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99개국 1,662개 대학에 대해 평가하고 지난 8월 31일 ‘THE 세계 대학 순위 2022(THE World University Rankings 2022)’를 발표했다. 평가지표는 교육(30%), 논문 인용(32.5%), 연구(30%), 국제화(5%), 산학협력(2.5%) 등 4개 영역으로, 62.5%가 교수의 연구와 관련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가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의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가 공동 2위를, 지난해에 2위를 차지했던 스탠퍼드대학교가 4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영국의 대학들이 선두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베이징대학교와 칭화대학교가 공동 16위, 싱가포르의 국립싱가포르대학교가 21위, 홍콩의 홍콩대학교가 30위, 일본의 도쿄대학교가 35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의 대학으로는 서울대학교가 5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아시아권에서도 중국·싱가포르·홍콩·일본 등의 대학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1위 대학인 서울대학교는 최근 3년 사이에 64위→60위→54위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올해 서울대는 종합점수 100점 만점에 70.1점을 받았다. 지표별로는 산학협력 98.2점, 연구 73.8점, 교육 73.8점, 논문 피인용 68.5점, 국제화 36.9점을 받았다.
세계적인 학생에 대한 평가도 실시되고 있다. OECD는 만 15세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각국의 학업성취도를 비교 평가하는 국제 학업 성취도(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를 실시한다. 교육과정에 바탕을 둔 지식보다는 실생활에 필요한 응용능력을 평가하여 국제적으로 비교할 목적으로 2000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평가다. 시험문제는 평가 대상국에서 제출한 문항 가운데 이의제기가 없는 문항을 골라 출제한다. 수학·과학·읽기 문제와 문제해결력 등이 포함된 13종류의 시험지로 평가하며, 한 과목당 2시간 안에 풀어야 한다. 가장 최근(2018년)에 실시된 PISA에는 OECD 회원국 37개국을 포함하여 79개국에서 60만 명의 학생이 응시했다. 평가 결과, OECD 평균이 읽기 487점, 수학과 과학이 각각 489점인 가운데, 1위는 중국으로, 읽기·수학·과학의 평균 점수가 각각 555, 591, 590점이었고, 2위는 싱가포르(549, 569, 551), 우리나라는 9위로 세 영역의 평균 점수가 각각 514, 526, 519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적 수준에서 우수한데, 어째서 대학은 그렇지 못한가?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이나 싱가포르·일본은 대학 평가에서도 양호하게 나타나 대학이 우수한 학생의 학습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데서 우리나라 대학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 본다. 그러나 아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 수가 131,518명(e-나라지표)으로 나타난 것은 국내에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대학이 부재하다는 것이 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생 수는 2019년 현재 1,164명으로 중국(6,305명)·인도(2,050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 역시 국내 대학원의 수준이 열악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4년제 대학에서는 대학원을 필히 두고 있을 정도로 대학원이 지천(至賤)이다. 그러니 맘만 먹으면 국내 대학원에 입학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만큼 교육의 질적 수준이 하락했다. 그 결과, 국내 대학에서 취득한 박사학위는 해외에서 취득한 박사학위에 비해 그 가치가 낮다. 국내에서 취득한 박사학위를 높게 평가하는 일본의 경우와는 대조가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사학위는 국내에서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석·박사, 특히 박사학위는 해외에서 취득해야 ‘행세’할 수 있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 이러한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리하여 해외에서 취득한 박사학위의 진위에 관한 논란이 있었고, ‘가짜’로 드러난 일부 교수는 강단을 떠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보다 대학의 역량이 낮게 평가되는 현실에서 대학의 분발이 요구된다. 우수한 학생들이 국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자기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대학도 살고, 학생도 행복하다. 정치적 식민지 못지않게 선진국에 대한 학문적 종속도 경계해야 한다. 무조건 해외의 학자가 연구한 논문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학자들의 연구물에도 애정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내 학자들이 연구한 논문이 해외의 연구자들에게도 많이 인용될 수 있도록 연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 아쉽게도 국내 대학의 교수들이 연구한 세계적 수준의 논문이 많지 않다는 것은 이번 평가에서 서울대학교의 논문 피인용 점수가 68.5점에 그쳤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세계 대학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수와 관련된 지표이자 평가의 비중이 높은 ‘논문 피인용’과 ‘연구’ 부문에 대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대학이 학문적 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것은 입학 희망자의 감소가 날로 심화 되는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다. 일부 연구지향 대학만이라도 그러한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그 결과로, 국내의 우수 학생들이 해외 유학 대신 국내의 명문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의 미래가 국가의 미래라는 정신으로 대학이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해외의 우수한 학생들이 국내의 명문 대학에 유학하여 한국의 대학이 세계의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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