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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교육 선진국 독일의 어린이 교육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독일은 2002년 튀빙겐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20년 동안 7세 이상이 참여하는 ‘어린이 대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 어린이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교수의 강의를 듣는다. 예컨대 ‘화산들은 왜 푸푸 하며 불로 된 침을 내뿜을까?’, ‘왜 어떤 사람들은 가난하고 왜 어떤 사람들은 돈이 많을까?’, ‘왜 우리는 뱀파이어를 좋아할까?’와 같은 것들이다. 참가한 어린이 중에는 “뱀파이어들은 자기가 태어난 날에 생일 파티를 하나요, 아니면 뱀파이어가 된 날에 생일 파티를 하나요?”같이 역으로 기발한 질문을 던져 교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튜빙겐 대학교의 한 교수는 “원래 대학생들에게 하던 강의에도 어린이들에게 보여준 그림을 가지고 강의를 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단지 강의에 조금 다른 어휘들을 사용한다는 차이지요”라고 말하며 결코 흥미 위주나 가벼운 내용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 다른 교수는 “아이들은 ‘대학생 놀이’를 즐깁니다. 단, 아이들이 학교에서 듣는 수업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게 프로그램을 구성해야만 합니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학교 수업과 어린이 대학교의 강의 사이에 분명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어린이 대학교는 시험도, 성적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은 강의를 듣는 어린이들을 위해 학생증까지 마련하고 학생 식당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들은 실제로 대학생 대우를 받고 있다.

어린이 대학교에 관한 아이디어는 2002년 이후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지금은 일본과 루마니아, 터키, 브라질에도 이와 유사한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다. ‘유럽 어린이 대학 네트워크(Eucu.net)’의 회원국도 29개국으로 늘어났다. Eucu.net의 집계에 따르면 어린이 대학교에 참가하는 학자가 대략 연간 15,000명, 수강생 수는 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빈 대학교 어린이 대학 사무국 소속 직원은 “Eucu.net이 각 대학교와 함께 추진하는 어린이 대학교 프로그램들이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독일이 어린이 대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자식이 무엇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와 ‘천재성은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다. 교육의 참다운 목적은 이 천재성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바로 독일의 교육 철학이다. 독일은 어린이의 IQ와 EQ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관심 분야와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을 중시한다. 특히 독일인들은 어린이들의 영재성에 관심이 높다. 그렇다고 영재만이 대상이 아니다. 모든 어린이가 가진 천재성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럼 어린이 대학의 운영 효과는 어떨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대학 강의에 매우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강의 내용을 전부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좀 더 많은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된다. 교수들에게도 어린이 대학은 좋은 경험이다. 체계적인 지식이 없는 대상에게 강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강의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일의 어린이 대학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서 우리는 중요한 몇 가지 교육적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첫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을 배울 시기가 아니라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둘째, 아이들에게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셋째, ‘모든 어린이는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교육 철학의 실천이다. 그래서 교육의 핵심은 한 마디로 아이들의 머릿속에 무언가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아이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잠재력, 가능성을 끄집어내는(引出) 것이 진정한 교육(Education)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