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교육학박사, 시인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일이 성취된다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나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때로는 가짜(僞) 약이 효과가 있기도 하고, 조각상이 인간이 되기도 하는 것은 긍정적인 바람 또는 간절한 소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암시 효과이다. 어릴 적 배가 아프면 할머니께서 “내 손이 약손이다.”라고 하시면서 배를 문지르면 나았던 기억이 있다. ‘할머니 손이 약손이니 내 병이 나을 거야.’라는 자기암시가 현실이 되었다.
미국의 저명한 심신의학자인 조안 보리센토(Joan Borysento) 박사는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엘리트 의사였으나 정작 자신은 많은 병과 싸우며 절망과 고통 속에 살았다. 하버드 의대의 의술을 총동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그녀는 어린 시절 겪은 마음의 상처와 끝없는 경쟁심이 병을 부추기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심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삶의 부정적인 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6개월이 지나지 않아 그 많던 병이 모두 사라졌다. 그녀는 질병 치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일이 잘 풀리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일이 어긋난다는 이 평범한 진리는 교육현장에서도 적용된다.
1951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제이콥슨(Jaconson)은 한 연구지에 논문을 발표한 후 로젠탈(Rosenthal)과 접촉했다. 로젠탈은 1963년에 쥐를 대상으로 미로찾기 실험을 했는데, 미로를 잘 빠져나온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전자는 학생들이 정성을 들여서 기른 그룹이고, 후자는 그렇지 않은 그룹이었다. 로젠탈은 이러한 결과가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도 적용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리하여 이듬해인 1964년에 두 사람이 만나 본격적인 실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실험은 같은 해에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실시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5학년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담임교사에게는 이 검사가 앞으로 지적 능력이 급성장할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각 학급에서 20%에 해당하는 학생을 지능검사 점수와는 무관하게 무작위로 선정하고 담임교사에게 명단을 넘겨주면서 이 학생들이 지능검사에서 지적 능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해 주었다. 8개월이 지난 후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지능검사를 실시했는데, 전에 무작위로 선정한 학생들의 점수가 특히 저학년에서 두드러지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대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교사의 목소리․표정․몸짓 등을 통해 학생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학생의 학습의욕이나 인지능력․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것을 자기충족예언 효과(self-fulfilling effect)라 한다. 일종의 자기암시 효과다.
이렇듯, 학교에서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대는 학생의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교사가 학생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하는가에 따라 학생은 크게 성장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교사는 학생을 절대로 편애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 소위 ‘치맛바람’과 ‘촌지’를 경계했던 것은 그것으로 인하여 교사가 학생을 편애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말로 때린 상처가 더 아프다.”라는 말이 있듯이, 교사의 잘못된 말 한마디는 학생에게 큰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파멸의 길로 이끈다. 어떠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교사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언행을 삼가야 한다. 교사는 학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연금술사와 같은 존재다. 교사의 기대에 학생은 자기암시로 반응한다.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생은 큰 그릇도 되고 작은 그릇도 된다.
.gif)
.jpg)
.jpg){kind=small}
.jpg)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