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교육학박사·시인
코로나 사태로 나라 전체가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코로나 K-방역은 거리 두기에 마스크 착용으로 특징된다. 사적인 모임은 물론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것이 선(善)인 사회가 되었다. 산행길에 반대편에서 사람이 오는 인기척만 나도 다른 길로 가거나 마스크를 챙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네 살배기 손주는 밖에 나가려면 어른보다 먼저 마스크를 챙기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하다. 마스크 착용으로 감기 환자가 줄어든 대신, 유아들이 말 배우는 속도가 느려졌다고도 하니 교육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거리 두기로 인해 인간관계마저 거리가 생겼다. 외출보다는 되도록 ‘집콕’을 하게 되니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누군가가 만나자고 하면 걱정이 앞선다. 외국에 사는 지인이 한국을 방문했다며 얼굴이나 보자고 할 때는 다른 핑계를 대고 나가지 않았다. 상대의 섭섭함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만나는 인원도 제한하니 그간 만났던 지인들과도 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발전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이고 기본적인 인간의 성장·발달 마저 방해를 받고 있다. 식당이나 백화점 등에 입장할 때도 QR코드나 인증 전화, 명부기록 중 한 가지를 해야 하니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시 해당 장소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역학 조사를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알고 있으나, 지금까지 내가 방문했던 곳에서 단 한 번도 코로나 검사 받으라는 연락을 받은 바 없으니 그 목적 자체에 의문만 더할 뿐이다. ‘위드 코로나’로 일상 회복의 길이 점차 열리고 있으니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믿어 본다.
모든 교육기관이 다 그러했지만, 대학 역시 초기부터 교문을 걸어 잠그고 현수막까지 내 걸어 통행을 자제토록 하고 있으니 담론과 토론을 생명으로 하는 대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지가 2년이 다 되어 간다. 20학번으로 2년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대학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지도 못하고 온라인 방식으로 수업을 하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 당국은 온라인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검사를 하고, 그것을 마치 학생들의 진정한 의견인 양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졌다는 식으로 그 효과를 호도하고 있으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대학은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의견을 듣고 반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하는데, ‘침묵이 금’이라고 하고 있으니 언제 대학이 정상화될지 알 수가 없다. 등교한다고 정상화는 아니다. 활발한 토론의 장이 될 때 대학은 정상화되는 것이다. 이러다 젊은 학생들이 대학을 초·중·고등학교처럼 교사가 가르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곳으로 착각하고, 지금처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길든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교수들은 갑작스럽게 진행된 온라인 수업 초창기에 방법을 익히느라 힘들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 대면 수업에 익숙해 있던 교수들은 어느 날 갑자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 수업자료를 만드느라 심한 고생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져서 여유가 생겼을 것이다. 교수의 사명 중 하나는 연구이다. 심오한 연구를 통하여 인류·사회 발전에 유익한 지식·기술을 창안해 내는 것이 교수가 할 일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수업 준비가 전부라 생각하고, 코로나 사태에 편승하여 연구에 소홀하다면 교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혹시 여행이나 다니면서 계절을 즐기려고 한다면 누가 그를 교수라고 하겠는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교수는 연구실을 떠나서는 안 된다. 교수에게 교수연구실을 제공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심오한 연구 결과를 창출해 내라는 묵시적 명령일 것이다. 연구실을 걸어 잠가 놓고 밖에서 딴 일을 한다면 연구실의 의미는 사라진다. 필자는 교수가 해야 할 일은 공자가 말한 “학이불염 회인불권(學而不厭 誨人不倦)”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고서 싫증 내지 아니하고, 남을 깨우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아니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 전체가 침묵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에서 토론과 담론을 생명으로 하는 대학이 퇴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하루빨리 침묵의 문화에서 벗어나 자기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날이 돌아와서 대학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위드 코로나’가 조기에 성공하여 일상을 회복하고, 미래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이 강의실로 돌아와 침묵이 아니라 치열할 토론으로 떠들썩할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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