붙어 달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이것은 비단 스포츠에만 한정되는 문제는 아니다. 지식 습득의 속도가 매우 빠른 학생이 있다. 소위 ‘천재 아동’이라 불리는 신동들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문제를 술술 풀어나가는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접한 적이 있다. 그런 아이들은 공자의 수제자인 안회(顏回)가 그랬던 것처럼,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 아는 척, 잘난 척을 잘하던 자공(子貢)에게 스승인 공자가 물었다. “너와 안회는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 이에 자공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감히 안회에 미치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聞一知十),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聞一以知二)입니다.” 여기서 ‘문일지십’, 즉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라는 말이 나왔다.

기능이나 지식 면에서 습득 속도가 빠른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 인자 때문일까, 아니면 본인의 피나는 노력(연습)의 결과일까? 그에 대한 결론은 학자들에 따라 다르지만, 교육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교육학에서는 후자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교육학이 아닌 분야에서 비교적 최근에 이를 뒷받침하는 세 권의 저술이 나와서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던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2008년에 『아웃라이어(Outliers)』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어느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글래드웰은 2016년에는 『그릿(Grit)』이란 책을 통하여 ‘재능보다 두 배 더 중요한 노력’이라는 논리로 자신 생각을 재확인했다. 성공의 비밀은 ‘그릿’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릿을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규정했다.

2016년에는 스웨덴의 심리학자인 안데르스 에릭슨(Anders Ericson)과 로버트 풀(Robert Pool)이 공저로 『1만 시간의 재발견』이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의 원제는 ‘Peak’, 즉 절정, 최고라는 의미였으나,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번역하면서 독자들에게 말초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원제를 버리고 『일만 시간의 재발견』이란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이 책은 ‘1만 시간의 법칙’으로 대변되는 노력(연습)의 중요성을 버린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완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즉 글래드웰이 주장했듯이 단순히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목적의식과 그에 맞는 의식적인 연습, 그리고 훌륭한 선생님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연한다.

이상의 저술가들은 공통으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IQ가 성공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천재 아동’ 대부분이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것처럼, 훗날 성공적인 삶을 사는 대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로서도 성공과 IQ는 정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교사는 학교에서 IQ로 학생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이 불굴의 의지와 부단한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도록 이끌어줄 책임이 교사에게 있다. 천하의 공자도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 노력파였음을 고백하지 않았던가?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안 사람이 아니고, 옛것을 좋아하여 부지런히 그것을 구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