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최근의 K-드라마와 K-무비의 인기는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영화 ‘기생충’은 기적 같은 오스카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의 위업을 달성했고 ‘미나리’는 여우조연상까지 거머쥐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혐한으로 똘똘 뭉친 일본에서도 그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밖에 이름을 대기 어려울 정도의 수많은 한국의 드라마(영화)는 한국인의 상상력, 창의력을 구가하며 지구촌에서 국가 위상을 높이고 있다.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오징어 게임’을 호평하며 “‘오징어 게임’은 무엇이고 왜 사로잡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넷플릭스의 최신 히트작(‘오징어 게임’)은 정말 끝내준다”고 보도하며 이 영화의 흥행은 “한국영화 ‘기생충’에서 드러났던 것과 매우 같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방송계 소식을 다루는 전문 매체 데드라인은 “‘오징어 게임’이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의 이정표를 세웠다”며 평가했다.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은 어떤 내용인가? ‘오징어 게임’은 최종 승자가 456억 원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작품이다. 전체 게임 참가자 456명 중 살아남은 단 한 명만 상금 456억 원(1인당 목숨 값 1억)을 가질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다리 건너기’ 등 한국의 어린이들이 옛날에 즐겨온 놀이가 서바이벌 게임의 소재로 등장한다. 한 마디로 ‘오징어 게임’은 빚더미에 앉은 참가자들이 일확천금을 벌기 위해 어린이 게임을 하는 드라마로서 민주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자본주의를 풍자하는 내용을 창의성을 발휘해 맘껏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잔치상에 재뿌리기’라 할지라도 이 영화가 우리 청소년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에 대하여 교육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첫째,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이다. 이는 자칫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최후 승자를 가리기 위해 폭력과 살인, 칼 등 흉기로 상대방을 찌르거나 게임 탈락자 중 숨이 붙어 있는 참가자를 장기매매하는 장면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욕설 등 비속어도 많이 나온다. 이것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청소년들에게 비뚤어진 경쟁의식을 심어준다. 인류는 살벌한 경쟁이 아닌 따뜻한 공존, 협력에 의해서 살아가야 한다. 이는 우리 교육의 병폐인 승자독식의 경쟁교육을 악화시킬 수 있다. 셋째, 자본주의의 잘못된 사상의 주입이다.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에 대한 심한 허탈감과 허무주의, 패배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 영화로 인해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조국 사태, 최근엔 대장동 부동산 개발 사건을 통해 드러난 엄마, 아빠 찬스와 오버랩되면서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 불공정에 지친 청소년들의 무의식 속에 삶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결국 이 영화를 통해서 자본주의의 치열한 경쟁체제 안에서 기회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지, 타인의 희생이나 술수 없이 오직 능력만으로 결과를 축적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고 또한 히어로가 아닌 루저(실패자)에게도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국가는 약자들의 푸념과 절망감, 폭력에의 희생을 희망과 용기, 도전, 평화로운 삶의 성장과 발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부디 ‘오징어 게임’을 승자독식 사회에서 수많은 루저도 함께 기억하는 청소년 교육으로 연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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