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민
경기 고촌고등학교 교사
매해 2월 학교는 하나의 학년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언제나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탓하며(?) 지난 3월 설렘 가득 안고 교실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를 한다. 이렇게 학교의 1년은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분주하게 지나간다.
9년 만에 학급담임을 하게 되어서인지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기다려졌다. 드디어 입학식 날이다.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감, 약간의 어색함과 설렘을 느끼며 서로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학급담임으로서 앞으로 우리 학급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진정한 understand의 실천과 서로의 helper가 되어주는 학급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 ‘꽃자리’라는 시의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구절을 인용하여 아이들에게 첫 만남의 소감을 나누었다.
한 교실에 또래의 학생들이 모여 있지만, 그 아이들의 생활 방식과 인지 능력의 차이는 큰 편이다. 물론 지역 및 학교, 구성원 등의 특수성이 반영될 수 있겠지만 십 년 전에 담임했을 때와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학기 초 당부했던 것을 일 년 동안 학급에서 실천하기는 솔직히 쉽지 않았다.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하는 담임이고 한 명 한 명의 특성을 잘 정리하여 기록해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12월 초부터 몰려왔다. 결국 겨울방학 동안 한 명 한 명 아이들을 떠올리며 그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기록하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위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 자신이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빠르게 인정하고 교사의 지도와 조언을 경청하며 개선하고자 하나 결코 행동이 변하지 않는 아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망설임 없이 표현하는 아이, 친구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인정해주는 아이, 친구에게 직설적인 조언을 하거나 친구의 옳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용기 있게 말하는 아이, 학급 대청소 시간에 자기 맡은 구역을 깨끗하게 청소한 후에 아직 청소를 다 못한 친구를 도와주는 아이, 친구가 잘 이해하지 못한 학습 내용을 물어볼 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아이, 순발력과 재치를 잘 발휘하여 주변 분위기를 즐겁게 하며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지난 1년 우리 학급 풍경의 일부이다. 아이들의 행동과 말들을 떠올리면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아이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순수함과 기특함을 발견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글로 아이들을 만나니 또 다른 반가움과 뿌듯함이 남는다. 2021학년도를 함께 한 우리 학급 아이들을 만나 반가웠고 그동안 고마웠고 기뻤다는 말과 함께 어디서든 그대들의 삶을 응원하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다.
지금은 학년말의 커튼콜이다. 일 년 동안 자기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던 우리 아이들과 다양한 색깔의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고 몸부림쳤던 동료 교사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곧 또 하나의 새로운 막이 오를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힐링 충전을 하며 출발선에 서 있다.
.gif)
.jpg){kind=small}
.jpg)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