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17일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했다. 대학 136개교와 전문대학 97개교가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됐다. 평가에 참여한 대학의 84.5%, 전문대학의 78.2%가 일반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것이다. 2018년 진단평가에서는 자율개선대학 선정 후 2단계에서 역량강화대학 및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선정했으나, 이번 평가에서는 일반재정지원 대학 선정으로 단일화했고,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여 비대면 평가를 했다. 2018년에 비해 대상 선정 단계나 방법에 있어서 다소 완화된 평가였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혁신지원사업(일반재정지원)을 받고, 대학별 발전계획에 따라 자율혁신 및 이와 연계한 강도 높은 적정 규모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든 평가가 그러하듯이,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관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대학 평가가 대학 간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대학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회생 불가능하거나 도덕성을 결여한 극소수 한계대학에 국한하자던 대학 공동체의 한결같은 요구와 기대와는 달리 건전하고 회생 가능성이 큰 대학마저 권역별 줄 세우기에 입각하여 이분법적 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도 “서열화된 평가 결과로 국비 지원을 제한할 경우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소규모 대학이 지역 경제기반도 취약한데 국비까지 제한될 경우 지역 소멸과 공동화까지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결과에 우려를 표명하고 구제책 마련을 촉구했다.
참여 대학들은 진단평가에 대비하여 최선을 다했다.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자료 작성에 사활을 걸었다. 자료 작성과 실제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차후 허위·과장된 자료가 발견될 시에는 해당 대학을 공개하고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재정지원이라는 한고비를 넘은 대학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고, 좌절의 고배를 마신 대학들은 상실감에 빠져 일손을 놓고 허탈해할 것이다. 탈락한 일부 대학들은 이의 신청을 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3년간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당장 수시 전형을 앞둔 시점에서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혀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으로서는 이번 진단평가가 생존과 직결되는 일차적 관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 평가부터는 정원감축을 대학 재량에 맡긴 만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시 재정지원이 중단된다. 교육부는 내년 하반기에 유지충원율, 즉 대학이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학생 충원율을 점검하여 미충족 규모에 따라 정원감축을 차등 권고하고, 미이행 시 일반재정지원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정원감축 이행을 조건으로 일반재정지원을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유지충원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려면 학생 수가 부족한 대학은 정원 자체를 줄여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5월 권역별로 30~50%의 대학이 정원감축 권고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에 정부 지원을 받게 된 대학들은 내년 3월까지 정원감축 및 특성화 운영계획을 내놔야 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23학년도까지 9만여 명을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은 정원을 대폭 줄여야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생존이 쉽지 않은 이유다. 대부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대학들이 수년간 등록금이 동결된 데다 정원까지 줄여야 한다면 수입이 대폭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가 끝났다. 기왕 어려운 과정을 거쳐 대학을 평가한 만큼 교육부는 평가 결과 자료를 각 대학에 피드백하여 컨설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현장에 나가서 컨설팅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현대 경영의 대부로 알려진 피터 드르커(Petter Drucker)가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도 없다.”라고 말했듯이, 평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개선하기 위함이다. 진단 결과를 피드백하지 않으면 대학이 개선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구성원들은 오로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그렇게 엄청난 힘을 쏟았나 하는 허탈감에 빠질 수 있다. 아울러 평가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피드백은 필요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각 대학은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좋은 게 다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게 다 나쁜 게 아니다. 세상일은 변화무쌍하여 길흉(吉凶)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서 좋아할 일도, 탈락했다고 해서 자포자기할 일도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지도자 한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공유비전(shared vision)의 차원에서 대학의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회는 위기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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