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작금의 세상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서 ‘접촉’의 시대는 가고 ‘접속’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심지어 ‘배달해 주세요.’라는 말까지 사라지게 한 ‘배달 웹’까지 생겼으니 소리없는 전쟁이라 할까. 그런데 배달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아마도 ‘배달 민족’이란 말이 자동으로 연상될 것이다. 이는 ‘상고 시대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 우리 겨레’라는 익숙한 단어의 정의를 다시금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매번 이 용어가 헷갈리는 이유는 ‘배달의민족(배민)’이란 배달 주문 서비스 브랜드가 이미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인 요즘,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유일한 존재가 배달인지도 모른다. 감사하다, 수고했다는 인사말도 할 수 없는 배달, 더구나 ‘가정식 반찬 배달’까지 성행하고 있으니 소위 ‘집밥’처럼 어머니의 손길을 발설했다가는 마치 시대를 역행하는 사람 취급을 당하기 쉽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배달은 어플, 수업은 화상, 대화는 AI’, 이 삼박자가 언택트(untact) 시대의 끝판왕처럼 느껴진다.
이제 가정에서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없다면 학교에서라도 정성이 가득 담긴 앎과 삶이 녹아 있는 밥을 먹일 수는 없을까? 그것이 비록 입으로 들어가는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 그리고 손발을 통해 경험하는 것들이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식탁을 차리는 노력을 기울여 보자. 좋은 재료여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가급적이면 식자재를 생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제철에 맞는 것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분위기도 갖추면 보기도 좋을 것이다.
교실에서의 수업이 ‘배달 음식’일 때가 있다. 그땐 모든 것을 다 요리할 수 없다면 모델이 되어 수업하는 선후배의 자료를 재구성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대신 다른 영역에서 쓰임새 있는 자료를 만들어 공유하면 될 것이다. 다만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음식으로 시종 끼니를 채우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못해도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 더 추가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때 ‘검색’하거나 ‘배달’해야 한다. 솜씨는 타고난다고 하지만 노력보다 강할 수는 없다. 아침 1교시부터 라면으로 때우거나 삼겹살을 먹이는 식의 수업은 다시 한번 성찰해볼 일이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가 되었다. 수업에 더욱 정성을 담아보자. 훗날 ‘엄마의 손맛’, ‘고향의 맛’을 운운할 수 없는 아이들일지언정, 그래도 식탁에서 직접 음식을 요리하는 광경이 머릿속에 남아 있도록 해주자. 교실이 한껏 그리웠다고 말하던 아이들이다. 만약 배달 음식이어야 한다면 그 음식을 식탁에 정성껏 차리는 모습만이라도 연출해보자. 맛을 내기 어려워도 잠시라도 ‘멋’을 추가하는 것으로 정성을 보여줄 수 있지는 않은가.
언제 시킨 줄도 모르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문 앞에 덩그렇게 놓인 음식을 가져와 식탁 앞에 놓고는 한 손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을 그려본다. 한 끼 식사에 엄마가 없어도 되는 현실이듯, 한 시간의 수업에 교사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현실이라면 우리는 어쩌면 배달 수업을 하는 시대에 사는 것은 아닌지 싶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 홀로 수업을 하는 데도 ‘입시 때문에....’라며 남 탓만 하는 것은 아닌지.
‘먹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시켜!’가 마치 자기주도학습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함께 오손도손 식사하는 모습’, ‘저녁이 있는 모습’을 그리워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 가는가? ‘먹방’으로 대리만족하며 나 혼자, 언택트에 익숙해져 있는 현실이 10년, 20년 후에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벌써부터 두려워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인가.
.gif)
.jpg)
.jpg){kind=small}
.jpg)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